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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벌벌 떤다···행동주의 펀드 전성시대

NW리포트

기업들이 벌벌 떤다···행동주의 펀드 전성시대

등록 2022.11.13 07:01

임주희

  기자

적대적 기업 흔들기 대신 장기적 성장전략 제시KCGI, 한진그룹 상대로 성공적 견제 활동 성과기관·개미 지지 업은 얼라인·안다운용 승승장구기업 상대 영향력 높이고 주주가치 제고 이끌어

기업들이 벌벌 떤다···행동주의 펀드 전성시대 기사의 사진

최근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이 소액주주들의 호응에 힘입어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성과도 적지 않다. 지난 3월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하 얼라인)이 SM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을 상대로 정기주주총회에서 승리를 거뒀고 지난 10월엔 이수만 에스엠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 조기 종료도 이끌어냈다. 안다자산운용(이하 안다운용)은 지난 3월 메트리카파트너스와 함께 SK케미칼을 상대로 주주제안에 나서 지난 9월 SK케미칼의 자사주 소각이라는 성과를 얻었다.

시장에서는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이 기업을 상대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유에 대해 외국계 펀드들과의 차별화를 꼽았다. 과거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들은 삼성, SK, 현대차 그룹에 공격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며 기업 흔들기에 나섰었다. 하지만 토종펀드들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장기 성장 전략을 제시하며 기업 가치와 주주가치 제고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받거나 연대를 하며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내년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 전망했다.

국내 금융 시장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이름을 알린 것은 약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미국 행동주의 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2018년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을 반대하며 국내에 이름을 알렸다.

엘리엇의 활동은 국내 기업들이 보여준 폐쇄적이고 제왕적인 경영 행태에 문제점이 많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이후 토종 행동주의 펀드 육성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고 마침 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강성부펀드(KCGI)가 한진그룹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을 촉발하며 토종 행동주의 펀드의 시작을 알렸다.

지난 2018년 11월 KCGI는 경영권 참여를 목적으로 한진칼 지분 9%를 매입했다. 이후 KCGI는 적극적으로 경영권에 개입하며 견제 역할을 해왔다. KCGI가 한진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동안 2만원대에 거래되던 한진칼 주식은 한 때 11만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KCGI는 적극적으로 주주제안에 나서며 긍정적인 성과를 이끌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초엔 호반건설에 한진칼 지분 대부분을 매도하면서 엑시트(자금회수)에도 성공했다.

KCGI 외에도 얼라인이나 안다운용 등 다른 토종 행동주의 펀드들도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얼라인의 활동은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는 트리거(방아쇠)가 됐다.

지난 3월 얼라인은 에스엠과 감사 선임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당시 지분율은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가 앞섰지만 '3%룰'을 활용해 감사 선임에 성공했다. 당시 에스엠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기관 투자자 대수가 얼라인의 손을 들어줬으며 개인 투자자들의 지지도 상당했다.

이에 힘입어 얼라인은 지난 8월 에스엠에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문제 삼으며 이를 개선할 것을 요구했다.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은 에스엠의 기업가치 저평가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부분이다. 영업이익의 상당부분이 라이크기획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크기획과 에스엠은 이수만 프로듀서가 에스엠 음반 기획에 참여하는 대신 매출액의 최대 6%를 인세로 지급하는 프로듀싱 용역 계약을 맺었었다. 올해 상반기만 따져도 114억원의 인세가 라이크기획에 지급됐다. 이는 에스엠의 상반기 영업이익에 약 3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결국 에스엠은 지난 10월 라이크기획과의 프로듀싱 계약 조기 종료를 확정지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에스엠 주가는 9% 이상 급등했다.

안다운용도 SK케미칼을 상대로 적극적인 주주행동에 나섰다. 안다운용은 지난 9월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SK디스커버리가 SK케미칼 주식 약 92만 주를 공개 매수한다고 공시한 것을 두고 공개 매수 가격이 SK케미칼의 적정 주가(25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과도하게 낮은 수준이라면서 15만원으로 올릴 것을 요구했다. 이에 SK케미칼은 자사주 소객을 내놓으며 달래기에 나섰다.

안다운용은 SK케미칼에 이어 KT&G를 상대로도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나섰다. KT&G는 안다운용 등이 공개주주서한을 보낸 직후 자사주 취득과 배당금 확대 정책을 공시했다. KT&G 측은 예정된 주주친화적 경영 활동이란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안다운용 등의 제안에 전체 주주 이익이 극대화 됐다는 분석이다.

SK(주)도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에 적극 응대했다. 지난 4월 라이프자산운용은 SK(주)에 주가 저평가 이유를 주주가치 제고 의지 부족이라고 지적하며 자사주 10%에 해당하는 180만 주를 소각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SK는 지난 8월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결정을 내렸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하 트러스톤)도 BYC를 상대로 적극적인 주주활동에 나서고 있다. 트러스톤은 지난해 말 투자목적을 경영참여로 변경한 후 BYC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달엔 이사회의사록 열람 후 2016년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진행한 대주주 일가 특수관계기업과의 내부거래 가운데 대부분이 상법이 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내부거래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회계장부 공개를 요청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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