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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캐즘 장기전'···전기차에서 '로봇'으로 눈 돌리는 K-배터리

산업 에너지·화학

'캐즘 장기전'···전기차에서 '로봇'으로 눈 돌리는 K-배터리

등록 2025.05.21 12:59

수정 2025.05.21 14:53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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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 베어로보틱스·테슬라에 공급삼성SDI와 현대차의 로봇 원통형 배터리 개발로봇 배터리의 '높은 에너지 밀도·경량화' 핵심

사진=홍연택 기자사진=홍연택 기자

전기차의 수요가 잠시 브레이크를 밟자, 배터리 기업들이 새 활로 찾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미래 성장성이 높은 로봇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선 모습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부터 베어로보틱스가 생산하는 서빙용 로봇인 '서비 플러스', '물류용 자율주행로봇 카티' 등에 배터리 셀을 공급 중이다. 지난해 11월 MOU(업무협약)를 체결한 이후 원통형 2170 배터리를 단독 공급하고 있다.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2세대'에도 LG에너지솔루션의 4680 배터리가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머스 2세대는 지난 2023년 공개되었지만, 2026년 대량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납품 시점도 이 시기로 점쳐진다. 4680배터리는 2170 배터리 대비 에너지 용량은 5배, 출력이 6배가량 높다.

삼성SDI는 지난 2월 현대차·기아와 로봇 전용 배터리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현재 개발 중에 있다.

양사는 공통적으로 '크기 대비 높은 에너지 밀도'가 로봇 배터리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은 24시간 사람 곁에서 AI(인공지능)·센서·모터 등 고성능 기능을 동시에 구동해야 해 순간적으로 많은 전력을 요구한다. 현재 개발된 휴머노이드 로봇 가동시간은 2~5시간에 불과하다. 옵티머스 2세대의 경우 한 번 충전 시 최대 5시간까지 작동이 가능하다.

동시에 배터리 무게는 가벼워야 한다. 배터리는 특히 무거운 부품 중 하나로 꼽히기에 기업들은 이를 줄이기 위해 경량화 설계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옵티머스가 2013년 첫 공개되었을 당시 로봇 무게는 15㎏에 달했으나, 현재는 89㎏까지 무게를 줄였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또한 1세대 57㎏에서 2세대에서는 10㎏ 줄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와 ESS(에너지저장장치)처럼 배터리 공간에 제약이 없는 제품과 달리, 로봇은 부피 제한이 엄격한 만큼 에너지밀도와 동시에 공간 효율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피 제한이 있는 공간에서 에너지 효율, 안전성, 설계 유연성을 고려했을 때 '원통형 배터리'가 최적의 선택지로 꼽혔다. 원통형 배터리는 음극, 양극, 분리막을 얇은 필름 형태로 겹겹이 말아놓은 '젤리롤 구조'를 가지고 있다. 덕분에 한정된 공간에 많은 활성 물질을 집어넣을 수 있어 높은 중량, 부피 에너지 밀도를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셀을 소형 단위로 유연하게 배치할 수 있어 로봇과 같은 복잡한 구조에도 적합하다. 발열 구조도 균일하기에 고출력 시에도 안정성이 보장되어 있다. 반면 파우치형 배터리는 구조상 부피 활용이 어렵고, 각형 배터리는 구조상 로봇 설계 유연성이 떨어진다.

삼성SDI 관계자는 "기존 개발한 배터리 라인업 일부를 테스트해 봤지만 장시간 사용 등에서 다소 아쉬운 점이 있었다"며 "버전 업그레이드를 위해 고객사와 고성능 원통형 배터리를 연구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기업들이 로봇 시장에 진입한 배경에는 '전기차 캐즘의 장기화'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급성장한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최근 둔화하고 있다. 2021년 115.3%까지 높아진 글로벌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2022년 62.6%, 2023년 26.6%로 하향세로 가고 있다. 지난해 성장률은 20.9% 수준으로 추정된다. 급격한 둔화 흐름 속에서 배터리 기업들은 블루오션인 로봇 배터리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AI를 잇는 차세대 기술인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다음 주력 상품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에 집중하고 있고, 최대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 또한 휴머노이드 로봇에 특화한 AI 모델을 공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시장 전망도 밝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테크내비오에 따르면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연평균 53.45%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오는 2027년까지 20조9280억원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중장기 전략으로 로봇 시장에 선제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산업용 로봇 비중이 높지만, 개인용 시장으로 확장되면 로봇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며 "로봇은 기본적으로 무선으로 움직이는 기기인 만큼, 배터리가 핵심 부품이 될 수밖에 없다. 선점에 나서는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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