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 이유는

단순·인적분할로 '삼성에피스홀딩스' 설립

CDMO·바이오시밀러 두 사업 분리 예정

고객사 우려 불식·주주 가치 제고 목적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단순·인적분할을 통해 '삼성에피스홀딩스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한다.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분리하는 게 목적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포함한 자회사의 관리 및 신규투자 등을 목적으로 하기 위해 '삼성에피스홀딩스'를 설립한다고 22일 공시했다. 분할기일은 오는 10월 1일 0시 예정이다.

CDMO·바이오시밀러 완전 분리···고객사 우려 불식

이번 분할의 목적은 사업을 분리해 일부 고객사들의 이해상충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불식하는 것이다. 삼성그룹의 바이오는 CDMO 사업을 영위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로 구성돼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 100%를 보유한 형태다.

다만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최근 바이오시밀러 외 신약 개발까지 연구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 또한 생산과 연구를 함께 하는 상황. 따라서 고객사들이 그동안 기술 수출 관련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온 만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사를 분할해 우려는 잠재우고 사업 경쟁력은 강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삼성에피스홀딩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지분 100% 승계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자회사 관리 및 신규 투자 사업 부문이 분할돼 설립되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을 100% 승계하게 된다. 김경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가 삼성에피스홀딩스의 대표이사도 겸임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분할로 인해 지배구조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아메리카만 소유하게 되는 형태로 변경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100%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자회사가 되며,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바이오 관련 신사업을 영위하는 '신설 자회사' 두 곳을 거느리게 된다.

기업 분할은 주주가 기존법인과 신설법인의 주식을 지분율에 비례해 나눠 갖게 되는 인적분할 방식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존 주주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과 삼성에피스홀딩스 주식을 0.6503913 대 0.3496087의 비율로 교부 받게 된다.

분할은 오는 7월 29일 증권신고서 제출, 9월 16일 분할 승인을 위한 주주총회 개최 등의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되며, 삼성에피스홀딩스 출범 예정일은 10월 1일이다.

또 삼성에피스홀딩스 출범 이후 10월 29일 존속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변경 상장 및 신설회사인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재상장이 진행될 예정이다. 신주 배정 기준일 전날인 9월 29일부터 변경상장 및 재상장일 전날인 10월 28일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거래는 일시 정지된다.

삼성바이오 분할 이후···각 사 경쟁력 강화 방안 제시

인적분할에 나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각 회사의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을 내세웠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새로 출범하는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신사업 진출과 자회사 사업관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및 차세대 기술 발굴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먼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제2바이오캠퍼스를 바탕으로 고객 수요 대응에 나선다. 제2바이오캠퍼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32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 중이다. 지난 4월 18만 리터의 5공장이 완공됐으며 동일한 캐파의 6공장은 27년, 이외 7공장과 8공장 또한 추가될 예정이다.

글로벌 거점 확대도 진행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뉴저지, 보스턴에 이어 최근 일본 도쿄에 세일즈 오피스를 개소한 바 있다. 현재 글로벌 탑20개 제약사 중 17개사를 고객사로 확보했는데, 글로벌 탑40으로 눈을 넓혀 신규 고객사 수주 타깃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해외 인수합병(M&A)과 증설을 통해 추가 성장 기회도 모색할 전망이다.

삼성에피스홀딩스의 운영은 자회사 사업관리와 신사업 진출, 수익 구조 세 가지로 나뉜다. 자회사 사업관리에선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비롯한 회사의 전략을 수립하고 협업 기회를 찾는 등 글로벌로 나아가는 데 초점을 맞출 생각이다.

바이오 산업이 매해 10% 가량 성장하고 있는 만큼,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 전망이다. 시밀러 사업도 커져가고 있지만, 바이오 의약품 시장 내 규모는 3% 수준에 불과한 까닭에서다. 따라서 항체, 유전자 등 시장이 큰 모달리티로 눈을 돌릴 확률도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에피스홀딩스 또한 장기적으론 M&A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기존 주력 사업인 바이오시밀러를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항체 개발 플랫폼을 기반으로 바이오시밀러를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직접 판매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모두 활용해 환자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주주가치 위해 분할 진행···중복 상장 없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이번 분할의 목적 중 하나가 '주주가치 제고'라고 강조했다. 유승호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DMO 수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로 이질적인 사업을 하고 있지만 한 번에 투자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동안 회사가 저평가된 부분도 있었고, 분할하면 각 성향에 맞는 사업에만 투자할 수 있어 이점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금융당국이 분할 자회사의 5년 내 중복 상장을 제재하고 있는 추세에 맞춰 현재 상장 검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형준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사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상장에 대한 질문이 많지만 지금 이야기 하기엔 너무 이르다"며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바이오 업계에서 중복 상장이 도마 위에 오른 만큼, 투자자들의 우려를 잠재운 셈이다.

또 유사장은 이번 분할로 인해 투자자들이 얻는 불이익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존 주주가 부담해야 할 세금 등의 내역은 없다"며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객사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던 것을 해결하기 위해 분할을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