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트코리아랩에서 열린 '2024 아트코리아랩 페스티벌'에서 '모더레이터로 AI 휴머니티'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16일 국회에 따르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정성호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중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태우 비자금을 끝까지 처벌하고 국고로 환수하는 게 5·18 정신"이라며 "비자금이 제대로 회수될 수 있도록 법무 행정에 신경 써달라"고 요청했다.
장 의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추징금 선고 후 돈이 없다고 호소했는데도 (아들이 이사장으로 있는)문화센터에 152억원을 기부하고, 보험료 210억원을 납부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 일가가) 소득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바하마나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10개 설립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성호 후보는 "전부 동의하며, 앞으로 업무에서도 이를 명심하고 노력하겠다"며 장 의원 발언에 힘을 실었다.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임광현 국세청장 후보 인사청문회에서도 '노태우 비자금'이 도마에 오른 바 있다.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세청은 노태우 일가의 자산이 증여·대여·상속의 형태로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끝까지 추적해야 한다"며 "2008~2009년 국세청이 실기 했던 것처럼 다시 조세 채권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증식하고, 그 돈을 증여·대여·상속하는 과정을 추적해 국세청이 조세 정의를 살려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임광현 후보도 공감의 뜻을 표시했다. 임 후보 역시 작년 7월 국회 기재위 업무보고에서 노태우 비자금을 지목하며 "전직 대통령의 정당하지 못한 자금을 추징했어야 하나 그렇지 못했다면, 국세청이 조세 정의 차원에서 세금으로라도 환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노태우 씨 측은 1997년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받고 2013년 이를 완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비자금에 대한 새로운 의혹이 포착되면서 논란이 불거진 상태다.
당시 노 관장 측은 김옥숙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1990년대 초 선경(SK) 측에 300억원이 전달됐다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 돈을 노태우 씨의 비자금으로 추정했다. 또 이 '300억원'은 1조3800억원에 달하는 재산분할 결정의 핵심 근거가 됐다. 김옥숙 여사의 메모에는 '선경' 꼬리표가 달린 300억원 외에 가족 등에게 각각 배정된 604억원이 더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메모지 한 장으로 노태우 정권의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904억원이 30여 년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난 셈이다.
이후 김 여사가 2000년경 차명으로 농협중앙회에 보험료 210억원을 납입한 기록과 아들 노재헌 씨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 등에 2016~2021년 152억원을 출연한 사실이 드러나며 은닉 자금을 증여세 없이 물려줬다는 의혹이 더해졌다.
이에 국회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비자금 환수와 실체 규명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장경태·박준태 의원 등은 부정축재한 비자금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몰수제' 등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노태우 비자금 재조사와 과세는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5월 대선 후보자 시절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국가 폭력 또는 군사 쿠데타 시도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처벌하고, 소멸 시효를 없애 상속자에게도 민사상 배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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