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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빗장 열리는 '의료용 대마' 규제···국내 제약사 준비는?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빗장 열리는 '의료용 대마' 규제···국내 제약사 준비는?

등록 2024.05.22 15:22

이병현

  기자

미국 법무부, 대마 규제 완화 절차 개시국내도 연내 대마 의약품 활성화 추진전문가 "CBD 효과 과장, 만능 진통제 아냐"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세계 각국이 의료용 대마 규제를 완화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대마 성분 의약품 제조·수입 허용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도 대마 관련 의약품을 새 먹거리로 개발하고 있지만, CBD(Cannabidiol, 칸나비디올) 효과가 과장됐다는 연구가 나오는 등 회의론도 여전하다.

폴라리스 마켓 리서치(Polaris Market Research)에 따르면 전 세계 CBD 시장의 가치는 2021년 기준 51억4000만 달러(약 7조6억원)로, 향후 연평균 성장률(CAGR) 16.9%로 커져 2030년까지 시장 규모 223억8000만 달러(약 30조4815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북미,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여러 지역에서 의료용 대마 규제가 완화되고 있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각국, 의료용 대마 규제 완화 추진



한국바이오협회는 지난 16일 미국 법무부가 대마 규제 완화를 위한 공식 절차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미국 법무부는 대마(마리화나)의 의학적 활용 확대를 위해 대마에 대한 규제를 1등급(Schedule I)에서 3등급(Schedule III)으로 낮추기 위한 규칙 제정 절차를 개시했다. 이를 위해 통제물질법(Controlled Substances Act, CSA)에 따라 대마를 규제물질 3등급으로 낮추는 내용을 연방 관보(Federal Register)에 제출했다.

대마는 미국 의회가 1970년 통제물질법을 제정한 이래 줄곧 1등급 규제물질로 분류됐다. 이런 추세가 바뀐 것은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다.

지난 2022년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법무부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연방법에 따라 대마가 어떻게 정해져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 검토를 시작하도록 요청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검토의견을 토대로 보건복지부는 법무부에 대마를 1등급에서 3등급으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관련 근거자료를 보냈다. 이번 조치는 이에 따른 결과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미국에서 대마의 규제등급이 낮아진다면 대마의 의학적 연구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고 사용이 합법화되어 의학적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료용 대마초 규제 완화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아시아에서는 지난 2018년 태국이 최초로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했고, 지난해 일본도 대마단속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이르면 올해부터 대마 성분인 CBD의 의약품 이용을 허가했다.

서양에서는 이미 의료용 대마 합법화 물결이 일어난 지 오래다. 캐나다에서는 지난 2018년 의료용을 넘어서 기호용 대마초 사용까지 전면 합법화했고, 영국에서도 같은 해의료용 대마 처방 사례가 처음으로 보고됐다.

독일은 지난 2017년 대마법 개정안을 발효해 중환자에게 다른 치료 선택이 가능하더라도 추가적인 특별 승인조치 없이 의사가 대마초를 처방하는 것을 허용하게 됐고, 지난 4월 1일부터는 공식 약물 금지 목록에서 대마초를 제외하며 기호용 대마초까지 합법화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CBD 기반 약물 개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일 외신에 따르면 아바타 바이오사이언스(Avata Biosciences)는 전 GW 파마슈티컬스 임직원과 함께 간질과 기타 신경 질환을 위한 고형 CBD 의약품을 개발하고 있다. GW의 전 글로벌 마케팅 책임자였던 루퍼트 헤이네즈(Rupert Haynes) CEO, 최고 의료 책임자인 앤드류 사이치(Andrew Saich) 박사, 지적 재산권 책임자인 크리스 헤이즈(Chris Hayes) 박사를 포함해 현재 GW의 전 직원 상당수가 아바타에서 임원직을 맡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이전에 사피엔트 테라퓨틱스(Sapient Therapeutics)로 알려졌던 이 바이오제약 회사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SAP-021'에 대한 FDA 승인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SAP-021은 제약 등급 CBD를 함유한 경구 투여 캡슐로 현재 규제 당국이 승인한 유일한 대마초 기반 간질 발작 치료제인 에피디오렉스(Epidiolex®)와 경쟁할 것으로 회사는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1상 시험 결과는 에피디오렉스와 비교해 SAP021의 '내약성 및 생체 이용률'을 입증했다.

한국도 의료용 대마 산업 활발



국내에서도 당국의 규제 완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지난 2019년 자가 사용을 목적으로 국내 대체치료제가 없는 희귀‧난치질환 치료를 위한 대마성분 의약품의 구입 허용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공포했다. 이에 따라 현재 희귀난치병 환자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KODC)에서 대마 기반 의약품을 구입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8월에는 '식의약 규제 혁신 100대 과제'에 대마 의약품 활성화 정책을 포함시키며 대마 성분 의약품 국내 제조·수입을 허용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식약처 규제혁신 추진현황'에 따르면 식약처는 신산업 지원 차원에서 올 12월 31일까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할 계획이다.

국내 바이오 기업도 CBD 관련 제품 개발에 나섰다.

유한건강생활은 인벤티지랩과 의료용 대마 후보물질을 활용한 장기지속형 주사제 공동개발·상용화 계약을 지난 2022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인벤티지랩은 유한건강생활이 보유한 의료용 대마초 후보물질(YC-2104)에 마이크로플루이딕을 적용해 최소 1개월, 최대 3개월까지 효과가 지속되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신약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두 회사는 지난 1월에도 비만·당뇨 치료 장기지속형 주사제에 대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하는 등 활발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에이치엘비(HLB)생명과학은 CBD 활용 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출자기업 네오켄바이오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에이치엘비생명과학은 이번 협약으로 네오켄바이오에서 의약품 개발을 위한 대마 추출물을 독점으로 공급받는다. 이 물질로 암, 뇌전증, 치매, 파킨슨병 등 난치성 질환에 대한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씨티씨바이오는 지난 2월 CBD 구강용해필름(Orodispersible Film, ODF) 제제연구와 생산 공정연구를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씨티씨바이오는 지난 2017년부터 대마사업 특구로 지정된 경상북도 안동에서 소아뇌전증 치료제로 쓰이는 대마 의약품 '에피디올렉스'를 필름형으로 바꾸는 연구를 진행했다.

대마의약품은 대부분 액상으로 판매되고, 특성상 맛이 매우 맵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대마의약품에 맛을 입힐 수 있는 필름형으로 제형을 바꾼다면 상업성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씨티씨바이오는 현재 대마 합법국인 태국 현지 제약사에 기술이전과 글로벌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금호 씨티씨바이오 사장은 "회사의 독보적인 구강용해필름 기술 제조 노하우를 활용해 태국에서 의료용 CBD ODF을 생산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라며 "올해 마약류관리법 개정으로 국내 제조 생산이 가능해지면 식품의약품안전처 인허가 절차를 거쳐 국내에도 도입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마 효과 과장 논란도



다만 시장의 기대와 달리 CBD 효과가 일부 과장됐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20일 메디컬 리퍼블릭(The Medical Republic)은 의료용 대마 연구에 대한 메타 분석에서 CBD가 위약에 비해 진통에 유의적으로 더 큰 효과를 보이지 않은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저널 오브 페인(The Journal of Pain)에 발표된 이 메타연구는 대마의 진통효과에 대한 16개 연구 중 15개 연구에서 CBD가 위약을 능가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했다.

중독 의학 전문가인 니콜라스 린저리스(Nicholas Lintzeris) 부교수는 "진통제로서 CBD와 THC를 함께 사용하는 것이 THC나 CBD만 사용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으로 보인다"며 "SNS에서는 CBD가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지만 학계에서는 CBD가 만능 진통제로 간주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용량 CBD는 신경 세포의 흥분성을 약화시키기 때문에 간질과 같은 질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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