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10만명 대상 '프로젝트 한강' 테스트美, 스테이블코인에 눈 돌려···국내 은행들도 '갸웃'편의성·혜택 부족···한은 "실험 단계일 뿐, 보완 가능"
한국은행은 지난 4월 '프로젝트 한강' 디지털화폐 실험을 시작했다. 프로젝트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BNK부산 등 7개 주요 시중은행이 참여했다. 일반인 10만명을 대상으로 디지털화폐의 실제 활용성을 검증하는 테스트로, 은행 예금을 예금토큰으로 전환해 현금처럼 물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은 주도 '프로젝트 한강'···디지털화폐 시대 오나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글로벌 주요 중앙은행들이 디지털자산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CBDC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 4월부터 '프로젝트 한강'이라는 이름으로 CBDC 실사용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CBDC란 국가 주도의 중앙은행이 발행·관리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 화폐를 뜻한다. 기존 실물 화폐를 디지털로 대체하거나 보완하는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결제의 편의성을 극대화하고 금융 접근성을 향상시키며 보안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공공 목적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화폐다. 민간 기업이 주도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과 차이를 보인다.
한국은행은 수년 간의 준비 끝에 지난달 '프로젝트 한강' 디지털화폐 실험을 시작했다. 프로젝트에는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BNK부산 등 7개 주요 시중은행이 참여했다. 일반인 10만명을 대상으로 디지털화폐의 실제 활용성을 검증하는 테스트로, 은행 예금을 예금토큰으로 전환해 현금처럼 물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세븐일레븐과 교보문고, 이디야커피, 하나로마트 등 오프라인에서 CBDC를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현대홈쇼핑 일부 상품과 신한은행 배달 플랫폼 '땡겨요', K-POP 굿즈몰 '모드하우스'에서 결제 수단으로 쓸 수 있다.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되는 프로젝트 한강은 1차 테스트로, 올 4분기에는 2차 테스트가 계획돼 있다. 한은이 개인이 아닌 시중은행 전용 CBDC를 발행하고 시중은행이 거래고객의 예금을 '예금토큰'으로 전환해 유통시키는 2계층 모델을 검증하는 게 골자다.
한은이 공들인 CBDC···'낙동강 오리알 신세' 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CBDC 미국 내 발행을 금지하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의회도 지난 20일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규율하는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를 사실상 통과시켰다. 그래픽=박혜수 기자
최근 미국이 CBDC가 아닌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적극 지원하고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CBDC 미국 내 발행을 금지하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육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미국 의회도 지난 20일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규율하는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를 사실상 통과시켰다.
여전히 중국이 CBDC에 집중하고 있지만 이는 금융시스템에 대한 정부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테이블코인이 대세로 떠오르면 '프로젝트 한강'을 통해 CBDC를 정착시키려는 한국은행의 목적이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주요 은행들도 스테이블코인에 눈을 돌리고 있다.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등은 원화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을 준비하고 있다. 이르면 연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파일럿 성격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나설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은행권 "띄우기만 급급"···한은 "아직 시스템 검증 단계"
한국은행은 프로젝트 한강과 관련해 제기되는 지적 사항은 추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현 단계는 시스템 검증 차원일 뿐 사용화 단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4월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 총재는 은행장들에 올해 하반기 테스트를 시작하는 '프로젝트 아고라'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한강'에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행장들에게 프로젝트 한강에 필요한 비용의 3분의 1을 한은이 부담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은행권은 다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시범 사업이라지만 2달이 다 돼가는 프로젝트 한강에 여전히 보완할 점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기존 결제시스템에 비해 편의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혜택 부문에서도 고객을 유인할 점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부 매장에서는 예금 토큰이 가능하다는 안내도 찾아보기 어렵고 직원들이 예금토큰을 모르는 경우도 생겼다. 또 예금토큰을 이용하기 위해선 QR을 이용해야 하는데 일부 매장에선 스캔이 불가능한 경우도 발생했다.
소비자 불편은 실사용률에 반영됐다. 한은에 따르면 이달 21일 기준 총 6만7800여 개 전자지갑이 개설됐지만 사용처에서 결제된 건은 2만8700건(42.3%)에 그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기존 간편 결제 시스템과 비교했을 때 편의성이 오히려 떨어지고 혜택도 부족해 이용할 이유가 없는 시점"이라며 "개선 사항이 많음에도 한국은행이 CBDC를 띄우기 위해 급급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국은행은 제기되는 지적 사항은 추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현 단계는 시스템 검증 차원일 뿐 사용화 단계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총재는 지난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한강 프로젝트는 예금토큰을 추후 바우처로 쓸 수 있는지, 프로그램을 넣을 수 있는지, QR 통해 고객의 돈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테스트 해보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나중에 보편화되면 예금토큰도 한번만 누르면 이용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는데 시범운행 중이라 전산도 분리한 것일 뿐"이라며 "지금 당장 계좌를 여는데 오래 걸린다, 거래량이 적다고 하는 것은 파일럿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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