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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헝가리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있을까?

[무비게이션] 진짜 헝가리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있을까?

등록 2014.02.27 17:36

수정 2014.02.28 08:21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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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헝가리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있을까? 기사의 사진

이제 우리 나이로 겨우 46세인 미국 출신의 웨스 앤더슨 감독은 수많은 ‘아트 버스터’들을 만들어 낸 고집쟁이다. 27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국내 공개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아트 버스터의 장인’으로 불리는 웨스 앤더슨 감독 미학의 결정판이란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보여준다.

영화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 한 창이던 동유럽 주브로브카 공화국. 이 ‘듣보잡’ 가상 공화국에 빼어난 절경 속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있다. ‘그랜드’란 단어에 어울리게, 거대한 크기를 자랑하지만 한편으로 그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휑한 느낌이 크다. 세계 최고 부호 ‘마담D’(틸다 스윈튼)가 이곳을 다녀간 뒤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그는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명화 ‘사과를 든 소년’을 호텔 지배인이자 연인 구스타브(랄프 파인즈)에게 남긴다. ‘마담D’의 아들 드미트리(애드리언 브로디)는 어머니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구스타브를 살인자로 모함하고, 구스타브는 호텔 로비보이 ‘제로’(토리 레볼로리)와 함께 누명을 벗기 위해 기상천외한 모험을 떠난다.

 진짜 헝가리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있을까? 기사의 사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제목처럼 호텔 자체가 하나의 중요한 배우다. 영화 시작과 함께 화면을 가득 채우는 유화채의 건물은 애니와 실사의 구분을 지워버릴 정도의 오묘한 느낌을 준다. 이 같은 톤은 영화 자체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이끌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무너트리는 독특한 동력이 된다. 비단 호텔 자체의 분위기만은 아니다. 영화 전체에 등장하는 건물들이나 외경은 고딕과 바로크 양식의 중간점에 위치한 기괴함 여기에 애니와 실사 그리고 미니어처 3가지의 혼동을 줄 수 있는 ‘시각적 트릭’까지 더해져 가상의 공간을 완벽한 하나의 세계로 구축해 내는 데 성공한다.

이 같은 공간은 영화 속에서 완벽한 좌우 대칭구조로 이뤄진 채 스크린 미학의 절정을 그린다. 또한 전작 들을 통해서 보여지는 웨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횡으로 떨어지는 카메라 워크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서도 긴박함과 경쾌함 그리고 재기발랄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촉매제로 사용됐다. 흡사 1970년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그것’을 닮은 듯한 인상이다. 일부 장면에선 스톱 애니메이션, 매트 페인팅(합성 배경 그림) 기법까지 동원하며 몰락한 동유럽 특유의 색채를 되살리는 데도 주력했다.

 진짜 헝가리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있을까? 기사의 사진

무엇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전지적 작가시점, 다시 말해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을 첨가해 스크린 위 ‘그림’에 대한 부연 설명으로 영화적 개성을 드러낸다.

이런 모든 요소가 더해지면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관객들이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만든다. 과장되고 기괴하며 비현실적인 공간, 그리고 횡으로 떨어지는 카메라워크의 움직임을 따라가다 보면 흡사 토끼굴에 빠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마저 든다.

 진짜 헝가리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있을까? 기사의 사진

사실 이 영화의 진짜 묘미는 영화 곳곳에 숨은 명배우들을 찾는 재미다. 주인공 구스타브역의 랄프 파인즈가 가장 눈에 띄지만, 그의 연인 ‘마담 D’가 국내 영화 ‘설국열차’에 출연했던 틸다 스윈튼이란 사실은 영화팬들을 경악케 만들 정도다. 여기에 영화 포스터를 가득 채운 저 배우들이 모두 이 영화 속에 출연한다. 사실 말도 안되는 캐스팅 라인업이다.

하지만 이 엄청난 배우들을 한 작품에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영화 역사상 가장 기이하고 괴상하며 특색 있고 환상적이며 경쾌한 영화임에 틀림없다.

 진짜 헝가리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있을까? 기사의 사진

참고로 부다페스트는 동유럽 국가 헝가리의 수도다. 실제 그곳에 이 호텔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꼭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본 뒤 당신도 분명 그럴 것이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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