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했던 200조 시총 단숨에 돌파···400조 넘본다글로벌 고객사 엔비디아 확보하며 AI 시장 선도최태원 회장의 과감한 투자와 리더십이 만든 기적
SK그룹이 2012년 품에 안은 SK하이닉스의 이야기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 품 안에서 비상하고 있다. 과거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국내는 물론 글로벌 굴지의 명실상부한 반도체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데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남다른 혜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SK하이닉스의 날개를 달아준 고대역폭메모리(HBM) 역시 최태원 회장이 아니었다면 탄생할 수 없었다.
22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 실적 추정치는 매출액 24조7059억원, 영업이익 11조3758억원이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40.6%, 61.8% 증가한 수준이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눈높이를 이미 몇 차례에 걸쳐 높이고 있다. 한 달 전에도 이미 10조5577억원으로 상향한 데 이어 최근 11조원으로 더 높여 잡은 것이다. 만약 증권가의 추정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SK하이닉스는 역대 처음으로 분기 영업이익 10조원대를 기록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40조3006억원에 달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이는 회사 창사 이래 최고치를 찍었던 직전연도 영업이익인 23조4673억원보다도 무려 2배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3년 전인 2022년 영업이익이 6조8094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려 491.8% 급증한 규모다.
SK그룹에 편입된 후 SK하이닉스의 몸값도 달라졌다.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를 인수할 때 투여한 금액은 3조4000억원이었다. 인수 직전 SK하이닉스의 시총은 13조원대였고 현재는 약 345조원대로, 400조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사상 처음으로 전날 장중 50만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지난해 초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3년 이내 시가총액 2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초과 달성한 셈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올해 6월 목표치였던 시가총액 200조원을 넘어섰고 불과 100여일 가량이 지난 이달 10일 시가총액 300조원도 돌파했다.
경영난으로 채권단 손에도 넘어갔던 회사가 천지개벽한 셈이다. 최태원 회장의 신의 한수가 재조명되는 이유다.
최태원 회장이 SK하이닉스 인수를 결심할 때만 하더라도 회의적인 시각들이 많았다. 심지어 SK그룹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을 정도였다. 그만큼 반도체 업황도 좋지 않았고 당시 SK하이닉스라는 회사의 사정도 좋지 않았다. 이에 의구심 어린 시선들이 쏟아졌다. 실제 SK그룹에 인수됐던 2012년에도 SK하이닉스는 22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최태원 회장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최태원 회장은 향후 반도체 산업이 스마트폰이나 인공지능(AI) 등 도래하는 시대에 국가 전략 산업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고 그 혜안은 맞았다.
최태원 회장의 리더십과 선구안은 오늘날 SK하이닉스를 AI 메모리 시대 리더십 자리로 만들어준 HBM 성공의 밑거름이 되기도 했다.
HBM의 개발은 D램 미세공정의 난이도를 극복하기 위한 TSV(D램 칩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층과 하층 칩의 구멍을 수직으로 관통하는 전극으로 연결하는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기술로부터 비롯됐다. 당시 업계에서는 TSV 기술의 상용화를 기대하며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제품화는 상당 기간 묘연한 상황이었다. TSV 기반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투자 비용 회수가 가능할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초기에는 관련 장비 투자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제품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 SK하이닉스 내부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던 중 SK그룹이 하이닉스반도체를 과감하게 인수했고 최태원 회장이 HBM을 비롯한 미래 메모리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결단을 내림으로써 SK하이닉스의 HBM 기술이 본격적으로 추진력을 얻게 됐다.
최태원 회장은 인수를 추진할 당시부터 하이닉스반도체의 가장 큰 무기를 '기술'과 '글로벌'이라고 판단하고 지속적으로 두 가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연구소를 점검하는 자리에서 최태원 회장은 "M&A나 투자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더 큰 수확을 기대하려면 '기술'이 있어야 한다"며 "기술과 R&D는 우리의 희망이자 미래인 만큼 기술의 사업화를 통해 글로벌 제품을 생산해내는 기술 지향적 회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바 있다.
최태원 회장은 막대한 손실이 우려되는 불확실성 속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SK하이닉스 인수 직후인 2012년은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했으나 최태원 회장은 오히려 수조원대의 지원을 통해 글로벌 제휴와 연구개발, 생산 라인 증설 등 대규모 투자를 지속 확대했다.
SK그룹에 편입됐던 2012년 기준 SK하이닉스의 연간 투자금액은 3조9000억원에 달하며, 연간 연구개발비도 매출액 대비 9.2%에 달하는 9380억원을 투입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SK하이닉스는 SK그룹 편입 이듬해인 2013년 세계 최초로 HBM 개발에 성공했다.
곽노정 사장도 이와 관련해 지난 8월 '이천포럼 2025' 개회사를 통해 "세계 최초 HBM 개발은 SK와 손잡은 이듬해 이뤄낸 성과였다"며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SK가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과감히 미래 투자를 지속했기에 오늘의 HBM 신화가 가능했다"고 회상했다.
그 덕에 SK하이닉스는 AI가 불러온 HBM 시장의 폭발적 성장에 적기 대응할 수 있었고 가장 큰 수혜를 보고 있다. HBM 시장의 큰손인 엔비디아를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물량 대부분을 소화했고, 이는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제품에서도 AI 메모리 리더십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3월에는 HBM4 12단 샘플을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들에 제공했고 이어 9월 세계 최초로 HBM4 개발을 완료하고 양산 체제 구축을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인수는 최태원 회장의 남다른 혜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인수 후 기업문화도 바꾸고 과감한 투자를 이어온 덕에 HBM도, 지금의 SK하이닉스도 탄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2234jung@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