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깜짝 실적에도 주가는 횡보···계열분리 후 두 자릿수 하락 지분 스왑 가능성에 투심 약화···LX 주가 낮아야 구 회장에게 유리스왑 이후 최대 기대주는 LX세미콘···“지금보다 두 배 더 뛴다”
앞서 지난 5월 1일 구본준 회장은 LG그룹의 5개 계열사를 거느린 신설지주회사 ‘LX홀딩스’를 출범시켰다. 구 회장은 고 구자경 LG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고 구본무 전 LG 회장의 동생이다. 2018년 6월 조카인 구광모 회장이 LG그룹의 총수가 된 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으나 계열 분리를 통해 ‘LX그룹’을 진두지휘 중이다.
LX그룹의 일원이 된 LG상사, 판토스,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LG MMA는 계열 분리 이후 ‘LX인터내셔널’, ‘LX판토스’, ‘LX하우시스’, ‘LX세미콘’, ‘LX 엠엠에이(MMA)’로 사명을 바꿨다. 특히 상장사인 인터내셔널, 하우시스, 세미콘은 사명 교체와 함께 신규 사업 계획 및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공개하며 향후 주가 전망을 밝혔다.
LG그룹에서 분리된 LX 계열사들은 올해 상반기 예상을 뛰어넘는 깜짝 실적을 기록하며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LX인터내셔널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2390억원)은 지난해 연간 기록을 뛰어넘었고, LX하우시스 역시 전년 동기 대비 71%나 성장했다. 계열사 가운데 몸집이 가장 큰 LX세미콘도 상반기에만 지난해 매출의 73.6%를 거둬들이는 등 창사 이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LX 계열사들의 주가는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LX세미콘을 제외한 LX홀딩스,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등 3개사는 LX 편입 이후 3개월째 바닥을 기는 모습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X홀딩스의 주가는 지난 5월 27일 상장일 종가 대비 13.75% 급락했다. 상장 다음 날 고점(1만2500원)을 찍은 이후 연일 하락곡선을 그리더니 3개월이 지난 현재 1만원선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종합상사인 LX인터내셔널은 지난 13일 전 거래일 대비 1.21% 내린 2만8600원에 마감했다. 이는 계열 분리 직후 고점 대비 21.3%나 급락한 수치다. LX인터내셔널은 5월 3일부터 6거래일 동안 17.6% 급등하며 3만6350원까지 치솟기도 했으나 이달 들어 3만원을 밑돌고 있다.
인테리어·건자재업체인 LX하우시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현재 8만원대까지 내려온 LX하우시스의 주가는 지난 5월 11일 고점(10만7000원) 대비 17% 가량 떨어졌다. 7월 말 10만원을 재차 돌파하며 기대감을 높였으나 8월 들어 10거래일 중 7일을 하락 마감했다.
다만 LX세미콘은 꾸준히 우상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5월 3일 9만7400원에 머물렀던 LX세미콘은 지난 13일 11만7300원에 마감했다. 최근 4거래일 동안 조정을 받긴 했으나 이달 초 12만6200원까지 오르는 등 방향성이 뚜렷한 편이다.
증권가는 강력한 실적 모멘텀을 감안할 때 LX 계열사들의 현 주가는 크게 저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는 지분 스왑 가능성 때문에 주가가 눌려있다는 판단이다. 향후 구광모 회장의 LX지분 15.95%와 구본준 회장의 LG지분 7.72% 지분 스왑이 예상되는데, 통상 지분 스왑은 투자심리를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LX그룹은 구본준 회장이 주축이지만 LX홀딩스의 최대주주(15.65%)는 여전히 구광모 회장이다.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의 주식보유 비중이 상호 3%(상장사 기준)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지분정리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LX홀딩스 주가가 낮고 ㈜LG의 주가가 높으면 구본준 회장이 유리하다. 계열 분리 이후 주가가 부진하다 보니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구 회장이 의도적으로 주가를 누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기업분할 이후 주가 약세는 지분 스왑 가능성과 깊은 관련이 있어 보인다”며 “구본준 회장의 LG 지분 잠재 매도 규모는 최소 7000억원, 구광모 회장 외 특수관계인의 LX홀딩스 지분 잠재 매도 규모는 25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분 스왑 과정에서 주가의 변동은 이해 관계자의 득실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점에서 해당 이슈는 양사의 현재 기업 치에 분명하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슈 해결을 위한 대주주의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LX의 계열사들의 횡보세는 지분 스왑이 결정되기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분 스왑 이후 호실적과 신사업 구체화 등이 뒷받침되면 견조한 주가흐름이 예상된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LX 계열사들에 대한 우호적인 실적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장 기대가 큰 회사는 LX세미콘이다. 증권가는 LX세미콘의 주가가 1년 안에 두 배 가까이 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황고운 KB증권 연구원은 “LX세미콘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하고 목표주가(22만원)를 51.7% 상향한다”며 “LX세미콘의 12개월 선행 PER은 6.6배로 피어 대비 76% 낮은데, 하반기에도 견조한 실적 흐름이 전망돼 저평가 해소가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X세미콘에 대한 목표주가를 23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며 “현 주가는 ROE 51%, 배당수익률 5%, 순현금 기업에 대한 가치로 생각하기 어려울 만큼 현저히 저평가됐으며, 빠르고 크게 상향 조정될 실적 전망치는 주가의 강한 상승세를 이끌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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