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기차 공간 혁신 vs 하이브리드의 여유···PV5·스타리아 맞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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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공간 혁신 vs 하이브리드의 여유···PV5·스타리아 맞대결

등록 2026.11.08 08:00

권지용

  기자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의 매력 비교대형 MPV의 기준, 현대 스타리아승용·상용 경계 넘은 기아 PV5

기아 PV5, 현대 스타리아. 사진=권지용 기자기아 PV5, 현대 스타리아. 사진=권지용 기자

세단이나 SUV를 고를 때는 디자인과 주행 성능, 브랜드를 먼저 따지기도 하지만 다목적차량(MPV) 앞에서는 질문이 조금 달라집니다. 얼마나 넓은지, 타고 내리기 편한지, 짐을 얼마나 받아주는지부터 살피기 마련이죠. 이번에는 기아 PV5와 현대차 스타리아 하이브리드를 함께 탔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정면 비교를 하기에는 체급 차이가 제법 납니다. PV5는 전장 4695mm의 준중형 전기차이고, 스타리아는 이보다 차체가 훨씬 긴 5255mm 대형 MPV니까요. 공정한 대결을 위해서는 PV7(길이 5270mm)이 출전해야겠지만, 아직 우리 곁에 오려면 시간이 꽤 남았습니다. 대신 요즘 잘나가는 PV5를 대신 링 위에 올렸습니다. 체급은 다르지만 두 차 모두 사람과 짐을 넉넉하게 싣고 달린다는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기아 PV5. 사진=권지용 기자기아 PV5. 사진=권지용 기자

먼저 PV5입니다. 기아가 목적기반차량(PBV)이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차인데, 어려운 용어를 잠시 내려놓고 보면 승용차와 상용차의 경계를 새롭게 정리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짧은 보닛과 네모반듯한 차체가 이를 증명하죠. 바퀴를 차체 모서리 쪽으로 밀어내 실내 공간을 확보했고, 높은 지붕과 넓은 유리창을 달아 어느 환경에서도 쾌적한 운전 환경을 마련했습니다. 화려한 조형미보다는 공간을 최대한 쓰겠다는 목적이 디자인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이번 시승차는 패신저 모델입니다. PV5는 파생 모델이 여섯 가지나 있는데, 그중 인원 수송에 최적화한 모델이 바로 패신저죠. 운전석에 앉으면 시야가 좋다는 점부터 체감합니다. 앞쪽 시야가 탁 트여 있고 쿼터 글라스와 사이드미러가 사각을 줄여줍니다. 차체가 높고 넓어 처음에는 크기를 가늠하기 어려울 법도 한데, 탁 트인 시야 덕에 주변을 살피기가 수월합니다. 도심에서 골목을 지나거나 주차 공간에 차를 넣을 때 이런 시야는 꽤 든든한 장점입니다.

기아 PV5 1열. 사진=권지용 기자기아 PV5 1열. 사진=권지용 기자

실내는 수납공간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센터 콘솔 서랍은 물론이고 시트 아래와 발밑에도 물건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숨어 있습니다. 차 안에 잡동사니를 어디에 둘지 고민하는 일이 생각보다 잦다는 점을 기아가 잘 알고 있는 듯합니다. 컵홀더도 눈길을 끕니다. 필요에 따라 부품을 끼우고 조합해 사용하는 방식인데, 고정된 수납공간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가 필요에 맞게 실내를 구성하도록 한 점이 재미있습니다. 작은 부분에서도 PV5가 지향하는 PBV의 성격이 드러납니다.

트렁크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상하좌우 넓게 벌어진 적재공간이 인상적인데요. 바닥은 평평하고 좌우 벽면에는 작은 수납공간을 따로 마련했습니다. 짐을 싣고도 남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바닥에는 고정 고리가 있고, 바닥 패널을 나눠 구성해 필요에 따라 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좌우로 툭 튀어나온 휠하우스 주변을 수납공간으로 활용한 점이 영리합니다. 공간을 넓히는 일만큼이나 주어진 공간을 알뜰하게 쓰는 데 신경 쓴 차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아 PV5 2열. 사진=권지용 기자기아 PV5 2열. 사진=권지용 기자

전기차인 만큼 주행거리와 전비도 살폈습니다. 배터리 잔량 80%에서 계기판에 표시된 예상 주행거리는 약 360km. 이를 단순 환산하면 완충 시 450km 정도를 달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실제 주행에서는 전비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가속을 제법 적극적으로 하고 에어컨과 통풍시트까지 켰을 때도 6.7km/kWh가 나옵니다. 속도를 줄이고 시내로 들어서자 전비는 다시 오르기 시작합니다.

주행 중 실내 정숙성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전기차라 모터 소리가 작다는 사실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바닥과 차체에서 올라오는 소음, 바람 소리도 제법 잘 억제했습니다.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적용한 효과도 느낄 수 있고요. 높은 차체를 가진 상자형 자동차라면 바람 소리가 먼저 떠오르기 마련인데, PV5는 예상보다 차분합니다. 여러 사람이 타고 대화를 나누거나 음악을 듣는 데 방해가 될 정도의 소음은 쉽게 들어오지 않습니다.

현대 스타리아 라운지 하이브리드. 사진=권지용 기자현대 스타리아 라운지 하이브리드. 사진=권지용 기자

스타리아 하이브리드로 옮겨 타면 공간을 대하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PV5가 빈틈없이 짜인 수납 가구라면 스타리아는 넓은 거실에 가깝습니다. 차체가 길고 휠베이스도 넉넉해 실내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여유가 느껴집니다. 이번 시승차는 고급형인 라운지 모델인데요. 스타리아가 넓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춘 차라면, 라운지는 그 공간을 좀 더 고급스럽게 꾸민 모델입니다.

스타리아 라운지의 가장 큰 매력은 2열에서 드러납니다. 특히 독립식 릴렉션 시트는 이 차가 단순히 많은 사람을 태우는 MPV에 머물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버튼을 누르면 등받이가 뒤로 젖혀지고 다리 받침대가 올라오면서 몸을 한결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자세가 만들어집니다. 장거리 이동 중 잠시 눈을 붙이거나 피로를 풀기에도 좋습니다. 제법 호사스러운 시간을 보내기 좋습니다.

3열 공간도 넉넉합니다. 사람을 많이 태우는 차라고 해서 3열은 으레 아이들이나 앉는 자리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스타리아는 성인이 앉아도 무릎이나 머리 위 공간이 한참 여유롭습니다. 다섯 이상이 여행을 떠날 때도 굳이 차 두 대를 가져갈 필요가 없죠. 짐이 많을 때는 3열 시트를 접어 트렁크 공간으로 활용하면 됩니다. 이런 활용성이 진정한 대형 MPV의 매력이겠지요. 스타리아 한 대면 웬만한 상황은 해결할 수 있겠습니다.

현대 스타리아 라운지 2열 릴렉션 시트. 사진=권지용 기자현대 스타리아 라운지 2열 릴렉션 시트. 사진=권지용 기자

스타리아 하이브리드의 진짜 무기는 연료 효율입니다. 차체가 크고 무게도 상당한데, 장거리 주행에서 14~15km/L 수준 연비를 쉽게 얻습니다. 시내로 오면 더 오르고요. 대형 MPV를 운용하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 중 하나가 연료비라는 점을 생각하면 반가운 결과입니다. 전기차처럼 충전 계획을 따로 세울 필요도 없습니다.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넣으면 다시 길을 나설 수 있습니다. 충전 인프라나 이동 경로를 계산하는 일이 번거로운 사람에게는 이 익숙함 자체가 큰 장점입니다.

출발과 저속 주행에서는 전기모터가 먼저 나서고, 속도를 높이면 엔진이 자연스럽게 힘을 보탭니다. 전기차처럼 모든 순간이 조용하지는 않지만, 엔진과 모터가 상황에 맞춰 움직이면서 큰 차체를 무리 없이 이끕니다. 특히 출발할 때 묵직한 차체가 한결 가볍게 움직이는 느낌이 좋습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모터가 초반 힘을 보태주니 도심에서 정차와 출발을 반복할 때도 부담이 적습니다.

현대 스타리아 라운지 하이브리드 계기판. 사진=권지용 기자현대 스타리아 라운지 하이브리드 계기판. 사진=권지용 기자

두 차를 번갈아 타보니 어느 쪽이 더 낫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애초에 두 차는 같은 공간을 두고도 접근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PV5는 전기차라는 장점을 공간에 녹여냈습니다. 알뜰한 디자인에 실내 곳곳에 마련한 수납공간까지 실용성을 중심에 놓고 설계했습니다. 여기에 다양한 파생 모델까지 선보이며 필요에 꼭 맞는 선택지를 넓혔죠. 전동화 시대에 다양한 용도로 쓸 수 있는 이동식 공간을 생각한 결과물입니다.

스타리아 하이브리드는 조금 더 전통적인 대형 MPV의 문법을 따릅니다. 넉넉한 차체를 바탕으로 여러 사람을 태우고, 2열 릴렉션 시트로 승객의 편안함까지 챙겼습니다. 3열을 접으면 큼지막한 짐도 실을 수 있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장거리 운행의 부담을 덜어줍니다. 새로운 형식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미 익숙한 대형 MPV의 장점을 한층 세련되게 다듬은 쪽입니다. 공간을 쓰는 방법이 직관적이고, 무엇보다 큰 차가 갖춰야 할 기본기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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