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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LG’ 후광 사라진 LX, 구본준 회장의 고민

오피니언 기자수첩

[김정훈의 인더스트리]‘LG’ 후광 사라진 LX, 구본준 회장의 고민

등록 2021.07.06 10:23

김정훈

  기자

reporter
“새로운 도전은 항상 쉽지 않다. 그러나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자. 우리 안에는 ‘1등 DNA’가 있다.”

지난 5월 3일 LX홀딩스 창립총회에서 구본준(70)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건낸 메시지다. 32년간 몸담았던 LG를 떠나 홀로서기 하는 구 회장은 신생 LX그룹을 이끄는 수장이 돼 ‘1등 정신’을 되새겼다.

이달부터 LG상사와 LG하우시스는 ‘LG’ 간판을 떼고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로 사명 교체를 공식화했다. LG를 없애고 ‘LX’ 로고를 쓰는 LX그룹은 재계 순위 50위권에서 새 출발하게 됐다.

그러나 LX그룹의 첫 시작은 발걸음이 꽤나 무겁다. 글로벌 브랜드 LG가 아닌 낯선 브랜드 LX를 알리고 키워나가야 하는 숙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말 LG는 13개 자회사 출자부문 중 LG상사 등 4개 자회사를 인적분할해 신설지주를 세우는 계열분리안을 발표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추진돼 온 사업구조 고도화 전략의 일환으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는 게 LG그룹 입장이었다.

그 과정에서 소속이 바뀐 직원들은 구본준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사전에 소통이 없었다는 것에 불만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설지주회사 LX홀딩스 자회사로 옮겨간 직원들 중 근속년수가 짧은 20~30대에선 이직을 고민하는 이들이 적잖이 있다고 한다. 4대 그룹에 속하는 LG 명성과 회사 규모를 보고 열심히 취업 준비를 해 입사에 성공했으나 LX그룹으로 소속이 바뀐 것에 대한 불만이라고 할까.

LX홀딩스 자회사에 다니는 30대 직원 A씨는 “소속이 바뀌는 과정에서 회사에서 위로금 얘기도 없어 내부 불만을 키웠다”고 했다. 그는 “이직을 고민하는 동료들이 생겼고, 당장은 아니지만 LG와 비슷한 수준의 대기업으로 옮겨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LG전자 MC(모바일 커뮤니케이션)부문 소속이었다가 스마트폰 사업 철수 발표 이후 LX그룹으로 이동한 직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재계 4위 그룹사 직원에서 50위권 회사 직원으로 신분이 바뀌었으니, 보상 차원의 위로금은 적어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내부 불만이 있다고 한다.

글로벌 브랜드 LG와 신생 LX의 이름값은 분명 차이가 크다. 지난해 지주사 (주)LG가 LG전자, LG화학,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에서 벌어들인 LG 상표권 사용료만 해도 2700억원이 넘는다. 글로벌 브랜드 LG의 이름값이 사업을 영위하는 데 그만한 가치를 지닌다는 의미다.

신생 LX 브랜드로 이동한 직원들 불만이 자연스레 나오는 배경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LX그룹의 자산 총액은 8조원에 조금 못 미쳐 재계 순위는 50위 권이다. 반면 LG그룹의 자산은 총 137조원 규모로 재계 4위다. 숫자만 봐도 LG그룹 직원들의 LX그룹 이동은 달갑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LX그룹이 재계 30위권, 더 나아가 20위권으로 성장한다면 ‘스펙 좋은’ 취준생들이 LX그룹에 입사하길 희망하는 날이 올 것이다.

다시 돌아보자. LX그룹은 새 출발을 시작했다. 헬스케어, 전자상거래, 2차전지 소재 등 다양한 신사업이 날갯짓을 하기 위해서는 경영진과 임직원이 서로 화합할 때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LX 명함을 판 직원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면 ‘베테랑’ 구본준 회장의 책임감이 막중하다.

LG라는 뿌리는 같으나, LX는 익숙하지 않은 간판임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경영진과 직원 간 소통이다. 결국 구본준 회장의 사업 추진력과 리더십이 LX그룹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시선을 바꿀 수 있다. LX가 글로벌 브랜드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뉴스웨이 김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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