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협력 강화로 시장 점유율 확대 관측HD현대삼호 스마트 크레인 기술력 등 주목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근 중국산 항만 크레인과 기타 장비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관련 공청회를 열었다. USTR은 지난달 17일 중국산 항만 크레인에 대한 100% 관세 부과 계획을 밝힌 바 있는데, 관련 의견을 듣겠다는 의도다.
이는 중국이 미국 내 항만 크레인 시장을 차지한 것이 주요 배경이다. 미국 정부는 중국산 크레인이 미국 물류 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산 항만 크레인을 통한 안보위협은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제기돼 왔다.
미 하원 국토안보위원회는 중국산 항만 크레인에 대해 조사를 마친 뒤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심각한 보약 취약점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한 조치로 USTR은 지난달 중국산 항만 크레인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100%로 상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이와 관련해 공청회를 여는 것이다.
항만 크레인은 약 5조원에서 6조원 규모의 발주가 꾸준히 발생하는 시장이다. 지난 2023년을 기준으로 글로벌 크레인 시장 점유율은 중국 ZPMC가 72.8%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독일 립헬이 7.2%로 2위를, 일본 미츠이가 6.4%로 3위, 중국 삼일이 4.8%로 4위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HD현대삼호가 유일하게 3.6%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중국산 항만 크레인 교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HD현대가 수혜를 볼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현재는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에 밀려있으나,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정보 유출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어 향후 사업 기회가 확대할 수 있다는 게 국내 업계의 시각이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오른쪽)이 16일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개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참석차 방한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제주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HD현대 제공
정 수석부회장이 내세운 HD현대삼호는 컨테이너 크레인, 조선소용 크레인 및 벌크 이송용 크레인 등 다양한 크레인을 제작하고 있다. 컨테이너 이송 대차가 2개 정착된 자동화 스마트 컨테이너크레인인 'DTQC(Double Trolley Quay Crane)'도 생산 가능하다.
설계부터 제작, 시운전까지 전 공정을 자체 수행할 수 있는 사업 역량을 갖춘 셈이다. 향후 연간 10기의 크레인을 제작할 수 있도록 생산 설비 증설 검토도 계획 중이다.
향후 HD현대가 미국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선 'BABA(Build America, Buy America)' 정책을 충족해야 한다. 크레인 부품의 55% 이상을 미국산으로 조달하고, 최종 조립은 미국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가격 경쟁력도 풀어야 할 숙제다. 국내 크레인 업계는 2000년대 들어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잃어왔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시장 개척을 위한 보안 마케팅과 더불어 생산 원가 절감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HD현대 관계자는 "한국 정부도 국산 항만 장비 육성 계획을 갖고 있어 발주 증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023년 '항만기술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마련했다. 국산 항만 크레인 우선 사용, 관련 기술의 실증 지원, 전문 인력 양성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이를 기반으로 2031년까지 항만 장비 국산화율 90%, 세계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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