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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계속되는 영풍의 '몽니'···갈 길 바쁜 고려아연, '신사업 어떡해'

산업 중공업·방산

계속되는 영풍의 '몽니'···갈 길 바쁜 고려아연, '신사업 어떡해'

등록 2024.03.21 15:25

김다정

  기자

지난 19일 주총서 표대결 '무승부'···하루 만에 소송전 격화영풍 "경영진의 경영·지배권 방어 목적"···고려아연 즉각 반박사업 방향성을 두고 마찰···향후 추가적인 '사업적 동맹' 제동

'한 지붕 두 가족' 고려아연과 영풍의 내부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래픽=이찬희 기자'한 지붕 두 가족' 고려아연과 영풍의 내부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한 지붕 두 가족' 고려아연과 영풍의 내부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사상 첫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지 단 하루 만에 양 가문의 갈등은 소송전으로까지 확대됐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풍은 지난해 9월 13일 고려아연과 현대자동차의 해외합작법인인 HMG글로벌간 이뤄진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해 신주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며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해외법인 HMG글로벌을 통해 약 5272억원을 투입해 고려아연 지분 5%(보통주 104만5430주)를 인수한 바 있다.

영풍 "'경영권 유지·확대' 목적" vs 고려아연 "적법한 절차 거쳐"


영풍이 고려아연의 현대차그룹 상대 유상증자에 소송을 건 배경에는 '경영권 분쟁'이 자리한다.

지난 19일 고려아연 주총에서 '신주 발행 대상을 외국 합작법인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삭제하는' 정관 변경안과 관련 "기존 주주 지분 가치가 희석될 우려가 있다"고 반대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영풍은 "신기술 도입, 재무구조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만 신주 배정을 할 수 있다"며 "위와 같은 사유가 없음에도 경영권 분쟁이 현실화한 상황에서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3자에게 신주를 배정했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신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대차뿐 아니라 한화· LG화학 등과 제3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 회장이 공격적으로 우호지분을 늘려간 끝에 양측의 지분 차이는 단 1%p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 기준 영풍 장씨 일가 지분은 32%이다. 여기에 맞서는 최 회장의 지분은 1.75%지만, 우호 지분을 합치면 33.2%에 달한다.

영풍은 "고려아연이 지난해 9월 HMG 글로벌에 신주 5%를 배정함으로써 영풍 측의 지분율을 넘어섰다"며 "결국 HMG 글로벌에 대한 신주 발행은 경영상 목적이 아닌 현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확대'라는 사적 편익을 도모한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고려아연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고려아연은 "HMG글로벌에 대한 제3자배정은 회사의 합리적인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으로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영풍이 현대차에 대한 유상증자를 반대했다면 그 당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등을 제기할 수 있었음에도 지금에 와서 신주발행무효 소송을 제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3세 경영' 균열의 시작···신사업 '동상이몽'


3세 경영을 시작으로 균열을 보이던 두 일가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갈 길 바쁜 고려아연의 신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번 갈등의 원인은 지분 확보 경쟁이지만, 74년간 유지돼 온 동업 관계에 균열이 생긴 발단은 이보다 복잡하다. 독립경영을 꿈꾸는 최윤범 회장과 고려아연을 놓을 수 없는 장형진 고문의 '미래 전략' 이해관계가 상충한 결과다.

최윤범 회장은 2022년 말 회장 취임 이후 '트로이카 드라이브'라는 비전 하테 기존 제련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2차 전지·신재생에너지·리사이클링 등 3대 신성장동력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창사 이래 첫 IR행사인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2033년까지 '트로이카 드라이브' 부문 매출 12조 2000억원을 포함해 총 25조3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반해 단일 최대주주로서 높은 배당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얻는 영풍은 신사업에 보다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서 결산 배당으로 1주당 '1만원'을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두 가문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 향후 신사업 추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이차전지·전기차 등 신사업 확장을 위한 설비투자에 쓰는 동시에 지분 교환 등을 통해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연이은 최대주주에 제동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고려아연이 우호지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이 자사주 교환이나 해외 합작법인에 대한 유상증자 방식만 활용할 수 있다. 이번 소송에서도 영풍이 승소할 경우 현대차그룹 우호지분이 빠지게 되는 것은 물론 추가적인 사업적 동맹도 어려워질 수 있다.

추후 계열분리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현실적으로 장씨 일가가 현금 흐름이 좋은 고려아연을 포기할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사사건건 충돌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의 주장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대체불가능한 새로운 기회로서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와의 협업을 통한 이차전지 밸류체인 구축, 전기차 산업 분야에서의 기술 교류 등 단순한 사업협력을 넘어 전략적 제휴를 통해 창출할 수 있는 기술적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부족하거나 이를 애써 부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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