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사업보고서에 이건희 회장의 학력은 ‘서울대(박사)’로 표기돼 있다. 일본 와세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의 학력을 알고 있는 사람이면 고개를 갸우뚱거릴 수 있다.
그러나 서울대 학력이 틀린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이 지난 2000년 서울대로부터 경영학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았기 때문이다.
이건희 회장은 내국인으로 6번째로 서울대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특히 경영학 명예박사 학위는 처음이었다. 명예박사란 박사 학위 과정이나 논문 심사 없이 말 그대로 박사의 명예만 주는 것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에는 “학술발전에 특별한 공헌을 했거나 인류문화의 향상에 특별한 공적이 있는 자”에게 주도록 돼 있다.
당시 서울대는 “이건희 회장은 기술과 인재를 자본으로 삼아 기업이 발전해야 한다는 신념과 경영관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을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려놓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당시 삼성그룹이 서울대에 기부한 금액은 500억원이 넘었다. 이 회장이 명예박사 학위를 받은 해에 서울대에는 ‘삼성암연구동’이 건립되기도 했다.
명예박사 학위를 학력으로 내세우는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 현대그룹 창업주 고 정주영 회장은 명예박사 학위가 9개가 되지만 언제나 최종학력이 ‘초등학교 졸업’임을 당당히 밝혔다.
남부러울 일이 없을 것 같은 이건희 회장이 명예박사 학위를 바탕으로 서울대 학력을 내세우는 모습에서 우리나라 학력주의가 여실히 드러나는 것 같다. 또한 최근 이건희 회장의 손자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아들의 영훈중 부정입학 논란도 떠오른다.
영훈중은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일부 학부모들이 입시비리 의혹을 받으면서까지 자녀를 보낼 정도로 인기가 높은 학교다.
국어와 한국사 등 일부 과목을 빼고 전 과목을 영어로 진행하는 ‘영어몰입교육’을 바탕으로 명문고 진학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명문고 진학이 서울대를 비롯해 명문대 진학으로 이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삼성은 1995년 신입사원 공채부터 학력제한을 없앴고 올해도 ‘학력파괴’를 외치며 열린 인재채용을 표방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회장은 명예박사 학위로 명문대 학력을 내세우고 부회장은 아들의 명문학교 진학을 위해 입시부정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그룹의 ‘열린 인재채용’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혼자만의 생각일까.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sliz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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