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리스크 뗀 카카오, AI·코인 신사업 '날개'

드디어 경영 불확실성 해소···신사업 활로 확보

AI 강화, 그룹 TF 스테이블코인 추진 가시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가 21일 오전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1심 무죄 선고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선희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주가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경영쇄신위원장이 21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사법리스크 부담을 덜게 됐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스테이블코인으로 대표되는 신사업 투자를 확대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카카오는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기소된 후 1년 2개월간 사법 리스크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며 인수합병(M&A), 국내외 투자 유치, 신사업 추진 등 여러 면모에서 난항을 겪어 왔다.

그러나 이번 무죄 판결로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달 말로 예정된 카카오톡 전반의 AI 서비스 탑재가 예정돼있다. 카카오는 오픈AI의 챗GPT를 카카오톡에 탑재하는 업데이트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톡 안에서 곧바로 챗GPT를 사용할뿐 아니라, 카카오맵·선물하기 등 주요 카카오 서비스도 연동해 AI 에이전트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보다 장기적인 시야에서 접근해야 하는 AI 인재 확보를 위한 투자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카카오는 지난 9월부터 그룹 최초로 전 직군 공개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AI 활용 능력이 뛰어난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한 공격적 채용 정책이다. 나아가 카이스트 등 국내 4대 과학기술원과 협력해 향후 5년간 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AI 인재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

금융 영역에서의 사업 확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카카오는 스테이블 코인을 새 성장 동력원으로 보고 그룹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정신아 대표, 신원근 카카오페이 대표,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를 공동 TF장으로 선임했다. 금융당국의 가상자산 제도가 정비되는 대로 간편 결제, 송금 인프라 등을 연계해 카카오 기반 원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에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 역시 대주주 리스크에서 벗어나 디지털 자산 영역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은 대주주 리스크를 이유로 카카오뱅크의 신사업 허가 심사를 보류하기도 했다. 현행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주주는 자본시장법 등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대주주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카카오뱅크 지분을 10%만 남기고 모두 처분해야 한다. 2대 주주인 한국투자증권과 보유 주식 수가 1주 차이밖에 나지 않아 지분 매각이 주주 구성 변동이 일어나게 된다.

김 창업자는 물론 카카오 주요 임원, 카카오 법인도 시세조종 혐의를 떨칠 수 있게 되면서 경영 방향에 대한 대내외적 메시지를 낼 지 주목된다. 김 창업자와 같은 혐의로 함께 재판을 받은 홍은택 전 카카오 대표,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 강호중 카카오 CA협의체 재무총괄 리더,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 등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카카오 측은 "그간 카카오는 시세조종을 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오해를 받아왔고, 1심 무죄 선고로 그러한 오해가 부적절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이해한다"며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한 카카오 임직원 누구도 위법적 행위를 논의하거나 도모한 바 없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