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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갑질 기업’ 꼬리표 추락하는 남양유업

[유통 흑역사]’1호 갑질 기업’ 꼬리표 추락하는 남양유업

등록 2021.04.14 08:03

수정 2021.04.15 10:03

정혜인

  기자

2013년 대리점 밀어내기 갑질 사건으로 나쁜 기업 낙인8년이 지났으나 갑질 기업 이미지 여전 잇따른 구설수나쁜 기업 꼬리표 소비자도 남양 제품 기피 실적 추락세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남양유업은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분유업계 1위인 건실한 우량 기업으로 꼽혔다. 특히 2010년 말 선보인 신제품 ‘프렌치카페 커피믹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고급스럽고 세련된 기업 이미지도 구축했다.

그러나 10년 여가 흐른 현재 남양유업의 위치는 당시와 비교하면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졌다. 2013년 대리점주 밀어내기 사태로 ‘1호 갑질 기업’으로 낙인 찍혔고 이후 기업 문화, 과대광고, 경쟁사 비방, 표절, 친인척 마약 사건 등 논란이 잇따르며 기업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다. 지금도 ‘남양유업’이라는 이름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가 많을 정도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해 실적마저 주저앉은 상황이다.

◇1위 분유기업에서 ‘갑질’ 대표 기업 추락 = 2013년 ‘갑질 논란’ 이전까지 남양유업의 기업 이미지는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남양유업은 1964년 설립 이래 ‘분유’에 집중하며 국내 분유 시장의 선구자적 역할을 하면서 ‘고품질 분유’의 대명사가 됐다.

특히 2010년 말 출시한 ‘프렌치카페 커피믹스’는 소비자들에게 남양유업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욱 각인 시킨 제품이었다. 당시 ‘프렌치카페 커피믹스’는 카제인나트륨을 사용하지 않고 우유를 넣어 더 건강한 고급 커피믹스라는 마케팅을 펼쳤고 광고 모델 효과가 겹치며 실제로 동서식품이 장악하다시피 한 커피믹스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잘나가던 남양유업의 추락이 시작된 것은 2013년 5월이다. 남양유업의 한 본사 영업사원이 지역 대리점 직원을 상대로 한 폭언이 녹음된 음성파일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다. 다른 대리점주들이 비슷한 피해 사례를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남양의 이미지 실추가 시작됐다. 피해 대리점주들로 구성된 연합회를 남양유업이 고소한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특히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거나 수요가 많지 않은 상품들을 대리점에 강매하는 이른바 ‘밀어내기’ 갑질이 세간이 알려지면서 국민적인 공분을 샀다. 이런 ‘밀어내기’ 갑질을 한 것이 남양유업이 최초는 아니었으나 가장 먼저 적발된 기업으로 이름을 남기며 현재도 남양유업은 ‘밀어내기’의 대명사로 꼽힌다. 당시 박근혜 정부 초기로 ‘경제 민주화’가 핵심 정책이었기 때문에 남양유업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의 조사까지 받게 됐다.

결국 남양유업은 첫 폭언 녹취록 공개 후 약 일주일여만에 대국민 사과를 했으나 홍원식 회장이 사과 현장에 나타나지 않아 또 한 번 구설수에 올랐다. 게다가 사과 이후에도 남양유업 영업사원의 떡값 요구, 판매직원 인건비 떠넘기기 등 대리점에 대한 갑질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논란을 수습하지 못하고 되레 눈덩이처럼 확산됐다. 남양유업이 대리점주협회를 와해하려던 시도, 사측에 우호적인 대리점협의회 조성 등의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대리점주와의 갈등도 극으로 치달았다.

여기에 대리점에 대한 갑질 뿐만 아니라 결혼이나 출산을 한 여직원을 계약직으로 전환시키는 등의 사내 성차별 논란까지 터졌다. ‘분유’ 기업이 여성직원을 차별한다는 논란은 주요 고객인 여성들이 등을 돌리게 만든 사건이 됐고 남양유업의 기업 이미지는 최악으로 추락,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말았다.

◇품질·과장광고·경쟁사 비방에 오너 리스크까지 = 남양유업을 둘러싼 논란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8년이 지난 현재까지 갑질, 품질, 표절 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중이다. 논란이 너무 많아 세기도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남양유업이 ‘갑질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르기 전 사건까지 모두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라 남양유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칠해갔다.

아기들이 먹는 분유에서 녹가루가 나왔다는 소비자 고발이 나온 논란이 대표적이다. 당시 남양유업 측은 “녹슨 캔은 원천적으로 생산될 수 없다”고 해명했으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부식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전문가 자문을 통해 확인했다”며 남양유업에 용기 개선을 권고했다. 그간 고품질 대명사였던 남양유업으로서는 치명적이었다.

품질과 맞물려 과대광고와 노이즈마케팅도 논란이 됐다. 앞서 언급한 카제인나트륨 논란은 남양유업이 무리한 마케팅을 펼쳤다는 지적을 받은 사건이었다. 당시 남양유업은 카제인나트륨이 유해한 원료인 것인 마냥 홍보했는데 이는 사실과 달랐다. 이 같은 마케팅으로 남양유업은 커피믹스 시장에서 더 빠르게 진입할 수 있었는데, 이 때문에 동서식품과 여러 차례 마찰을 빚으며 소비자들의 눈총을 받았다.

또 2005년 매일유업과의 마찰도 2010년대 들어서 다시 한 번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매일유업이 불가리아 유산균으로 만든 ‘매일불가리아’을 출시하자 남양유업이 자신의 발효유 ‘불가리아’를 표절한 것이라며 소송을 걸었다. 이 때 남양유업의 ‘불가리아’에 실제 불가리아 유산균이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이 사건이 ‘갑질’ 사건 이후에 또 거론되면서 남양유업이 질타 받기도 했다.

남양유업의 오너 리스크도 잇따라 불거졌다. 2019년 남양유업 창업주인 홍두영 명예회장의 외손녀 황하나씨가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사건은 현재도 남양유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당시 홍원식 회장이 직접 사과문을 내기도 했지만 여전히 황하나씨의 사건마다 남양유업의 이름이 거론된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에는 홍원식 회장의 논란도 불거졌다. 그는 홍보대행사를 통해 매일유업의 제품을 비방하는 글을 온라인 상에 지속적으로 게재했다는 사실로 수사를 받았다. 남양유업은 앞서 2009년과 2013년에도 인터넷에 경쟁사 비방글을 유포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사그러들지 않은 불매운동에 실적 ‘뚝’ = 남양유업은 8년이 지난 현재까지 ‘비도덕적인 기업’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한 상태다. 남양유업 자체의 논란도 끊이지 않는데다 다른 회사의 비슷한 갑질 사례마다 남양유업의 이름이 언급되는 등 후폭풍도 이어지는 중이다.

남양유업을 둘러싼 계속된 논란에 남양유업뿐만 아니라 남양의 로고가 들어간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이 줄지 않고 있다. 일례로 한 피자 브랜드가 남양유업에서 치즈를 납품 받고 있다거나, 편의점에서 판매 중인 한 음료의 제조사가 남양유업 자회사라는 이야기 등이 모두 온라인상에서 꾸준히 거론되는 중이다.

이 때문에 남양유업은 최근 제품에 남양의 로고가 들어가지 않도록 하거나 계열사 사명을 바꾸는 식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남양유업은 아이스크림 디저트 카페 ‘백미당’을 론칭하면서 남양의 것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2019년에는 자회사 남양F&B의 사명을 건강한 사람들로 바꾸기도 했다.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남양유업의 실적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3년 밀어내기 논란 이후만 해도 1조원 이상의 매출액을 유지해왔으나 적자와 흑자를 번갈아 내며 수익성이 크게 훼손된 상태다. 특히 지난해에는 매출액이 9489억원까지 주저 앉았고 771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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