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금융회사 절반이 은행···글로벌 전략 구체화 현지운용·조달 모두 취약···해외 자산 비중도 '8%'해외서 수익성·존재감 높여야···공동투자·지원 절실
금리 인하 사이클과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수익성이 둔화되면서 은행권의 글로벌 진출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이 인구 감소, 잠재성장률 하락 등 구조적 한계에 직면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수익 모멘텀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은행권 전반에 자리잡는 분위기다.
6일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점포 수는 2010년 333개에서 2024년 469개로 증가했다. 업권별로는 은행이 44.7%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증권(14.7%), 자산운용(12.6%) 순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자산 규모 대비 해외 비중은 여전히 8%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은행 당기순이익 중 해외점포 비중도 10.7%에 머물러 글로벌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최근 들어 유럽·중남미·아시아 등 지역별 특성에 맞는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31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해외 진출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 지원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연계하기로 했다. 9월 24일에는 멕시코 법인을 확장 이전해 현지 진출 글로벌 기업고객에 대한 생산적 금융도 강화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9월 24일 폴란드 브로츠와프 지점을 개설하고 유럽 공략의 전초기지를 구축했다. 영국·독일·프랑스 등 기존 거점과 함께 유럽 전역을 연결하는 영업망을 완성한 데 이어 PKO뱅크폴스키와의 업무협약(MOU)를 통해 무역금융·IB 협업 체계도 구축했다.
이와 더불어 하나은행은 지난달 24일 서울 삼성동에 '글로벌자산관리센터'를 개설했다. 전 세계 27개 지역 112개의 해외네트워크를 보유한 하나은행은 해외이주 및 역이민 고객에게 국제조세, 리빙트러스트, 대체투자 등 다양한 글로벌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NH농협은행은 첫 유럽 거점인 런던지점을 개점하며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글로벌 투자은행(IB) 사업 확대에 나섰다. 이어 홍콩에서 아시아권 국외점포장 워크숍을 열고 베트남, 인도, 캄보디아 등 주요 시장의 경영 현안도 논의했다. 강태영 행장은 직접 해외 현장을 방문해 국외점포별 영업전략과 내부통제 체계를 점검하며 글로벌 현장경영에 나섰다.
우리금융은 미주개발은행(IDB)과 ESG·무역금융 협력, 중남미 진출 등을 논의하며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확대했다. 이와 관련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IDB는 중남미를 대표하는 국제금융기구로 우리금융의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한 중요한 파트너"라며 "현재 브라질법인과 뉴욕·LA지점을 통해 중남미 지역에 활발히 투자 중이며, ESG·무역금융·IB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토스뱅크도 '한국형 인터넷은행 모델'을 해외 금융권에 소개하며 디지털 금융 협력에 나섰다. 스위스 주요 금융기관 대표단은 6일 토스뱅크 본사를 방문해 리스크 관리, 금융소외계층 접근성 등 디지털 혁신 모델에 주목했다. 토스뱅크는 해외 금융권과 지속 교류해 지속 가능한 글로벌 금융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 편중·지점 중심···질적 성장 한계 뚜렷
다만 국내 은행들의 해외사업은 여전히 지점 중심으로 운영돼 현지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외점포 현지운용 및 현지예수금 분야의 현지화 지표는 각각 59.0점, 68.3점이다. 현지고객과 현지직원이 각각 96.4점, 97.1점인 것을 고려하면 낮은 수준이다.
국내 은행의 해외점포 수는 꾸준히 늘고 있으나 전체의 약 3분의 2가 아시아 지역에 몰려 있고 고객 기반도 한국계 기업에 치중돼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은행 간 유사 시장 경쟁이 반복되면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이 실종된 것도 한계로 꼽힌다.
또한 국내 은행들의 글로벌 시장 존재감도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기본자본 규모로 세계 50위권 안에 이름을 올린 국내 은행은 한 곳도 없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62위, 67위를 기록했고 하나은행은 79위, 우리은행은 91위로 100위권에 턱걸이했다.
수익성 측면에서도 해외 주요 은행과의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이익은 전체 당기순이익의 10% 안팎으로, 일본 MUFG 등 해외 이익 비중이 절반을 넘는 글로벌 은행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해외 이익 비중이 높을수록 환율 상승 시 안정적인 자기자본비율 유지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화·공동투자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 필요
전문가들은 현지 리테일 시장을 겨냥한 사업 다각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현지 조달과 운용 역량을 동시에 강화하지 못하면 경쟁국 금융회사 대비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이 협력해 시장 지배력이 있는 현지 대형 금융회사의 지분을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금융회사 간 과도한 경쟁을 완화하고 규모의 경제와 네트워크 효과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김석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은행 간 컨소시엄과 정책금융기관의 공동 투자는 국내은행의 글로벌 공동 진출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은 현지 금융당국의 인허가 사항인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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