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옵션 기한 임박, SK스퀘어와 FI 간 긴장 고조이커머스 시장 침체로 매각 협상 난항수익성 강화와 비용 절감, 구조조정 본격화
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올해 10월부터 12월까지 11번가 FI 지분에 대한 콜옵션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해야 한다. 앞서 2018년 국민연금과 H&Q코리아, 새마을금고 등이 참여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입하며 지분 18.2%를 확보했다. 약속은 5년 내 기업공개(IPO)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SK 측은 콜옵션(지정된 가격에 특정 시점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설정했고, 행사하지 않을 경우 FI가 대주주 지분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Drag-along·소수주주가 대주주 지분까지 끌어내 매각할 수 있는 권리)이 발동되도록 했다.
하지만 11번가는 2023년 9월까지 상장에 실패했고 SK스퀘어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 FI는 드래그얼롱을 발동해 매각을 추진했으나 알리바바, 오아시스마켓 등 원매자와의 협상이 무산되면서 결실을 맺지 못했다. 최근에는 잠재 매수자조차 거론되지 않는 상황이다.
FI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애초에 풋옵션(투자자가 지분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을 요구했으나 SK텔레콤이 대신 콜옵션 구조를 제시하며 손실을 막아주겠다고 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신뢰 문제로 보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이 3500억원을 직접 투자했고 간접투자까지 합치면 4000억원 이상이 묶여 있어 이번 갈등은 단순한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시장 전반의 신뢰를 흔드는 사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SK스퀘어는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다. 콜옵션 행사는 법적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이며, 현재 11번가의 기업가치가 2018년 2조7000억원에서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만큼 지분을 되사올 경우 주주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실제 SK스퀘어가 보유한 지분 80.3%의 장부가액은 6600억원에 불과하다. 콜옵션을 행사하면 재무적 손실이 발생하고 배임 리스크까지 제기될 수 있어 쉽게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다.
실적 악화도 문제다. 11번가는 지난해 매출이 5616억원으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75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은 전년보다 30% 줄어든 1139억원에 그쳤다. 영업손실은 97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며 개선세를 보였으나, 외형이 급격히 줄어드는 흐름은 장기적으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크다. 단순 비용 절감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턴어라운드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11번가는 사업 구조조정과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마진이 낮은 항공권 예약 서비스 등 비효율적인 사업을 철수하고, 해외여행·숙박 패키지 등 수요가 늘고 있는 부문을 강화했다. 최근 3개월간 해외 패키지 거래액은 전년 대비 143%, 국내 숙박 거래액은 33% 증가했다. 신규 판매자 확보를 위해 입점 절차를 간소화하고, 광고 포인트와 수수료 혜택을 확대하는 등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싣고 있다. 다만 외형 성장을 다시 끌어올릴 구체적인 성장 동력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점은 숙제로 남아 있다.
시장에서는 SK스퀘어가 전액 상환은 어렵더라도 일부 상환이나 조건부 합의를 통해 투자자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또다시 콜옵션을 포기할 경우 자본시장에서의 신뢰가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SK 계열사 주요 주주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안을 방치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
11번가 관계자는 "콜옵션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모회사와 투자자 간 계약 사안이라 저희가 공식적으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현재는 별도 매각 논의가 가시화된 바 없고, 내부적으로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회사를 만들 수 있도록 수익성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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