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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팝업 스토어의 문화 경제 메커니즘과 요건

전문가 칼럼 김헌식 김헌식의 인사이트 컬처

팝업 스토어의 문화 경제 메커니즘과 요건

등록 2023.10.04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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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업 스토어의 문화 경제 메커니즘과 요건 기사의 사진

2002년 블랙프라이데이 때 팝업 스토어가 처음 생겼다고 하는데, 우리에게는 익숙한 풍경이 있었다. 바로 깔세는 속된 말로 일컬어졌지만, 팝업 스토어의 원형을 확인할 수 있다. 깔세는 특정 공간을 임대할 때, 임대 기간에 대해 한꺼번에 임대료를 선지급하는 임대차 방식이다.

장기 임대를 하지 않고 짧은 기간 내에 매장을 운영하려 할 때 이런 깔세가 등장한다. 그렇게 얻은 매장을 깔세 매장이라고 하는데 초단기 임대 매장인 셈인데, 무보증금 선 월세 점포라고도 한다. 꼭 월세만이 아니라 며칠에서 2~3주 정도 점포를 운영한다. 이런 매장에서는 대개 반짝 상품 판매를 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신발, 잡화, 옷, 가정용품 등 저렴한 가격에 팔고 순식간에 철수한다. 2002년 블랙프라이데이의 팝업 스토어도 일상용품이면서 저렴한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블랙프라이데이는 물론 깔세와 마찬가지로 팝업 스토어도 짧은 기간 안에 매장을 운영한다. 하지만 깔세처럼 저렴한 이미지와는 차원이 다르기에 다른 가치로 날이 갈수록 번창하고 있다. 이유는 훨씬 문화 브랜드 마케팅을 잘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팝업 스토어는 원래 '튀어나오다', '불쑥 나타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마치 인터넷에서 팝업 창이 열리는 것과 같이 잠시 깜짝 놀라게 하듯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을 말한다. 말 그대로 반짝 가게이다. 다만, 이곳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저렴한 상품이라기보다는 희소한 상품을 중심으로 리스트 업이 된다. 다른 곳에서는 구입할 수 없는 물품일수록 오히려 주목받으며, 그럴수록 가격은 관계가 없다. 더구나 제한된 기간에만 판매하기 때문에 한정판의 가치 효과도 일어나게 된다.

희소가치에 한정판 효과까지 겹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주목도가 더욱 소비자들 사이에서 높을 수밖에 없다. 또한, 공간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하기에 디자인 컨셉도 남다르게 기획이 되어야 알맞다. 특히, K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팝업 스토어는 하나의 콘텐츠 장르 자체가 확립되었다. 중요한 것은 단지 상품을 파는 공간적 수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홍보마케팅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문화적 역할을 한다. 특정 물품이나 서비스만이 아니라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유효적절한 수단이 되었다. 기업의 이미지나 브랜드 가치의 제고를 위해서는 최고의 컨셉과 디자인 그리고 콘텐츠를 선보여야 한다.

이를 움직이는 심리적 메커니즘에는 체험경제(Experience Economy) 심리가 작동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더욱더 팝업스토어를 선호하게 했다. 비대면 상황이 증가할수록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사례가 가치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오히려 직접 자신이 접하고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히 카운터 트렌드 관점에서만 이러한 현상이 심화하는 것만은 아니다.

비대면에 이어 단절과 고립감이 강할수록 단순히 직접 경험한 내용을 자신만 간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한다. 이는 과시적인 단계까지는 가지 않아도 자기 현시를 통한 공감을 우선시하는 문화적 가치의 형성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는 Z세대를 넘어 알파 세대일수록 더욱 강화되는 상황이다. 팝업 스토어 기획자는 갈수록 더욱 SNS에 이용자들이 올릴만한 내용을 고민해야 한다. 평가 기준이 SNS에 있기 때문이다. 만약 SNS에 공유가 되지 않는다면 실패할 팝업 스토어가 되는 것이다. 문화적으로 앞서가거나 선도하는 팝업스토어이어야 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런 팝업 스토어의 목표는 팬덤 경제학의 특징과 맞물려 있다. 즉 팝업 스토어는 일반 소비자를 목표로 하지 않고 팬을 만들고 그들의 팬심을 일으키려 한다. 간접적으로 대할 때보다 직접 경험할 때 매력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다른 이들보다 한정적이고 희소한 가치를 직접 소유할 기회는 충족감을 더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충족감을 크게 가질수록 스스로 자신이 홍보대사가 되어 자발적 마케팅 효과를 일으킨다. 버벌 마케팅이 팬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생성한다.

이런 현상이 가장 빈번하게 관찰되는 영역이 K팝이지만, 일반 비즈니스 영역으로도 확장될 만하다. 단순 충성 고객이 아니라 운명을 같이하는 팬덤 그룹 그 가운데 코어 팬덤의 형성에 팝업 스토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려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상품과 콘텐츠 영역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갈수록 복합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배경이다.

다만. 팝업 스토어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갈수록 그 숫자가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 중복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다른 기획력이 치열한 팝업 스토어 경쟁에서 요구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부에서는 팝업 스토어가 일으키는 과도한 환경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차별화되고 독보적인 팝업 스토어가 되려 할수록 쓰레기 배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한시적으로 설치 운영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쓰레기 양산을 내재한다. 하지만, Z세대는 물론 알파 세대 즉, 잘피 세대는 환경 문제에 민감하므로 이런 에코 이슈와 관련해 진지하게 새로운 생태학적 디자인을 고민해야 한다. K팝이 환경문제에 대해서 팬들에게서 개선을 요구받은 사례를 연상할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친환경적인 팝업 스토어의 운용이 일정한 기준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재활용할 수 있는 소재이거나 최대한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는 구성이어야 한다.

이렇게 요즘 눈길을 끌고 있는 팝업 스토어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그런데 근본적인 측면에서 정작 생각해야 할 점이 있다. 앞서 정리한 필수 요건으로 희소성, 한정성, 체험성, 현시성, 팬덤화, 친환경성이 있었고, 이에 더해 의외성이 덧붙여져야 한다. 깔세 매장에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은 의외의 상품을 얻는 것이었다. 생각하지도 못한 상품을 마주할 수 있는 경험만큼 짜릿한 것도 없다. 이런 점에서 비춰볼 때 팝업 스토어에서 예상할 수 없었던 의외의 콘텐츠를 마주할 수 있다면, 다른 필수 요건들이 시너지 효과를 더욱 낼 수 있을 것이다. 어느새 예측할 수 있는 상품과 콘텐츠들로 팝업 스토어의 장점과 가능성이 제한되고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문화적 가치의 발견과 형성은 끊임없이 의외성에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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