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노스코와 젠바디는 각각 지난 4월과 이달 한국거래소 시장위원회에서 상장 예비심사 최종 미승인 통보를 받았고, 노벨티노빌리티·레메디·레드엔비아·앰틱스바이오 등 네 곳은 자진 철회로 심사를 중단했다. 모두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하던 기업들이다.
또한 이들 모두 기술성 평가를 큰 문제 없이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상장에 실패한 상황이다. 이는 거래소가 기술성 외의 다른 요소를 중요하게 고려했기 때문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복제상장'이라는 문제다.
제노스코는 기술성 평가에서 AA, AA 등급을 획득하며 신약 개발사 중 최초로 최고 등급을 받은 기업이다. 젠바디 역시 A, BBB 등급을 받으며 상장 요건을 충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소는 제노스코와 오스코텍 간의 로열티 수익 구조가 중복된다고 판단해, 이를 중복상장이나 쪼개기 상장과 비슷한 형태의 '복제상장'으로 보고 상장을 반려했다.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지만, 사업 모델이 지나치게 유사하고 중복된단 이유로 상장 심사에서 탈락했다.
젠바디는 코로나19 체외진단키트로 급성장한 기업으로, 비(非)코로나 제품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약 49억원의 매출 중 코로나19 관련 매출은 13억원, 비코로나 매출은 35억원으로, 2028년까지 비코로나 비중을 99%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거래소는 2023년부터 2024년까지 코로나 종식으로 인한 연속된 영업손실을 문제로 지적했다. 실적의 불안정성과 성장성 둔화가 상장 실패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나머지 네 개 기업도 사업성과 수익 구조에서 문제를 지적받았다. 이들 역시 기술성 평가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거래소는 기술력뿐만 아니라 기업의 성장 잠재력과 지배 구조 등 정성적인 평가 요소를 추가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이는 미래 성장성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상장 실패를 단순히 거래소의 문제로 돌리기보다는, 바이오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미래지향적인 규제 체계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중시하는 특수한 환경에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투자자 보호뿐만 아니라, 기술 중심의 기업들이 상장에 성공할 수 있도록 규제 방향을 재조정해야 할 시점에 왔다.
중국의 '성장 계층(Growth Tier)' 제도는 좋은 예다. 이 제도는 바이오 및 혁신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상장 문턱을 낮추고, 잠재력 있는 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한국 거래소 역시 이를 벤치마킹해, 바이오 기업들의 미래 성장 가능성을 평가할 수 있는 새로운 규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상장 문턱을 낮추는 것이 위험을 늘린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선택이 아닌 설계의 문제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시장 진입을 막기보다는 적정한 정보 공개와 사후 규제를 통해 투자자에게 판단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전 심사'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결국 시장 자율성과 혁신을 억누를 수 있다.
규제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구조 전환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심판만 탓해선 경기가 달라지지 않는다. 이제는 룰 자체를 바꿔야 할 때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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