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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은 봄···'브런치 명소' 무너진 가로수길

골목에도 엔데믹 왔을까③

돌아오지 않은 봄···'브런치 명소' 무너진 가로수길

등록 2022.06.10 10:00

조효정

  기자

절반 가량 가게 문닫아···대형 프랜차이즈도 폐점문전성시 이루던 브런치가게·애플스토어도 한산

평일 점심시간의 가로수길. 지나가는 행인조차 찾기 어렵다./사진=조효정 기자평일 점심시간의 가로수길. 지나가는 행인조차 찾기 어렵다./사진=조효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얼어붙은 가로수길은 여전히 봄이 찾아오지 않았다. '브런치 명소'도 이제는 옛 말.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전환으로 일부 상권들이 활기를 되찾고 있지만 가로수길엔 여전히 사람들의 발걸음이 닿지 않은 채 쇄락해 가고 있다.

지난 8일 정오께 찾은 가로수길은 한산하다 못해 스산한 기운마저 돌았다. 도로에는 차들만이 지나갈 뿐 행인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로부터 골목까지 가게 안 직원 수가 행인보다 더 많아 보일 정도였다.

그렇다고 코로나19 이전 만큼 직원들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한 곳 건너 한 건물 꼴로 폐점한 가게들이 늘어서 있기 때문이다. 빌딩 한 채가 통으로 공실이 된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지경이다. 거리엔 온통 '임대문의'로 도배돼 있었고, 그나마 문을 연 가게들 중에서도 '점포정리 세일' 간판을 단 곳들을 간간히 찾아볼 수 있었다.

가로수길 곳곳에서 임대문의 안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50% 정도가 폐점한 상태다./사진=조효정 기자가로수길 곳곳에서 임대문의 안내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50% 정도가 폐점한 상태다./사진=조효정 기자

강남의 대표 상권은 1990년대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에서 2000년대에는 명품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몰려든 청담동 일대로, 2000년대 후반엔 신사동 가로수길로 이어졌다.

2010년대 인기가 도산공원 명품거리로 일부 이동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브런치를 먹고 쇼핑을 즐기려는 MZ(밀레니얼+Z)세대들로 이른 아침부터 문전성시를 이뤘다. 대형 브랜드들은 이들을 사로잡기 위해 연이어 대형 팝업스토어를 입점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옛 이야기가 됐다. 이날 마주했던 가로수길은 예전 명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가로수길을 대표하던 브런치 가게들은 코로나19 사태와 맞물려 무섭게 올라버린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하루종일 대기줄이 끊이지 않던 수제버거집과 3대 도넛가게도 손님 한두 팀만이 들락날락할 수준이었다.

중소가게로 이뤄진 골목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한창 점심시간이었지만 문을 연 가게 대부분은 텅 비어있었다. 손님이 그나마 있는 식당 마저도 많아야 2~3개 테이블만이 채워져 있었다. 텅 빈 가게 일부 직원은 밖으로 나와 쪼그린 채 담배를 태우며 텅 빈 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거리 곳곳에서 세일·폐점 세일 안내를 찾아볼 수 있다/사진=조효정 기자거리 곳곳에서 세일·폐점 세일 안내를 찾아볼 수 있다/사진=조효정 기자

패션·뷰티 매장 상황도 비슷했다. 이 곳에서 소형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A씨는 "50% 세일을 무리하게 진행하고 있지만, 방문객이 애초에 적다보니 하루에 옷 한 벌 팔기도 어렵다. 화장품 가게들은 진즉 망했고, 이제 우리 차례인 거 같다"고 토로했다.

주차장도 텅텅 비었다. 과거 유료 주차장 마저 가득 차 하루종일 불법 주차가 난무하던 가로수길이었지만, 가게, 주차타워, 골목에서도 차를 찾긴 어려웠다. 건물 및 가게의 차량으로 추정되는 1대의 차량만이 가게 앞 주차장을 채우고 있었다.

한산한 주차장 앞에 앉아있던 발레파킹 직원 B씨는 "여기서 10년 가까이 발레파킹을 해왔지만, 이만큼 가로수길에 사람이 적었던 적이 없다. 주말 밤에 클럽 말고는 다 적자일 것"이라고 말했다.

폐점 마지노선인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조차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한 채 폐업 안내문이 걸려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투썸플레이스, 올리브영, 자라홈, 스파오 등 가로수길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건물들도 텅빈 채 남아있었다. 가로수길의 랜드마크로서 13년간 길목을 지키던 커피스미스 1호점에도 영업 중지 및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지난해 7월 1억원의 월세를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뒤, 여전히 새로운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 언뜻 보면 사람이 많아 보이지만 절반 가량이 애플스토어 직원이다./사진=조효정 기자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 언뜻 보면 사람이 많아 보이지만 절반 가량이 애플스토어 직원이다./사진=조효정 기자

그나마 사람이 북적이는 곳은 가로수길의 새로운 랜드마크 애플스토어 뿐이었다. 언뜻보면 손님으로 가득찬 것으로 보였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마저도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애플스토어 직원이 과반수였다. 직원 한명은 "최근 명동점도 크게 문을 열면서 가수길점을 찾는 손님이 예전만큼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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