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마운자로 돌풍, 승자독식 경쟁 심화특허 만료 임박, 저가 복제약 공세도 변수시장 재편 가속화, 후발주자 차별화 전략 불가피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30일(현지 시각) 뉴욕증시에서 7.25% 하락한 50.03달러(약 6만9000원)로 마감했다. 전날 22% 급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하락세다.
주가 폭락의 주요 원인은 주력 제품인 비만 치료제 '위고비'의 경쟁력 하락과 후속 경쟁 제품의 등장이다. 위고비는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기반의 약물로, 체중을 평균 15% 감량시키는 효능을 입증하며 '기적의 다이어트 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경쟁사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면서 위고비의 점유율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릴리의 마운자로는 GLP-1뿐만 아니라 GIP 수용체에도 작용하는 이중 작용 기전으로 위고비보다 더 강력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72주 동안 평균 20% 체중 감량이라는 우월한 결과를 기록하며 미국 내 점유율에서 위고비를 추월했다. 올해 1분기 기준, 릴리의 시장 점유율은 53.3%로, 노보의 46.1%를 넘어서며 그 격차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노보는 2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
글로벌 경쟁 격화는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노보는 최근까지 한국에서 '위고비'의 유통을 도매업체인 블루엠텍과 함께 진행했으나, 7월 들어서 종근당과 국내 영업 및 마케팅 제휴를 논의 중이다. 이는 경쟁약 마운자로가 다음 달 국내 출시 예정인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을 지키려는 전략이다. 종근당은 국내에서 위고비를 유통하며, 마운자로의 등장에 맞서 점유율 1위를 방어하려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경쟁 격화에 노보는 가이던스를 하향했다. 노보는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올해 매출 증가율 전망과 순이익 성장률을 기존치에서 5% 이상 크게 낮췄다. 오젬픽의 미국 판매와 위고비의 일부 해외 시장 판매 전망도 하향 조정했다. 노보는 실적 발표 자리에서 경쟁사 공세 등을 매출 둔화 요인으로 꼽았는데, 마운자로와의 경쟁이 당초 노보가 예상했던 것보다 거세졌다는 걸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경쟁업체인 일라이 릴리는 다음 달 7일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으로, 증권가에서는 2분기 실적이나 하반기 가이던스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이피모간체이스의 크리스 스콧(Chris Schott) 애널리스트는 "이번에 언급된 문제는 시장 전체가 아닌 노보 노디스크 고유의 문제"라며 "올해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마운자로) 판매 추이는 견고하며, 특히 신규 진입 환자 사이에서 릴리 의약품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급격한 점유율 변동은 비만 치료제의 특성에서 비롯됐다. 비만 치료제는 사용 환자가 능동적으로 약물을 갈아타는 경향이 있는데, 마운자로가 효능에서 앞서 나가며 일종의 독주 체제가 형성된 것이다. 비만약 시장이 승자 독식 체제로 전환되며 후속 비만약 개발 기업의 발등에는 불이 떨어졌다.
국내 기업은 대부분 효능, 제형, 복용 편의성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6월 삼중작용제 파이프라인 LATRIA(GLP/GIP/GCG)의 첫 글로벌 1상 데이터를 공개했는데, 여기서 우수한 안정성을 보였다. 이외에 '체중 감량'과 '근육 증가'를 동시에 실현하는 UCN 2(Urocortin 2) 유사체 신약 후보물질 'HM17321'도 단독 및 병용으로 개발 전략을 세워 연내 임상 1상 진입을 노리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멧세라에 경구용 파이프라인 'MET-097o·MET-224o'을 기술수출한 상태로, 연말 1상 데이터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외에 일동제약, 삼천당제약, 프로젠 등이 경구용 비만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특별한 차별성이 없을 경우 가격 경쟁력 등에서 경쟁이 힘들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과 인도 등에서 이르면 내년 삭센다와 위고비 제네릭 출시가 예고된 상태이다. 현재 노보 노디스크가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출시될 경우 저가 제네릭 공세 탓에 비슷한 수준의 효능으로는 상업성을 갖추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임해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업의 성장이 뚜렷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비만 치료제 관련 기업에 투자해도 되는 단계는 지났다"면서 "비만 치료제 산업 내에서 옥석 가리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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