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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ARM 인수설···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이유

삼성의 ARM 인수설···기대와 우려 교차하는 이유

등록 2022.09.05 11:16

김현호

  기자

이재용 부회장, ARM 본사 있는 영국행 초읽기설계도 파는 ARM···엔비디아 48조원 배팅에도 무산 "시스템 반도체 분야 키워야 하기에 도전이 나을 것""특정 기업이 반도체 기술 독점하기 어려운 상황"

2020년 반도체 시장을 깜짝 놀라게 만든 사건이 발생했다. GPU(그래픽 처리 장치) 시장을 지배하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 추진이었다. 매각은 최종 무산됐지만 엔비디아가 제시한 인수금액은 무려 400억달러(약 48조원)에 달했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있기 전 테크기업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금액이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를 최대주주로 두고 있는 ARM은 삼성, 퀄컴 등 글로벌 테크기업에 아키텍쳐(반도체 설계도)를 판매하는 기업이다. 전 세계 반도체 대부분이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생산된다. ARM이 없으면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해 엔비디아의 AMR 인수를 반대하는 요구가 거셌다. 그런데 최근 삼성전자의 ARM 인수설이 고개를 들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인수설은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대통령 특사로 임명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국 방문이 계기가 됐다. 이 부회장은 이번 주 출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ARM의 본사가 영국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절대적 존재 ARM, "인수하고 싶을 것" = 퀄컴의 스냅드래곤, 애플 A시리즈, 미디어텍 디멘시티. 삼성 엑시노스 등 주요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이 ARM의 설계도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ARM 기술이 없으면 스마트폰을 만들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또 모바일용 칩뿐만 아니라 아마존의 데이터센터 칩 AWS도 ARM의 설계도로 제작됐다.

소프트뱅크에 따르면 올해 ARM 설계 기반의 AP 점유율은 90%로 예상된다. 이어 임베디드 컴퓨팅과 자율주행 칩 시장에선 각각 90%, 75% 이상을 점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인텔이 지배하는 서버 점유율은 2017년 1%에서 올해 25%까지 성장을 전망했다. ARM의 지배력이 높아 특정 반도체 기업이 인수하면 설계도 사용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엔비디아도 2020년 당시 시장의 우려를 의식해 "ARM은 글로벌 고객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공개 라이선스 모델을 계속 운영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파트너사는 ARM과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제품 혜택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 연방거래위원회의 제소와 영국 경쟁시장청(CMA) 심층 심사 등 독점 규제 당국의 부정적 태도에 올해 2월 인수는 최종 무산됐다.

삼성전자도 부정적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영국 텔레그래프는 소식통을 인용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수에 대한 경쟁 우려를 표명했다"며 "아마존과 삼성도 미국에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은 관련 논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당시 ARM 매각에 반대 입장을 전했다는 건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충분히 도전해볼 가치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를 키워야 하는 삼성전자로써는 ARM 인수는 반드시 하고 싶을 것"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복귀로 공격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엔비디아처럼 각국 공정 당국의 승인이 어려울 수 있지만 쉽지 않아도 가만히 있는 거보다 기회가 있을 때 도전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반도체 장비를 살피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에서 반도체 장비를 살피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제공

◆파운드리 투자 바쁜데...50조 실탄을 한 번에? =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약 124조원이다. 엔비디아가 제시한 인수금액을 고려하면 '현금 실탄'은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TSMC와의 격차가 여전히 크고 파운드리를 위해 막대한 투자 계획을 밝힌 만큼 50조원 규모의 현금 지출은 삼성전자도 부담이다.

시장조사업체 IC 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2017년 7.7%에서 2018년 19.2%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올해 1분기는 16.3%까지 떨어졌다. 반면, TSMC는 여전히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를 목표로 2030년까지 17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메모리, 스마트폰, 가전 등에도 투자를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파운드리에만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파운드리 투자액도 TSMC에 못 미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TSMC의 파운드리 설비투자액(CAPEX)을 440억달러(약 60조원)로 전망했다. 삼성전자(120억 달러) 대비 4배 가량 높은 수치다.

다만,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삼성의 자산을 고려하면 투자 규모는 큰 문제는 아니"라며 "엔비디아가 인수를 추진했을 때 영국은 국방 관련 문제라 승인을 하지 않을 정도로 ARM은 상징성이 큰 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패권 전쟁 때문에 특정 기업이 반도체 기술에 있어 독점적 지위로 올라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소프트뱅크는 매각 무산 후 ARM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삼성이 욕심을 내더라도 인수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소프트뱅크는 내년 3월까지 상장을 마무리 하겠다는 계획이다.

소프트뱅크는 당초 ARM을 런던 증시에 상장할 예정이었으나 영국 IPO 계획을 중단하고 현재 나스닥 상장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IPO를 통해 기업가치가 높아질 경우 인수금액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점도 우려하고 있다.

◆TSMC의 조롱···고객사 신뢰 확보는 =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고객사의 신뢰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 파운드리 점유율이 늘어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자체 칩을 생산하고 있어 기술 유출을 우려하는 글로벌 팹리스 기업이 일감을 발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전자가 ARM을 인수하게 되면 팹리스 기업의 일감을 수주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가능성이 크다.

TSMC도 삼성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경쟁사의 약점을 지적했다. 8월31일 대만 경제일보는 웨이저자 TSMC 사장이 전날 '2022 기술포럼'에서 "TSMC의 성공은 고객의 성공에서 나오기 때문에 고객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자체 제품을 출시하는 경쟁사와 다르다"고 말했다. 삼성을 겨냥한 것으로 경제일보는 "웨이저자가 경쟁사와 비교해 노골적으로 말했다"고 평가했다.

이종환 교수는 "파운드리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지만 정상적인 속도로 TSMC를 따라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파운드리를 분사하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했다. 반면, 김양팽 위원은 "삼성은 시스템 반도체인 AP, CPU, 이미센서, 파운드리 등 어떤 분야에서 1등을 하겠다고 공언한적이 없다"며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무조건 파운드리만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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