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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고려아연 vs 영풍' 표대결···사실상 최윤범 회장 '판정승'(종합)

산업 중공업·방산

'고려아연 vs 영풍' 표대결···사실상 최윤범 회장 '판정승'(종합)

등록 2024.03.19 13:09

김다정

  기자

배당안 63% 찬성 '통과'···정관 변경 53% 찬성에도 '부결''캐스팅보트' 국민연금·소액주주 등 고려아연에 손 들어경영권 분쟁 계속···다음 주총에 정관 변경안 재차 올려

고려아연과 영풍의 사상 첫 주주총회 표대결은 '무승부'로 끝이 났다. 그래픽=이찬희 기자고려아연과 영풍의 사상 첫 주주총회 표대결은 '무승부'로 끝이 났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75년간 동업 관계를 이어오던 고려아연과 영풍의 사상 첫 주주총회 표대결은 '무승부'로 끝이 났다. 핵심 안건이었던 배당과 정관 변경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장형진 영풍 고문 측이 한 번씩 승기를 잡았다.

이번 사건으로 3세 경영을 시작으로 균열을 보이던 두 가문의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가운데 향후 경영권을 둘러싼 지분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첫 표 대결···배당안 '가결'·정관 변경안 '부결'


고려아연은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별관 6층에서 '제50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은 1949년 공동 창업 이후 75년간 동업을 이어온 고려아연과 영풍이 사상 처음으로 표 대결을 예고하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다.

영풍그룹은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했다. 장씨 일가가 지배회사인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를, 최씨 일가가 고려아연을 맡는 방식으로 두 가문이 3대째 공동경영이 이어오고 있다.

두 가문은 이번 주총에서 1주당 5000원 '현금 배당안'과 제3자 유상증자를 국내 법인에도 허용하는 '정관 변경안'을 두고 맞붙었다.

고려아연이 두 가지 안건을 상정하자 단일 최대주주인 영풍은 주당 1만원 현금배당을 요구하는 동시에 영풍은 주주가치 희석 우려를 이유로 제3자 배정 신주 발행 정관 변경에 반대하고 나섰다.

우호 지분을 더한 두 일가의 지분은 32∼33%로 엇비슷하기에 양측은 각각 의결권 대리 행사 권유업무를 맡을 법인을 선임하고 막판까지 소액주주 표심 확보에 주력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사측이 제기한 '배당 5000원' 안건이 62.74%의 찬성률로 통과됐다.

반면 '특별 결의' 대상인 정관 변경 안건은 부결됐다. 이날 출석 주주 53.02%가 찬성하면서 과반을 넘겼지만 특별 결의 사항 기준을 넘지 못했다.

과반 찬성만 얻으면 되는 배당 의안과 달리 특별 결의 사항인 정관 변경 의안은 참석 주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 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했던 만큼 당초부터 부결 가능성이 높게 예측된 바 있다.

영풍 측은 "많은 주주 분들이 표를 모아 준 덕분에 주주권을 침해하는 현 경영진의 전횡에 제동을 걸 수 있게 되었다"며 "최대주주인 영풍은 앞으로도 전체 주주의 권익 보호와 가치 제고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 측은 "상장사협의회가 권고하고 영풍을 포함해 97%에 달하는 상장사가 도입한 표준 정관을 도입하는 안건이 과반을 넘는 주주들의 찬성에도 특별결의 요건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면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경영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기존 핵심 안건을 제외한 △제3호 의안인 이사 선임의 건 △제4호의안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의 건 △제5호 의안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은 이날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고려아연은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별관 6층에서 '제50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고려아연 제공고려아연은 1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풍빌딩 별관 6층에서 '제50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사진=고려아연 제공

'캐스팅보트' 국민연금, 고려아연 '손'···최윤범 회장 '판정승'



고려아연과 영풍은 이번 표대결에서 반반 승리를 가져갔다. 하지만 캐스팅보트로 여겨졌던 국민연금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각에서는 최윤범 회장이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려아연의 지분 7.88%를 보유한 국민연금을 비롯해 주요 주주들 대부분이 두 안건 모두에 찬성표를 던지면서 과반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린 영풍의 주주가치 제고 요구에도 불구하고 소액주주와 국민연금이 현재 고려아연 경영진이 추진 중인 미래 신사업과 중장기 기업가치 향상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주총 표대결로 큰 관심을 끌었던 이번 주총은 이사회가 상정한 원안들이 대부분 통과되면서 기존 제련사업은 물론 고려아연 경영진이 추진하고 있는 미래 신사업과 경영방침, 주주환원 노력에 대해 주주들의 신뢰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주총을 계기로 창업주 집안 간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지분 경쟁은 이어질 전망이다.

지분율이 희석될 것을 우려한 장씨 일가의 거세 반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고려아연은 3자배정을 통한 신주발행 규모를 100분의 20으로 제한하는 추가 수정안 다음 주총에 다시 올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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