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흐름 이어지며 은행권 RWA 부담도 상승기업대출 RWA 부담 '이중고'···환율 진정 전망도
21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0.9원 내린 1392.1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8일 1393원까지 치솟으며 14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 1350원에 그쳤으나 불과 보름 만에 약 45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달러당 원화값이 1390원대로 하락한 것은 두 달여 만이다.
원화값이 하락하는 이유로는 대외 악재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고강도 관세 정책에 따른 무역 불확실성이 커지며 강달러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관세 충격이 물가를 자극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점도 달러 강세에 힘을 실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해임설 등도 불확실성을 자극한다. 현재 파월 해임설이 달러 약세로 시장에 반영되는 중인데 논란이 계속될 경우 위험회피 심리가 고조되면서 위험통화로 분류되는 원화 가치를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도 악재가 존재한다. 연초 원화값 하락기에 전략적 환헤지에 나선 국민연금이 지난 5월 초 이를 종료했다. 국민연금은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환율로 달러를 매도하는 전략인 선물환 매도를 늘리면서 달러를 팔아 원화 가치를 방어해왔는데 이를 중단한 것이다.
국민연금의 달러 매입이 늘어나는 점도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국민연금은 연말까지 약 50조원 규모의 해외 투자를 계획 중인데 해외 투자는 달러로 결제되기에 투자가 늘수록 외환 시장 내 달러 매입이 늘어나 원화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은행권은 또다시 불거진 고환율 가능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금융당국이 최근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50% 감축을 요구하면서 은행들은 하반기 수익성 악화가 예고된 상황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은 기존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액(정책대출 제외)을 7조2000억원 정도로 잡았는데 이번 감축으로 약 3조6000억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은행의 재무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통상 환율이 상승하면 은행의 외화자산의 원화 평가액이 그만큼 불어나 위험가중자산(RWA)도 증가하게 된다. 환율 상승에 따라 외화대출의 원화 환산금액이 늘면 그만큼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늘어날 수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하반기 가계대출 감축으로 수익성 제고를 위해 기업대출로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인데 고환율이 이어지면 RWA 이중고를 맞이할 수 있다. 기업대출은 통상 가계대출보다 부실 위험이 크다고 여겨져 RWA 가중치가 더 높게 산정된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RWA 부담이 가중되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지속적으로 오르면 은행들이 외화를 해외에서 조달해오는 데 있어 비용이 올라가고 이는 곧 은행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환율 상승 현상은 차츰 진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환율 하락 전환의 재료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환율 급등에 따른 레벨 부담, 수출업체 네고(달러 매도) 유입, 국내 주식 외국인 순매수 등 수급 요인이나 외환당국의 구두 개입 가능성을 고려하면 추가 상승 속도는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선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전략이 환율에 영향을 미치더라도 그 정도는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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