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와중에 2025년 9월 4일 현대자동차, 그리고 현대차와 협력하는 LG에너지솔루션 공장 건설현장에서 475명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구금되고, 그중 317명이 한국인이었다. 정부의 협상을 통해 316명이 12일에 석방되어 귀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을 가르칠 인력으로 한국인들이 필요하고 이에 대한 제도를 보완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앞으로 리쇼어링 기조에 맞는 한국 제조업체의 미국 공장짓기가 순탄하게 진행될 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지난 글에서 밝혔듯 공장을 짓고 나서 미국에서 제조업을 잘 운영하는 것도 어렵지만, 선행단계에서의 공장을 짓는 것도 본질적으로 쉽지 않다. 한국의 플랜트 건설은 표준화된 설계와 시공절차를 갖고, 턴키 방식으로 원청부터 최하층 하도급 업체까지의 계약은 확정도급이지만 빠르고 치밀한 관리를 통해 집행하는 것이 강점이다. 그런데 설계, 시공, 구매, 조달 모든 면에서 일원화된 관리를 유지할 수 있는 한국의 하도급 업체가 아닌 현지의 시공관리사를 통해 현지의 기자재를 조달하여 현지의 인력을 채용해서 공장을 짓는 것은 삼중고를 넘어 사중고, 오중고의 어려움을 추가한다. 표준과 법령, 규제가 달라지면 조정해야 할 요소가 늘어나는데 표준과 법령, 규제를 일원화시켰을 때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이 가능한 한국식 플랜트 건설 모델로 여기에 맞추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표준, 법령, 규제가 난립할 때 설계부터 꼬이는 일을 한국 조선소는 비근하게 해양플랜트 건조 과정에서 겪은 바 있다.
게다가 한국의 하도급 관리가 갖고 있는 관행을 미국의 하도급 업체에 똑같이 전가하려고 할 때마다 각 단계마다 분쟁과 소송이 빈번하게 벌어진다. 물론 그럼에도 완공할 수 있지만, 미국이 한국에 기대하는 "빠르고 정확한 시공"은 물건너 간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미국 진출 동안 쌓은 한국 기업들의 공장 건설 노하우가 있으나, 이번 사례를 통해 놀란 기업들의 대응은 순차적으로 리스크 최소화로 기울게 될 것이다.
"아쉬운 쪽은 누구인가?"라는 손쉬운 질문이 있긴 하지만, 리쇼어링 프로젝트가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리스크가 관세협상과 당분간의 한미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최적화된 해법이 간단히 도출되기 어렵다. 오히려 이럴 때에 가져야 할 질문은 지금의 곤궁으로 우리가 어떤 교훈을 가질지에 있지 않나 싶다. 또 다른 한국식 베스트 프랙티스를 만들기 위해서 문제 해결형 한국 조직의 전문가들은 지금도 궁리를 하고 있을 것이다. 모두의 건투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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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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