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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우 “‘군도: 민란의 시대’ 속 내 모습 힙합스타 모티브”

[인터뷰] 하정우 “‘군도: 민란의 시대’ 속 내 모습 힙합스타 모티브”

등록 2014.07.21 10:49

수정 2015.02.03 20:43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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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배우에게 강렬한 임팩트의 배역은 양날의 칼이다. 그 임팩트를 통해 대중들의 주목을 집중시키고 이를 이용해 인기에 대한 발판, 그리고 연기력 입증의 잣대로 활용할 수도 있다. 반면 ‘이미지 고착’이란 위험성도 따른다. 그 배우를 보면 그 캐릭터를 지울 수 없어 새로운 작품에 대한 몰입도를 떨어트리게 된다. 감독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이 점이다. 실제 그렇게 사라져 간 배우들이 국내외로 수 없이 많다. 하지만 어디에나 예외는 있다. 그 예외가 바로 하정우다. ‘추격자’의 살인마 ‘지영민’도, ‘비스티 보이즈’ 양아치 ‘재현’도, ‘멋진 하루’의 능글남 ‘병운’도, ‘황해’의 격정남 ‘구남’도, ‘의뢰인’의 젠틀남 ‘성희’도, ‘범죄와의 전쟁’ 속 조폭 두목 ‘형배’도 모두 하정우의 모습이었다. ‘러브 픽션’의 찌질남 ‘구월’은 또 어땠나. 하정우는 정말 끝을 알 수 없는 배우다. 그가 이젠 타임머신을 타고 조선 말 천민 중의 천민 ‘쇠백정’ 돌무치로 변신했다. 그의 영화적 동지 윤종빈 감독과의 4번째 협업이다. ‘군도: 민란의 시대’다.

우선 워낙 기대작이고, 배우 라인업 또한 만만치가 않다. 보증된 흥행 수표 하정우는 물론이고, 여자들의 ‘로망’ 강동원의 제대 후 복귀작이 ‘군도’다. 영화계에 흥행 불패 공식은 여럿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하정우+윤종빈 감독’ 조합이다. 알려진 대로 두 사람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선후배다. 절친 중에 절친이다. 이번 ‘군도’는 두 사람이 4번째로 함께 한 작품이다.

“감독과 주연은 4번째고, ‘베를린’에서의 배우와 배우로서 만남까지 하면 5번째죠. 하하하, 혹시 어떠셨어요. 제가 출연한 영화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전 재미있었어요. 객관성을 분명히 가져야 하는 데 사람 맘이 어떻게 그렇게 되나요(웃음). 회차도 102회차 됐어요. 일반 상업영화보다 좀 길었죠. 러닝타임도 2시간 17분이라 좀 길어요. 그런데 언론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생각보다 짧게 느껴졌어요. 전, 아주 만족스러워요.”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그의 영화적 동지이자 절친 윤종빈 감독은 첫 작품 ‘용서받지 못한 자’부터 전작 ‘범죄와의 전쟁’까지 상당히 묵직한 주제를 가볍게 풀어내는 연출 능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군도’는 스스로가 ‘재미에 빠져 보고 싶었다’고 말할 정도로 윤종빈스럽지 않은 점은 강하다. 우선 ‘활극’이란 단어 자체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영화 속 곳곳에 담긴 유머 코드도 그렇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해요. 윤 감독의 전작들도 그랬고, 제가 연기한 ‘추격자’ ‘황해’ ‘베를린’ 등 모두 무거운 역할이 많았어요. 사실 그 작품들에선 연기톤 자체가 무거워야 했죠. 하지만 이번 ‘군도’에선 제가 무거워야 할 필요가 없었어요. 전 귀여움을 담당했다고 말하고 싶죠(웃음). 강동원이 있잖아요. 하하하. 기본적으로 돌무치(도치)는 코믹적인 요소가 많은 인물이에요. 그냥 관객들이 절 보고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생각했고, 윤 감독도 동의했죠. 전 형님들 모시고 몸을 낮추기만 하면 됐어요.”

그가 낮춘 몸의 높이는 뜻하지 않은 유머 코드로 ‘군도’의 양념이 됐다. 극중 하정우가 18세란 장면은 관객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 것이다. ‘군도’의 또 다른 멤버인 마동석이 22세란 대사에선 웃음을 넘어 황당함을 느낄 법도 하지만 이 역시 웃음으로 넘기기에 충분한 정도다. 물론 감독의 계산이고 타당성이 충분히 있는 설정이라고.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사실 그 장면에서 좀 말들이 많으신 분들도 있어요. 근데 그거 결코 웃으라고만 넣은 대사는 아니에요(웃음). 당시 조선말의 평균 수명이 35세였데요. 채 마흔을 못 넘기는 거죠. 특히 천민들은 못먹고 일만 죽어라 했으니 골병이 들고 일찍 죽는 거죠. 노화도 빨랐데요. 제가 극중에서 18세, 정신연령은 12세고, 동석이형이 22세, 강동원이 20대 중반이었어요. 근데 생각하면 좀 웃기긴 해요(웃음)”

우선 재미는 둘째고 외모부터가 파격이다. 아니 더럽다. 문제 그대로 진짜 ‘더럽다’. 하정우도 웃으면서 ‘인정’이라고 천연덕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민 중에 천민 ‘쇠백정’이니 더러운 건 필수적이다. 극 초반 ‘돌무치’일 때는 더벅머리를 고수했다. 이후 ‘도치’로 거듭나면서는 민머리의 스킨헤드로 변신한다.

“스킨헤드는 대학 때도 자주해서 사실 큰 결심이나 그런 건 없었어요. 셰익스피어 소설 ‘오델로’의 추남 장군 ‘오델로’를 모티브로 설정한 것이구요. 잘 들어맞았다고 생각해요. 머리를 조금 씩 흔드는 ‘틱 장애’ 설정이 조금 주목을 끄는 것 같은데, 그건 윤 감독을 보고 즉흥적으로 제가 넣어 본 거에요. 윤 감독이 편한 순간이 되면 자주 하는 버릇이거든요. 솔직히 기분 나뻐할 줄 알았는데 나중에는 ‘형 조금만 더 털어봐요’ 이러더라구요. 하하하.”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하지만 그 민머리가 하정우를 죽도록 고생시켰다니 참 웃지도 못할 순간이었다. 촬영장에서 하정우의 첫 일과는 새벽마다 일어나 면도칼을 머리에 대는 것이라고. 뙤약볕에 하루 종일 촬영을 하고 나면 민머리가 태양열을 모두 흡수한다고. 그리고 밤이 되면 그 머리에서 열이 나서 죽을 맛이었단다. 그는 “정말 태양열에 대한 공부를 제대로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군도’의 무리에 들어간 뒤부터 ‘돌무치’는 ‘도치’란 이름을 부여 받고 새로운 인물로 탄생한다. 흡사 히어로 무비의 영웅 각성 같은 설정이랄까. 그의 모습에서 여러 영화 속 캐릭터의 그것들이 오버랩 됐다. 하정우도 부정하지 않았다. 아니 그런 느낌을 여러 캐릭터에서 가져왔단다.

“좀 많은 배역들을 참고했어요. 우선 ‘군도’는 철저한 상업영화에요. 관객 분들이 보고 즐기시는 게 최우선이고, 그리고 그 안에서 ‘도치’란 야생마가 어떻게 사랑을 받아야 할까 고민했죠. 영화 ‘핸콕’의 윌 스미스, ‘캐리비안의 해적’ 조니 뎁 등의 껄렁하고 모자란 느낌을 좀 주고 싶었어요. 우선 지능이 좀 떨어지잖아요. 시선 처리도 좀 멍해요. ‘추설’의 멤버가 될 때 얼굴에 피로 문지르는 데 좀 반응이 늦게 와요. 잘 보시면. 도치는 좀 그런 인물이에요. 모션은 좀 힙합스타 같은 느낌이랄까. 수레를 끌고 가는 걸음걸이를 보면 리듬감이 좀 있어요. 레이 찰스나 스티브 원드의 음악 리듬. 되게 거창하네요. 얘기하다 보니. 하하하.”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그의 그런 노력도 사실 강동원이란 극강의 비주얼 배우가 상대역이 되면서 묻힌 점이 많다. 아니 관객들의 시선이 강동원에게 고정되는 게 맞다고 표현해야 옳다. 영화 속에서 악역인 강동원은 ‘나쁜놈’이고 ‘남자’인데도 ‘아름답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정도로 매혹적이다. 더욱이 ‘도치’의 야생성과 맞부딪치니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정말 멋진 배우에요. 비주얼 적인 면은 부정조차 못하겠고. 사실 그 점보다 전 강동원의 집요함에 놀랐어요. 제가 ‘더 테러 라이브’ 촬영때부터 동원이는 액션스쿨에서 준비를 했더라구요. 4년 만의 복귀작이잖아요. 동원이의 노력이 다른 배우들에게도 전달이 되더라구요. 그게 시너지가 되면서 정말 윤 감독까지 철저하게 준비를 하게 됐구요. 그 엄청난 현장이 일사천리로 움직였어요. 누구 하나의 공으로 돌리고 싶지는 않지만 굳이 따지자면 전 강동원을 꼽고 싶어요. 대단한 노력파에요.”

현재 하정우는 자신의 두 번째 연출작인 ‘허삼관 매혈기’를 찍고 있다. 이날 인터뷰로 인해 ‘허삼관 매혈기’ 제작진은 하루 휴가에 돌입했다며 웃는다. 이 시나리오는 사실 꽤 오래 전 자신에게 연출 제의가 들어왔던 작품이다. 그때는 거절했지만 세월이 흐르고 다시 오자 조금은 자신이 붙었단다. 그 시간의 흐름이 하정우를 좀 더 단단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본인도 부인하지 않았다. 윤종빈 감독은 ‘허삼관 매혈기’ 시나리오를 위해 하정우와 2박 3일간 숙식을 함께 하는 수고도 아끼지 않았단다. 하정우는 윤 감독은 ‘허삼관 매혈기’ 공동 각색자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란다. 두 사람의 인연은 그렇게 이어져 가고 있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하나의 톤으로 정리되지 않는 하정우, 분명 ‘군도: 민란의 시대’를 통해 그는 또 다른 세계를 정복할 것이다. 그게 하정우라 대중들은 기꺼이 그 점령을 당할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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