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병원 수보다 '돈 버는 병상'···가격전쟁 속 씨어스 플랫폼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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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수보다 '돈 버는 병상'···가격전쟁 속 씨어스 플랫폼 시험대

등록 2026.08.07 17:07

이병현

  기자

저가 수주 여파, 매출 인식 시차가 주요 변수활성 병상 전환율이 플랫폼 가치 결정대웅제약 2분기 실적은 리브레 판매 둔화 영향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국내 인공지능(AI) 입원환자 모니터링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시장 선두업체인 씨어스(SEERS)의 실질적인 성장성이 첫 시험대에 올랐다. 다만 최근 일부 병원 입찰에서 기존 공급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파격적인 조건이 제시됐다는 논란이 나오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씨어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은 325억원, 영업이익은 139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씽크 시스템 위주로 성장세를 지속했다는 분석이다.

당시 씨어스는 "가격 경쟁으로 인한 수주 감소나 매출 훼손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공개된 실적만 놓고 보면 씨어스 측 설명에 무게가 실리지만, 씨어스와 총판을 맡은 대웅제약의 매출 인식 시점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당장의 실적 방어만으로 시장의 출혈 경쟁 여파를 속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병상을 둘러싼 업계 관심은 이제 단순히 '누가 더 많은 병원을 확보했느냐'에서 '계약한 병상이 실제 설치와 환자 사용, 수가 청구, 재계약으로 얼마나 온전히 이어지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씨어스가 강조하는 플랫폼 가치 역시 이 전환율 입증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대웅 매출 감소, 씽크 부진 아닌 리브레 약세 탓


시장의 의구심을 키운 원인 중 하나는 대웅제약의 2분기 국내 디지털헬스 실적이다. 해당 매출은 올해 1분기 170억원에서 2분기 157억원으로 7.6% 감소했다. 2023년 이후 지속되던 우상향 흐름이 꺾이자, 일각에서는 씨어스의 입원환자 모니터링 플랫폼 '씽크(thynC)'의 현장 가동 속도가 둔화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내놨다.

그러나 세부 지표를 뜯어보면 씽크 부진으로 보기 어렵다. 키움증권 등 증권가 분석에 따르면 2분기 씽크 매출은 전분기 대비 오히려 늘었으며, 대웅제약 디지털헬스 부문의 매출 감소는 연속혈당측정기 '프리스타일 리브레'의 판매 둔화 영향이 컸다. 씽크를 도입한 일부 병원의 이용률은 기존 20%에서 40% 수준까지 상승했고, 리브레 판매 역시 6월부터 회복세로 전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분석은 국내 연속혈당측정기 시장의 전반적인 동향과도 궤를 같이한다. 경쟁사인 아이센스의 경우 1분기 40억원이었던 국내 연속혈당측정기 매출이 2분기 36억원으로 줄었다. 수출 호조로 전체 연속혈당측정기 매출은 84억원에서 94억원으로 늘었지만, 내수 시장 유통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대웅제약 개별 사업의 한계라기보다 2분기 국내 연속혈당측정기 유통 시장 전체가 일시적 약세를 보였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씨어스는 선발주, 대웅은 실사용 후 회수···가격 충격 시차


다만 현장의 저가 입찰 경쟁이 씨어스 사업에 아무런 충격을 주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도 없다. 구조적으로 씨어스와 대웅제약의 실적 반영 궤적이 시차를 두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공시 자료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대웅제약이 병원 공급을 위해 제품 패키지를 발주하는 시점에 씨어스가 상당 부분의 매출을 먼저 인식하는 구조를 띤다. 병상당 패키지 공급 대가는 약 350만~400만원 선으로 추정되며, 실제 현장 설치 시 구축 및 용역 매출이 추가로 발생한다. 결과적으로 병원에서 환자가 실제로 장비를 착용하는 시점보다 개발사인 씨어스의 매출 인식이 앞선다.

반면 대웅제약은 병원 설치가 끝난 후 환자들의 실제 사용량과 수가 청구 실적에 따라 투자금을 회수한다. 병원 계약이 대웅제약의 본격적인 이익 창출로 이어지기까지 통상 6개월이 소요된다. 만약 출혈 경쟁으로 병원 입찰 단가가 지속적으로 낮아지면, 그 타격은 우선 판매사인 대웅제약의 수익 배분과 투자 회수 기간 연장으로 나타나고, 이후 추가 발주나 재계약 협상 시 씨어스 측에 단가 인하 압박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씽크는 1분기 기준 이미 누적 1만 7000병상 설치를 돌파하는 등 가격 경쟁 탓에 성장판이 닫혔다는 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 최근 8월 기준으로는 전국 220여 개 의료기관에 약 2만 병상 운영 경험을 축적하며 초기 레퍼런스 선점에서는 선두 입지를 굳혔다.

간판 확보보다 중요한 '유상 가동 병상' 전환율


누적 병상의 양적 팽창이 곧 질적 실적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 향후 최대 관건이다.

발주 단계에서는 씨어스의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할 수 있지만, 판매 채널의 반복 매출 창출과 사업의 영속성은 전적으로 실제 환자 사용량에 달려 있다. 기기를 도입하더라도 기존 업무 흐름과 충돌, 전자의무기록(EMR) 연동 오류 등으로 현장 활용도가 떨어진다면 계약 숫자와 실제 현금 흐름 사이 괴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단순한 도입 병원 숫자를 넘어 전사적 전환율 지표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설치 병상 대비 실제 사용률 ▲병상당 월평균 사용일수 ▲수가 청구율 ▲기존 병동 확장률 ▲계약 갱신율 등이 향후 경쟁력을 가늠할 핵심 지표다.

경쟁사가 초저가 입찰로 고객사를 뺏어오더라도 안정적인 운영과 EMR 통합, 장애 대응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면 결국 이용률은 곤두박질친다. 반대로 초기 구축 단가가 다소 높더라도 운영 품질을 입증한 플랫폼 사업자는 병원 내 타 병동으로 확산할 명분과 락인(Lock-in) 효과를 얻는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덤핑 입찰 케이스는 매우 극단적인 입찰 사례로 보이며,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한계가 분명한 영업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씨어스가 대형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임상 데이터 확보와 시스템 고도화를 뛰어넘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과 재계약 유지율 등을 숫자로 증명해 내야 한다고 진단했다.

높은 판로 의존도와 재계약 허들


장기적으로는 특정 판매 채널에 대한 높은 의존도 역시 씨어스가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해 대웅제약을 통한 매출 비중이 90% 후반에 육박했던 만큼, 향후 고객 데이터와 가격 협상의 주도권을 판매사가 쥘 여지도 크다.

초기 계약 기간 동안은 영업망을 가진 대웅제약이 저가 입찰에 따른 부담을 어느 정도 흡수해 주겠지만, 시장 내 저가 단가가 '표준'으로 고착화될 경우 향후 신규 발주나 갱신 협상에서 씨어스 역시 납품가 인하 요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씨어스 관계자는 "실제 병원 입찰에서도 단순한 최저가보다 구축 경험, 플랫폼 운영 역량, 사후 지원 체계를 종합적으로 평가하며, 최근 일부 가격 경쟁 상황에서도 이러한 경쟁력을 인정받아 최종 사업자로 선정된 사례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면서 "씽크는 단순한 하드웨어가 아니라 병원 EMR 연동, AI 분석, 운영 프로세스, 고객지원까지 포함하는 플랫폼 사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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