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계약 체결, 내년 2월 거래 종결 목표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우회 논란태광그룹, 프리미엄 제품·해외 공략 계획
6일 업계 등에 따르면 태광산업 컨소시엄(티투PE·태광산업·유안타인베스트먼트)은 지난달 20일 애경산업 경영권 지분 63.13%를 약 47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이는 애경산업 시가총액(약 4000억원)의 85%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금액이다. 태광산업이 전략적 투자자로 절반인 2350억원을 출자하고 나머지는 티투PE가 유안타인베스트먼트와 공동 펀드를 조성해 조달한다. 컨소시엄은 계약금 235억원을 이미 납입했으며, 잔금은 내년 2월 19일까지 지급한다.
문제는 자금 조달 방식이다. 태광산업은 지난 6월 보유 자사주 27만여주(지분율 24.41%)를 담보로 3200억원 규모 EB 발행을 추진했으나 정치권과 시장의 반발로 발행 시점을 연기했다. 2대 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자사주를 통한 지배력 강화 시도"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김남근 의원은 "자사주는 본래 주주환원 수단이지만 현실에서는 총수 일가의 권한 강화에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태광산업은 지난달 31일 이사회에서 EB 발행 여부 결정을 11월로 미루며 "자기주식 처분 관련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9000억원 수준이지만 예비운영자금 5600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투자 여력은 1조원 미만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사회적 논란이 커진 만큼 EB 발행은 쉽지 않다"며 "회사채 발행 등 대체 조달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인수의 또 다른 변수는 공동 운용사 티투PE의 지배구조다. 티투PE는 지난해 설립된 태광그룹 계열 신생 PEF 운용사로, 태광산업과 티시스가 각각 41%를 보유하고 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의 장남 이현준 씨와 장녀 이한나 씨가 각각 9%씩 보유해 오너 일가가 직·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다. 이현준 씨는 태광산업 2대 주주인 티알엔(지분 11.22%)의 최대주주이자 티시스 지분 11.3%를 가진 인물이다.
일각에서는 티투PE가 그룹의 투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 플랫폼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제조업 중심의 태광이 신성장 산업으로 확장하기 위한 운용사 설립이라는 점에서 단순 승계용 비히클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는 "티투PE가 총수 일가 지분을 통해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며 공정위 조사를 촉구했다.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회사에 규제가 적용되지만, 티투PE는 이 기준을 교묘히 비켜갔다는 주장이다.
태광그룹은 이에 대해 "티투PE 내 특수관계인 지분은 외부 투자 유치와 자산운용 신뢰도 제고를 위한 앵커 투자 성격이며, 성과보수 기준도 일반 운용사와 동일하다"며 "사익편취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태광산업은 이번 인수를 통해 화학 중심에서 벗어나 'K-뷰티'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유태효 태광산업 대표이사는 "애경산업 투자는 단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며 "화장품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그룹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애경산업은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693억원, 영업이익 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2.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3.6% 감소했다. 화장품 사업 매출은 515억원으로 9.7% 줄었고, 생활용품 부문은 매출이 7.1% 증가했으나 원가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5.8% 감소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매각과 무관하게 글로벌 시장 다변화와 디지털 마케팅 강화를 통해 브랜드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며 "태광그룹과의 시너지를 기반으로 중장기 성장 전략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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