수주액 늘었으나 미분양도 증가···작년 한해 수치 넘어1년새 달라진 청약시장 탓도, 서울 경쟁률 9대1로 하락'불황 속 호황'···건설사들 "수주 안 할 수도 없고"다른사업에 눈 돌릴 수도 없어···"장기적 관점 투자해야"
건설사들의 수주 호황과 달리 올 들어 전국적으로 집값 하락세가 유지되고 있는데다 금리 인상과도 맞물리면서 부동산시장은 유례 없는 침체기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올해 서울 분양시장의 최대 기대주였던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아파트)의 청약 흥행 실패로 미분양 공포 또한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건설사들에게도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분양 수익이 시공사의 자금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미분양이 지속된다면 결국 자금 회수를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최근 건설업계 현 주소는 '불황 속 호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13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1월~10월 기준) 건설사 전체 수주액은 185조로 작년 같은 기간(164조)보다 20조 가량 더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 건설사들 뿐만 아니라 건설사 전체가 수주 호황을 누렸다는 얘기다.
수주액이 증가한 동시에 미분양도 늘었다. 마찬가지로 올해 10월 기준으로 전체 31만호의 미분양이 발생했는데 이는 작년 한 해 동안(19만9401호)의 수치를 이미 훌쩍 넘겼다. 전국적으로는 미분양 주택이 급격히 늘어나는 등 얼어붙은 시장 상황과는 달리 건설사들은 여느 때보다 수주 호황을 맞이한 것이다.
이를 입증하듯 청약 경쟁률도 대폭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10.41대 1로, 작년 19.79대 1과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특히 '흥행 불패'로 꼽히던 서울 아파트 청약 시장 분위기가 1년 새 확 뒤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는 이달 7일 기준 6548가구(사전청약·공공분양 제외) 모집에 6만988명이 1순위 청약을 해 평균 경쟁률 9.3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한 해 1721가구 모집에 28만1975명이 1순위에 청약통장을 던져 평균 163.8대 1의 경쟁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청약 시장 인기가 차갑게 식은 것이다.
기존의 재개발·재건축에서 더 나아가 리모델링이나 가로주택정비사업 등 도시정비사업의 저변이 확대되면서 건설사들은 역대 수주고를 올렸지만 최근과 같이 미분양 증가에다 내년까지 미국 연준의 꾸준한 금리인상이 예고까지 맞물리면서 건설사들의 수주 잔치도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올해가 건설사들에게 마지막 잔치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일단 분양 수익 자체가 시공사의 자금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재개발 정비사업에 참여한 시공사는 공사 주체인 조합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아야 하는데, 미분양 사태는 조합으로부터 자금 회수를 어렵게 만든다. 또 미분양 공포로 공사를 늦추거나 중단한 사업장마저 속출하고 있다.
수주 경쟁 또한 차후 건설사들에게 리스크로 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건설업계의 자금 융통 환경도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진 상황인데 통상 건설사들이 조합에게 지원해준다는 금융자금(이주비와 사업비 조달 등)은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자금 흐름이 좋지 않은 현 시장에서 건설사들이 사업 수주를 위해 무리하게 조건을 내걸었다가는 향후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분양만 하면 성공이 보장됐던 과거와 달리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최근 수주 사업에서는 몸을 사리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 서울 도심의 마지막 노른자로 꼽히는 중구 신당8구역과 지방의 재개발 최대어인 울산 중구 B-04구역 등이 시공자 선정이 지연됐고, 또 올 하반기 재건축 최대어로 기대를 모았던 서초구 방배동 신동아아파트 재건축도 시공자 입찰이 무산됐다.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을 정도의 인기 사업장이라도 연달아 유찰이라는 아픔을 맛보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광진구 중곡아파트 공공재건축, 영등포구 남성아파트, 송파구 가락상아1차아파트 등도 시공자를 찾지 못해 재입찰을 하거나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부동산 경기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건설사들의 수주 전략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건설사들이 무작정 다른 사업에 눈 돌릴 수도 없다. 가령 공공부문 사업의 경우 이윤이 거의 남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해외 플랜트사업은 환율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결국에는 건설사들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이다.
당장 시장 상황이 안 좋아도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즉 분양 침체기 속에서 당장 눈앞에 있는 불안정한 환경에 주저하기 보단 향후 도시정비사업 규제 완화 기대가 크기 때문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수주 잔고 쌓기라도 열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9년 8개월 만에 최악을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는 수주만이 아니라 분양조차 선별적으로 한다고 할 정도로 자금융통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현재 건설사들에게는 수도권 핵심지역의 신규 택지 발굴이 지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수익성과 사업성을 챙길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도시정비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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