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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항공엔진 1만대' 달인의 경지···한화에어로페이스 창원1사업장의 '푸른 화염'

산업 중공업·방산 르포

'항공엔진 1만대' 달인의 경지···한화에어로페이스 창원1사업장의 '푸른 화염'

등록 2024.04.15 16:00

김다정

  기자

항공엔진 1만대···45년간 '자주국방' 사명감'국내 유일'의 항공기용 가스터빈 엔진 생산2030년 중후반까지 전투기 엔진 독자 개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한 1만호 엔진 'F404'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한 1만호 엔진 'F404'의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때 이른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2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 엔진 시운전실에선 뜨거운 만 번째 불꽃이 피어올랐다.

공중에 매달린 F404 엔진의 출력을 최대인 1만7600파운드까지 올려 최종 연소 시험을 시작하자 커다란 광음과 함께 마하 1.5 속도로 비행을 가능케 하는 섭씨 1500도의 기다란 푸른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유사시 신속한 이륙을 위해 시동을 건 후 2~3분 내에 최대 출력까지 도달해야한다.

시운전을 마친 이 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한 만 번째 엔진이자 한국항공우주산업(KAI)로 출고돼 한국형 경공격기 TA-50에 장착된 후 우리 공군에 납품될 예정이다.

45년간 1만대 엔진 생산···韓 '군수산업의 심장'을 가보니


'국내 유일' 항공기 가스터빈 엔진을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979년 공군 F4 전투기용 J79엔진 창정비 생산을 시작으로 45년간 항공기와 헬기, 선박 등에 탑재되는 엔진 등 모두 1만대를 생산했다.

무기체계 엔진은 흔히 '심장'에 비유되곤 한다. 그 중에서도 창원1사업장은 전투기·항공기는 물론 한국형 헬기 수리온, 구축함 등 군수용 엔진조립과 민수용 항공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그야말로 우리나라 '군수산업의 심장'으로 평가된다. 이곳에서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엔진도 생산된다.

"1만 시간을 투자하면 달인이 된다는 데 지난 45년간 엔진 1만대를 생산했다는 건 달인의 경지가 아니냐"는 김경원 창원1사업장장의 말에서 그 자부심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가장 먼저 들어선 엔진조립동에선 직원들이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는 여러대의 기계 장치를 각각 둘러싸고 분주하고 진지하게 엔진 조립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엔진 조립 과정은 극히 일부 공정을 제외하면 작은 볼트 하나를 결합하는 일까지 전부 기술자들의 몫이다.

이승두 창원1사업장 생산담당 상무는 "엔진 조립은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기술자들의 손끝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는 20~30년 숙련된 기술자들이 있어 최고 수준의 품질을 자랑한다"고 자신했다.

여기서 조립된 엔진은 시운실로 옮겨져 최종 출하 전 깐깐한 시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또 FAA(미국 연방항공청), EASA(유럽항공안전청) 등 국제 공인기관을 통해 약 200여 항목이 넘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인증절차도 통과해야 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79년부터 생산해 온 항공엔진들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79년부터 생산해 온 항공엔진들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그 옆으로는 15일 엔진 만대 출하식을 앞두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979년부터 지난 45년간 생산해 온 항공엔진 실물이 시대별로 전시돼 있었다.

최초로 생산한 항공엔진 모델인 공군 F4 전투기용 'J79'엔진부터 최초의 국산 초음속 전투기 KF-21에 탑재되는 'F414'엔진까지 모두 엔진 생산업체로서 한화에어로스페스의 명성을 드높인 효자 엔진들을 한눈에 불 수 있었다.

'100% 국산화' 새로운 도전···"첨단항공엔진 개발은 필수"


이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원청 제작사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 항공 엔진을 생산해왔다면 이제는 독자적인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2030년 중후반까지 정부와 함께 KF-21 엔진과 동급 수준인 1만5000파운드급 첨단항공엔진을 독자개발하고 나아가 인공지능(AI), 유무인복합운용 등이 요구되는 6세대 전투기 엔진 개발도 추진한다는 중장기 비전이다.

현재 독자 전투기 엔진 기술을 가진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국 등 6개국에 불과하다.

이광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사업부장은 "무인기 전투 위주인 미래 전장의 위협도 증가에 대비해 유무인 전투비행체계에 적용할 고성능 엔진 개발이 필요하다"며 "독자엔진을 보유한 7번째 국가로서 위상을 높이고 파생 엔진 개발로 경제적·산업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첨단항공엔진 개발, 나아가 6세대 전투기엔진 개발은 도전적인 목표지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45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인프라, 정부 및 협력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엔진을 점검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직원들의 모습.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1사업장에서 엔진을 점검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임직원들의 모습.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글로벌 엔진업체도 감탄한 '스마트 팩토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신감의 원천은 '기술력'에 있다. 항공기의 심장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은 제조업 가운데서도 가장 까다로운 수준의 품질을 요구한다.

이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글로벌 엔진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업체들이 인정하는 파트너급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그 중심에는 차별화된 제조경쟁력을 갖춘 '스마트 팩토리'가 자리한다.

조운래 창원1사업장 엔진부품사업부 파트장은 공장 투어에 앞서 "이정도 수준의 스마트 팩토리는 전세계를 통틀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이 유일하다"며 "글로벌 빅3 항공엔진기업들도 감탄할 정도"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이날 방문한 창원1사업장 엔진부품 스마트 팩토리는 흡사 로봇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공장 내부에는 직원들 대신 거대한 무인운반로봇(AGV)이 돌아다니고 무수한 자동 조립 로봇, 연마 로봇, 용접 로봇이 정해진 공정에 맞춰 24시간 쉴 새 없이 엔진을 생산하고 있었다. 통로를 막고 서자 똑똑한 무인운반로봇은 경고음을 내며 속도를 줄이더니 장애물도 스스로 인지해 멈춰 섰다.

이곳에선 정밀함이 생명이다. 엔진에 들어가는 부품은 작은 결함에도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기 엔진 부품 특성상 1400도 이상의 고열을 견뎌야 하는 티타늄 같은 난삭 소재를 정밀 가공해야 하고, 머리카락 굵기의 100분의 1인 미크론 단위 오차까지 관리한다.

쉴 새 없는 공정 작업으로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다른 공장들과 달리 이곳의 실내 온도는 22도로 정확하게 유지된다. 온도가 단 1도라도 상승할 경우 금속재료의 미세한 팽창으로 정밀조립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국산화를 앞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F-21의 엔진 생산과 6세대 전투기 엔진의 개발을 위해 선제적으로 엔진 공장도 증설키로 했다. 2025년까지 약 400억원을 투자해 5000평 규모로 조성되는 엔진 공장은 IT 기반의 품질관리와 물류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팩토리로 지어진다.

김경원 창원1사업장장은 "항공엔진의 고장은 돌이킬 수 없는 인명, 재산 피해와 직결되기 때문에 매번 엔진을 만들 때마다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꼼꼼하게 작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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