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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 민란의 시대’, 어느 것도 버릴 게 없다

[무비게이션] ‘군도: 민란의 시대’, 어느 것도 버릴 게 없다

등록 2014.07.16 16:22

수정 2014.07.17 13:59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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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도: 민란의 시대’, 어느 것도 버릴 게 없다 기사의 사진

우선 ‘군도: 민란의 시대’는 135억원의 순제작비가 투입된 만큼 볼거리 면에선 올해 여름 시즌 개봉을 앞둔 ‘사극 대작’ 영화 가운데 ‘톱’ 자리를 충분히 노릴만하다. 부제 ‘민란의 시대’에 집중한 듯 시대적 배경 자체가 조선 500년 역사 가운데 민초들의 고통이 가장 극심했다는 철종 시대다. 영화적 모티브도 실화에서 따왔기에 재미적인 면에서 모자람이 없다.

우선 ‘액션 활극’이란 장르적 타이틀에 걸맞게 선악 구도가 명확하다. ‘군도’로 지칭되는 의적단 지리산 ‘추설’의 면모가 너무도 화려하다. ‘대장’ 이성민을 필두로, ‘브레인’ 조진웅, ‘힘’ 마동석, ‘여성 캐릭터’ 윤지혜 등 비율 분배가 절묘하다. 여기에 준비된 히든카드가 바로 하정우다.

연출을 맡은 윤종빈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하정우는 전작 ‘더 테러 라이브’에서의 인텔리한 모습에서 벗어나 조선시대 최하층 계급인 쇠백정 ‘돌무치’로 변신해 기발한 캐릭터를 완성했다. 시나리오상 ‘지능은 12세, 실제 나이는 18세’란 다소 황당한 설정이 결코 가볍지 않게 다가오는 것은 오롯이 하정우의 몫일 것이다. 잔머리를 채는 ‘틱 장애’ 설정부터 불안한 시선처리와 어기적거리는 리듬감의 걸음걸이는 하정우가 만들어 낸 ‘돌무치’에 대한 고도의 계산이었다. 이 계산은 극중 ‘돌무치’와의 대척점에 선 ‘공공의 적’ 조윤(강동원)과의 관계설정 때문으로 보인다.

 ‘군도: 민란의 시대’, 어느 것도 버릴 게 없다 기사의 사진

강동원이 맡은 조윤은 극중 유일한 ‘악역’이다. 하지만 강동원이란 극강의 비주얼 배우가 맡았기에 여심을 움직이는 ‘동정심’이 따를 수밖에 없다. 캐릭터 스토리도 그렇다. 전남 나주지역 대부호이자 지역 관찰사인 조대감(송영창)의 서자인 그는 태생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갈구하고 그 사랑이 증오로 변모되는 인물이다. 일종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다른 이름이 극중 ‘조윤’이다.

결론적으로 이유가 따르는 ‘악역’이면서 조선 최고의 도(刀)력자인 그는 ‘추설’ 무리를 소탕해야 하는 지역 유지이자 권력자이고, ‘추설’ 무리 특히 그 안에서 에이스로 자리한 ‘돌무치’(후에 도치)의 피지배층의 계급투쟁에 대한 대전제가 두 인물의 설정에서 출발하게 된다.

 ‘군도: 민란의 시대’, 어느 것도 버릴 게 없다 기사의 사진

반상의 계급이 명확했던 조선시대 양반 계층의 권력을 ‘서자’인 ‘조윤’으로 표현한 것은 윤종빈 감독이 선택한 일종의 스토리적 아이러니 포인트가 될 수도 있겠다. 또한 민초들의 한을 대변하는 ‘추설’의 집단 역시 추구한 목표 자체가 민생 권력이란 점은 ‘군도’가 얘기하고 싶은 계층 간 분쟁의 골이 시대적 배경과 맞물리며 얼마나 극명했는지를 보여주는 코드이기도 하다. 윤종빈 감독이 “심장이 뛰는 상업영화에 대한 갈망”을 전했지만, 사실 세밀하게 뜯어보면 윤 감독이 지금까지 전작에서 계속적으로 얘기해 왔던 계층 간의 갈등이 ‘군도’에도 담겨 있다.

물론 ‘군도’가 그런 갈등의 구조만을 영화적 재미로 풀어낸 깊은 의도만이 도드라진 영화는 아니다. 쇠백정에서 복수의 칼날을 갈고 무공을 수련해 의적단의 에이스로 거듭나게 되는 ‘돌무치’의 성장 과정이나, ‘서자’란 태생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려 드는 ‘조윤’의 필사적인 몸부림, 여기에 저마다의 특징을 내세운 무기로 권력에 대항하는 의적단 ‘추설’의 멤버들은 할리우드 히어로 무비의 공식에 충실한 모양새다. 상업적인 선택에선 완벽하게 정답인 결정인 셈이다.

 ‘군도: 민란의 시대’, 어느 것도 버릴 게 없다 기사의 사진

무엇보다 ‘군도’가 영화적 재미에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흥밋거리를 던지는 포인트는 전문 성우를 기용한 내래이션 설정이다. 윤종빈 감독은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통해 전해 듣는 고전 전례동화의 느낌을 강조하고 싶었단다. 절묘한 선택이자 또 다른 재미다.

빼놓을 수 없는 포인트는 ‘군도’만이 표현할 수 있는 액션 시퀀스다. ‘돌무치’에서 ‘도치’로 변신하게 된 하정우는 투박한 쌍칼 액션을 선보인다. 1995년 서극 감독의 액션 걸작 ‘칼’에서 본 듯한 힘과 빠름이 느껴진다. 조윤은 당대 최고의 무예인답게 부채와 칼을 이용한 무공이 중국 무협지 수준의 그것으로 느껴질 정도다. 일격필살이란 말이 어울리게 그의 칼부림에 ‘추설’ 단원들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간다. 도치와 조윤의 영화 속 하이라이트인 대나무숲 대결 장면은 ‘와호장룡’의 대나무숲 대결 미장센을 떠올릴 정도로 유려하다. 하정우의 힘과 강동원의 예리함이 부딪친 파열음이 만들어 낸 ‘군도’ 최고의 명장면이다.

 ‘군도: 민란의 시대’, 어느 것도 버릴 게 없다 기사의 사진

유머 코드도 ‘군도’에선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 실제 40대에 접어든 마동석이 22세, 30대 중반의 하정우가 극중 18세란 대사는 관객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두 배우의 능청스러움이 어색함을 덮어 버리고도 남는다.

굳이 ‘군도’의 약점을 들추자면 윤종빈 감독의 전작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용서받지 못한 자’ ‘비스티 보이즈’ ‘범죄와의 전쟁’ 등을 통해 윤 감독은 어떤 굵은 심지를 작품 속에서 심어왔다. 단단한 뼈대 위에 살을 한 겹 한 겹 입히는 그의 스토리 구성 방식이 관객들에게 재미를 전했고, 작품의 완성도에 힘을 실어줬다. ‘군도’의 경우 워낙 출연하는 인물들이 많고 그에 따른 감독의 고른 시선 배분이 오히려 그런 맛을 떨어트린다. 마지막 한 방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그곳에서 나온다.

 ‘군도: 민란의 시대’, 어느 것도 버릴 게 없다 기사의 사진

하지만 현실과 180년의 시간차를 두고 ‘군도’는 묘한 합일점을 전한다. 고단한 민초들의 삶은 그때나 지금이나 달라진 바 없다. 힘을 가진 자는 더욱 힘을 원하고, 힘이 없는 자는 짓밟히고 짓눌리는 데 익숙해지기를 강요받는다. 시계를 뒤로 돌리거나 앞으로 끌어 당겨도 ‘군도’(群盜)는 어디에 있는 것 같다. 윤종빈 감독의 해학과 주제 의식이 ‘군도’를 통해 날카롭게 관통하고 있다. 재미와 주제 그리고 비주얼 모든 면에서 ‘군도’의 파괴력은 올 여름 극장가 핵폭탄으로 떠오를 만하다. 개봉은 오는 23일.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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