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행' 김 부회장, 마스가 프로젝트 '키플레이어' 역할'1500억 달러' 한미 조선협력 전용 펀드···조선업계 '기대'
한국과 미국은 31일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미국 정부는 한국이 3500억 달러(약 487조원)를 투자하는 등의 조건으로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자동차 품목 관세 또한 15%로 하향 조정했으며 추후 부과될 반도체·의약품 관세도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다.
특히 이번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가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 관세협상의 한국 측 수석대표였던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마스가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미국과의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 달러는 선박 건조, MRO,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의 수장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마스가 프로젝트의 구체화를 위해 직접 워싱턴까지 날아갈 정도로 이번 협상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 3사 중 트럼프 행정부가 원하는 미국 내 직접 투자를 실제로 진행하고 있는 유일한 기업으로서 김 부회장을 '키맨'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김 정책실장은 "관계부처와 대통령실이 원팀으로 움직였고, 기업들 역시 조선업 등 주요 분야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적극 협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의 결과로 1500억 달러(약 208조4400억원)의 한미 조선협력 전용 펀드가 조성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추가적인 미국 투자에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국내 조선사들은 개화를 앞둔 미국 시장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투자 대비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계산에서 직접 투자에 보수적인 입장을 보였다. 단순한 시장 확대를 넘어 현지 운영 리스크, 투자 재원 조달에 따른 재무부담 리스크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마스가 프로젝트는 대규모 현지 투자와 이를 뒷받침할 대출·보증 등 금융 지원을 포괄하는 패키지로 구성되며 조선사 입장에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리스크를 줄일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조선업 펀드의 주요 쓰임새는 ▲국내 조선사의 미국 조선소 인수 및 시설·인프라 투자비(대출) ▲국내 조선사가 투자한 현지 조선소의 선박 수주 시 선박금융(보증) ▲자율주행선박·쇄빙선 등 미래투자 등이다. 펀드의 재원은 조선사의 현지 직접 투자 외에 한국수출입은행·한국무역보험공사 등 국책 금융기관의 대출·보증이 상당 부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이번 프로젝트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김동관 부회장이 새로운 투자안을 내놓을지도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고, 올해도 미국에 조선소 2곳을 둔 호주 오스탈 지분 확보전에 뛰어든 한화오션이 추가로 미국 조선소 인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기업 차원에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나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과 달리 직접 현지 투자에 소극적이던 HD현대도 미국과의 기술 협력에 공을 들이면서 기회를 관망하고 있다. 아직까지 미국 조선소를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내비치지는 않았지만 이번 기회로 가능성은 열려 있다.
삼성중공업도 "미국 현지 조선소와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며 기회를 엿보고 있는 상황이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대미투자 관점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던 HD현대 산하 조선업체가 향후 미국 조선업에 진출한다는 기대감이 상승했다"며 "대미 투자에 대한 중장기 수익성을 우려했으나, 정책금융 지원으로 부담이 줄게 됐다"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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