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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 쫓비산(538.2m)

[전남의 名山 180곳-3] 광양 쫓비산(538.2m)

등록 2014.04.04 15:35

김희순 객원

  기자

백운산에서 출발한다면 매화마을과 섬진강 두루 밟는 환상적인 길

▲ *청매실농원은 한 여인의 50년 땀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천상화원이다


광양 쫓비산(538.2m)

전라남도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이맘때쯤이면 반드시 떠 올리는 산이 있다.
호남정맥의 끝자락인 백운산에서 망덕포구로 떨어지는 지맥의 꼬리에 있는 작은 산이다. 평소에는 주변의 백운산과 지리산에 밀려 잘 찾지 않는 곳이지만 매화가 만개할 즈음이면 산 아래 섬진강변과 마을이 온통 매화로 뒤덮여 하얀 눈이 소복하게 내린듯하고 흰 구름위에 둥둥 떠 있는 모습으로 변한다. 전설로만 들어보던 이상향이 바로 이곳이구나라는 착각이 들 정도로 눈부신 절경에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게다가 은은한 매화향기는 첫날밤 신부의 속살 내음 같아 정신을 잃을 지경이다.

▲ *청매실농원 매화축제를 시작으로 봄이 열린다.


매화는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전령사로 차가운 추위에도 꿋꿋하게 피는 세한삼우로 일컬으며 결기있는 선비의 상징으로 비유되곤 한다. 2월부터 홍매가 피며 청매와 백매의 본격적인 개화는 3월중순경 섬진강 550리 물길따라 천천히 북상한다. 봄이 왔음을 처음 알리는 축제가 열리는 다압면 일대는 이맘때면 관광객 100만명이상이 찾는다. 그 중심에 ‘홍쌍리’라는 여인이 50여년 손을 호미삼아 일구어낸 ‘청매실농원’이 있다. 섬진강을 바라보며 한그루 한 그루 심은 것이 10만평이 되었고 이제는 사방 30리길 산비탈이나 마을담장에도 매화나무 한 두 그루 이상 흔하게 보인다. 쫓비산은 탐매를 위한 봄나들이 산행지다.

▲ *홍쌍리여사에게 한그루 매화는 자식과 같단다.


쫓비산! 참 고운 이름이다. 순수한 우리글인데 누구한사람 산 이름의 내역을 신통하게 대답해 주지는 못한다. 국문학을 연구하는 교수에게 자문을 하여도 결과는 다르지 않다. 흔하게 알려진 바로는 다른 산에 비해 뾰쪽하다하여 그런 이름을 얻었다는 설이다. 하지만 쫓비산은 평범한 육산이며 특별히 모나게 돌출되지도 않다. 푸른빛과 자줏빛의 중간 빛깔을 ‘쪽빛’이라고 한다. 어쩌면 맑고 고운 하늘빛 닮은 섬진강물을 보고 붙여진 이름이 아닐까 되뇌어본다. 산세로 만 본다면 전체적으로 특징이 없고 평범하지만 이미 꽃에 취하고 섬진강에 취한 탓에 발걸음만은 가볍다.

▲ *들머리 관동마을 너머로 쫓비산 능선이 보인다.


관동마을코스는 ‘게밭골’만 오르고 나면 누구나 어렵지 않은 부드러운 산길

대체적으로 관동마을 주유소를 들머리로 삼는다. 많은 탐방객들이 찾는 지점에 마땅히 있어야할 산행개념도나 방향 표시조차 없어 무척 당황하게 된다. 마을 입구에서 골목길이 2개로 나뉜다. 왼쪽 담장 따라 마을을 통과하면 ‘게밭골’ 방향이다. 경운기가 다닐 정도의 완만한 1.3km 시멘트 길을 오르는 동안 매화나무들이 손을 쭉쭉 뻗고 있어서 꽃 터널이 따로 없다. 마지막 농가를 끝으로 이정표가 있는 곳부터 흙길이 시작된다. ‘게밭골’ 능선 이정표까지 20여분 가파른 오르막길이다.

▲ *관동마을에서 게밭골로 오르는 길


이정표가 있는 능선만 올라서면 조금은 느긋한 마음을 가져도 된다. 오르내림이 반복되지만 고도차가 크지 않아서 트레킹 하는 수준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숲은 키 큰 굴참나무와 철쭉나무로 인하여 조망을 거의 볼 수 없다. 녹음이 짙어지는 계절에는 햇볕이 들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수림이다. 호남정맥길 답게 형형색색의 산악회 표시기가 만국기처럼 휘날리고 있다. 우측은 매봉을 거쳐 백운산으로 가는 길이다. 왼쪽 갈미봉(葛美峰)까지는 10분정도 완만한 경사를 타야한다. 둥그런 동산형태의 ‘갈미봉’은 작은 안내판을 유심히 봐야 알수있다. ‘갈미’ ‘갈모’는 조상들이 기름종이로 우산같이 만들어 갓 위에 덧씌워서 비를 막던 것에서 유래한다.

*게밭길이정표까지 10분 정도만 가파르게 오르면 느긋한 능선산행 길이다.


안내판 뒤로 잡목에 가리기는 하지만 조망처가 있다. 몇 일전 내렸던 눈으로 인하여 보기드문 전경을 보게 된다. 섬진강 금빛 모래톱 건너편에 있는 분지봉(500m), 구재봉(767m), 형재봉(1115m) 봉우리에 눈이 쌓여있는 모습이다. 산 위에는 하얀 눈이 산 아래에는 하얀 매화꽃이 피어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서쪽으로 우뚝 솟아있는 억불봉(1008m)도 마찬가지다.고산지대 만년설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고도가 뚝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바람재 능선에 닿는다. 파도가 바닷바람에 부딪치는 웅 웅 거리는 소리가 계속하여 들리고 있었다. 쫓비산과 억불봉이 성벽처럼 막고 있어 협곡같은 어치계곡을 통과하는 바람소리가 공명을 울리며 내는 소리다.

▲ *게밭골 능선 삼거리


매실농원 팔각정에 오르면 천상화원 같은 매화와 강과 산이 몽땅 보인다.

평지와 같은 능선길이 이어지다가 커다란 조경석 모양의 바위지대를 지나면서부터 암릉구간이 시작된다. 쫓비산에서 유일하게 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바위를 오르고 나면 왼쪽으로 살짝 비껴있는 곳에서는 알프스 융프라우 같은 삼각뿔모양 억불봉과 백운산, 섬진강 세 곳을 동시에 조망할 수 있어 쫓비산에서 풍광이 가장 빼어난 곳으로 꼽을 수 있다. 완만하게 오르고 그 정도 수준으로 천천히 내려가는 봉우리를 두 개정도 지나면 정상이다. 통신탑과 삼각점이 있다. 그렇지만 지나온 봉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고 잡목에 가려서 개운한 전망도 없다. 작은 꽃망울을 머금고 있는 철쭉들이 4월이면 별천지를 이룰 태세로 지천이다.

▲ *우뚝한 '억불봉'과 백운산 연봉들


40여분 천천히 구불구불하게 돌아가는 내리막이 이어진다. 물론, 좌우의 시야를 전혀 기대하지 않기를 바란다. 공터처럼 넓은 곳에 길을 막고 있는 고목이 있다. 직진하면 토끼재로 가는 호남정맥길이다. 혼동하지 말라고 친절한 의도로 길을 막은듯하다. 왼쪽 방향으로 가만히 서있어도 밀려 내려 갈 듯한 내리막이다. 10여분 지나면서부터 천천히 잡목들이 사라지며 눈부신 청매실농원 매화꽃들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 *쫓비산에서 유일한 암릉 로프지대


매화 폭죽이다. 인생을 축제처럼 살라고 하였던가? 홍쌍리라는 한 여인의 집념이 강 건너 하동 땅까지 세상을 축제 한마당으로 만들어버렸다. 팔각정에 올라야 제대로 보인다. 청매실농원이 각종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 왜 선택되는지를 말이다. 혹여 매화를 놓쳤다면 아쉬워 말자, 3만평의 야생화 다음 자리를 기다리고 있고 멀지 않은 거리에 쌍계사 십리 벚꽃길이 대기중이다.

▲ *청매실농원 팔각정




산행길잡이

*진틀-신선대-백운산-매봉-갈미봉-쫓비산-청매실농원(7시간10분)

*관동마을-천황재-갈미봉-바람재-쫓비산-갈림길-청매실농원(5시10분~)

*관동마을-게밭골-갈미봉-바람재-쫓비산-갈림길-청매실농원(4시20분~)

교통

서울역에서 하동역까지 1일 1회 운행하는 낭만여행 기차가 있다. 심야 11시50분 출발하며 6시간 소요되고 34,700원이다. 고속버스로는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전남 동광양으로 가는 방법도 있지만 하동 직행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하동과 다압면은 다리 하나 건너면 된다. 6:30분부터 9회 운행하고 24,000원 3시간35분 소요된다. 하동에서 매화마을 까지는 천천히 걸어도 20분이면 된다. 군내버스 시간은 8:00, 9:30, 11:30, 13:30, 15:30,

17:30,19:30 22:00 있다. 30분 소요된다. 하동에서 관동마을까지 개인택시

(055-883-1111) 이용할 경우 미터기로 12,000원 나온다.

▲ *섬진강 먹거리의 대표주자 '재첩국'


숙식

섬진강은 참게가 유명하지만 하동에서는 단연코 제첩이다. 이구동성으로 추천하는 맛집으로 하동 여여식당(055-884-0080)을 꼽는다. 재첩국 8천원, 재첩국과 재첩비빔밥이 함께 나오는 재첩회덮밥 1만2천원, 하동역 근처 ‘하동 재첩특화마을’ 5곳도 깔끔하고 주차장도 넓다.

그리고 특별한 대접을 받는 강굴이 있다. 벚꽃이 피는 시기에 나온다 하여 벚굴 이라고도 한다. 섬진강에서만 먹을 수 있고 일반 굴의 10배 가까운 크기로 바다가 키운 강장제란다. 5kg 4만원, 벚굴죽 7천원, 생물 10kg 3만원 망덕포구근처 광양횟집(061-772-2721) 망덕횟집(061-772-2043) 하나로횟집(061-772-3637)

▲ *하동송림공원


볼거리

섬진강변에는 안 보면 두고두고 후회할지도 모를 두 곳 있다. 첫째로 260년 된 750그루의 노거수가 갑옷 입은 장군처럼 늠름한 자태로 섬진강 백사장 변에 큰 숲을 이루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445호 하동송림공원이다. 두 번째로 수월정(水月亭)과 석진좌비터다. 유유히 흐르는 강을 한폭 그림처럼 즐길 수 있다. 조선 선조때 나주목사를 지낸 광양 출신 ‘정설’이 세운 정자다. 바로 옆에 4마리 석조 두꺼비상도 놓칠 수 없다. 1000년을 넘게 지켜 온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동백나무 숲이 광양 백계산 옥룡사지터 일대에 있다. 2.5km 1시간정도 트레킹 가능하고 4월초까지 절정을 이룬다. 도선국사가 35년간 머물던 곳으로 천연기념물489호로 지정되어있다.

▲ *옥룡사지터 천년 동백숲



뉴스웨이 김희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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