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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인사이드’, 머물고 싶은 사랑의 123가지 얼굴

[무비게이션] ‘뷰티 인사이드’, 머물고 싶은 사랑의 123가지 얼굴

등록 2015.08.06 15:22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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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뷰티 인사이드’, 머물고 싶은 사랑의 123가지 얼굴 기사의 사진

막연한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 나도 영화 속 멋진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나도 유럽 어떤 나라의 금발 왕자님이 돼 아름다운 공주와 환상적인 로맨스를 펼칠 수 만 있다면. 단 하루 만이라도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될 수 있다면. 이런 별의 별 상상력을 동원하며 행복의 나래를 펼치는 즐거움은 인간만의 특권이다. 상상력이 곧 현실이 되고, 내가 나 아닌 다른 누군가가 돼 또 다른 인생을 즐길 수 있다면 어떤 즐거움이 있을까를 기대해 봄 직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씩은 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자. 만약 매일 매일 내가, 나 아닌 다른 누군가로 바뀌어 살아야 한다면. 내면의 나는 머물러 있지만 껍때기의 나는 매일 같이 옷을 갈아 입 듯 뒤바뀐다. 남자에서 여자로 할아버지로 또는 할머니로 어린이로, 흑인 백인 아시아인 상관없이 내 모습이 바뀐다면. 돌아올 수는 없다. 이렇게 단 하루만 다른 누군가의 인생으로 살아야 하는 특권은 사실 천벌에 가까운 형벌이 된다. 이 끔찍스런 상황을 기묘하게도 세상에서 둘도 없는 러브스토리의 달콤함을 가미한 멋진 요리로 재탄생됐다.

한 남자가 있다. 매일 같이 바뀌는 외모의 소유자다. 이 같은 끔찍스러운 상황은 어느덧 일상이 됐고, 그 일상에 순응한 채 살아갈 즈음 한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 눈이 가고 마음이 간다. 매일 보고 싶다. 하지만 자신은 매일 다른 사람이 된다. 익숙해져 버린 특이한 일상이 이젠 불편한 현실이 돼 버렸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 속 123명의 김우진에 대한 얘기다. 그리고 123명의 우진을 사랑했던 한 여자 홍이수(한효주)에 대한 얘기이기도 하다. 매일 같이 바뀌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사랑하는 한 여자의 판타지의 달콤함과 현실의 잔인함이 적절하게 배합된 러브스토리가 바로 ‘뷰티 인사이드’다.

한 남자의 내래이션으로 시작된다. 화면에는 아침마다 얼굴이 바뀌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18세때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이유는 모르겠다. 내가 나인데 거울 속 나는 내가 아니다.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된 채 엄마를 부른다. 그의 모습을 본 엄마는 말없이 슬픈 눈을 한 채 이 남자를 끌어안는다. 내래이션의 주인공 김우진이다.

 ‘뷰티 인사이드’, 머물고 싶은 사랑의 123가지 얼굴 기사의 사진

우진은 자신의 일상에 순응하기 위해 세상과 담을 쌓고 살아간다. 스스로도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을 자신이 아닌 타인이 받아들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홀로 그렇게 숨어들고 감추고 고개를 숙이고 살아간다. 우진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는 어릴적 죽마고우 상백(이동휘) 뿐이다. 우연한 기회에 우진의 비밀을 알게 된 뒤 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고, 우진이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의 창으로 선택한 인물이다.

우진은 가구를 만드는 디자이너다. 워낙 솜씨가 좋아서 온라인에선 신비의 인물로 통한다. 가구는 한 곳에 머물러 있다. 항상 한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물건이다. 우진은 정성스럽게 가구를 만든다. 누군가에게 머물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투영하는 듯 한 사람만을 위한 맞춤형 가구 디자이너로 이름을 떨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진의 눈에 이수(홍이수)가 들어왔다. 한 가구회사 직원으로 일하던 이수의 모습은 특별했다. 사랑이란 감정에 이유가 있었던가. 이유를 꼭 대야 한다면 수백 가지도 수천 가지도 죽을 때까지 말을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하지만 매일 같이 바뀌는 남자,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는 우진이 드디어 자신이 마음을 쏟아 만들던, 한 사람만을 위한 가구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수와 함께 있고 싶다. 이수와 항상 같이 있고 싶다. 하지만 절대 그럴 수 없다. 우진은 내일이면 다른 사람이 돼 버린다. 이수를 바라보는 눈은 우진이다. 하지만 이수의 눈에 우진은 보이지 않는다.

 ‘뷰티 인사이드’, 머물고 싶은 사랑의 123가지 얼굴 기사의 사진

평범한 사랑이다. 누군가에게 첫 눈에 반한다. 자신에게 다가온 진실한 마음에 한 여자도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기다린다. 하지만 남자는 필사적이다. 여자에게 기억된 모습으로 살고 싶다. 그러나 잠이 들면 자신은 없어진다. 여자는 이 남자의 외모를 바라볼까. 아니면 내면의 사랑을 바라볼까. 영화 제목 ‘뷰티 인사이드’는 우진이 이수에게 사랑을 고백하면서 조금은 투박스럽지만 묘한 떨림의 감정을 잡아가고, 뒤 이어 찾아오는 혼란의 흔들림, 여기에 사랑이란 감정이 매일 같이 변하는 남자와 그런 남자를 사랑하는 한 여자의 내면속 또 다른 흔들림을 직접적으로 바라보며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마무리를 택한다.

사랑은 머무는 것이다. 머물기 위해선 항상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우진은 매일 같이 자신을 떠나보내고 있다. 스스로도 익숙하지 않은 매일 다른 자신을 바라보는 심정을 사랑하는 연인에게 전하고 싶지는 않다. 그게 사랑이다. 이미 우진은 너무도 이수를 사랑하고 있다. 이제 결정은 이수에게 넘어갔다. 만약 당신이라면, 당신이 이수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나. (우진의 곁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떠날 것인가. 한 사람만을 위한 가구(사랑)를 디자인하는 우진의 사랑과 여러 사람에게 가구(사랑)를 소개만 해오던 이수의 사랑은 ‘뷰티 인사이드’의 진심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전한다. 그 진심은 분명 머물고 싶어 한다.

 ‘뷰티 인사이드’, 머물고 싶은 사랑의 123가지 얼굴 기사의 사진

2012년 인텔-도시바 합작 소셜필름 ‘더 뷰티 인사이드’를 원작으로 한 이번 영화는 기상천외한 콘셉트와 아름다운 영상미로 칸 국제광고제 그랑프리, 클리오 국제광고제 금상을 석권한 바 있다. CF 감독 출신의 백감독이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선택, 그의 장기가 러닝타임 내내 스크린을 수놓는다. 단순한 아름다움이 아닌, ‘러브 판타지’에 걸 맞는 세련된 영상미가 감정 이입도를 끌어 올리는 완벽한 장치로 작용한다.

총 123명의 우진이 등장한다. ‘우진’을 연기한 주요 배우만 21명이다. 물론 압권은 123명의 우진을 통해 하나의 감정을 끌고 가는 배우 한효주의 몫이다. 그의 외모와 연기를 통해 이수를 본 관객이라면 분명 ‘다시 연애를 하고 싶다’는 묘한 설레임에 휩싸일 것이다.

 ‘뷰티 인사이드’, 머물고 싶은 사랑의 123가지 얼굴 기사의 사진

‘뷰티 인사이드’는 머물고 싶은 사랑이며, 설레는 첫 사랑의 떨림이다. 조금은 아프더라도 함께 하고 싶다. 그게 사랑이다. 너무도 오랜만이다. 가슴이 뛰는 멜로 영화 한편이 반갑고 또 반갑다. 개봉은 오는 20일.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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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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