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사위 인사청탁에 후계 구도 흔들···차녀·막내 '부상'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속 오너 일가 실질 지분 37%승계 열쇠는 유한회사 '애플이엔씨'
검사 출신인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이 부사장의 배우자다. 박 전 실장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매관매직' 의혹의 핵심 인물로 거론되고 있으며 이 회장은 특검 조사에서 대선 직후 김 여사에게 고가 목걸이를 선물하고 박 전 실장을 정부 요직에 기용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 목걸이는 실제로 김 여사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박 전 실장이 총리실 비서실장으로 임명되면서 청탁 의혹은 현실화됐고 이 회장의 후계 구상에도 균열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올해로 팔순을 넘긴 이 회장은 슬하에 세 딸을 두고 있으며 일찌감치 '능력 중심의 승계' 원칙을 천명해왔다. 현재 장녀 이은희 부사장은 통합구매본부를, 차녀 이성희 전무는 재무본부를, 막내 이도희 실장은 미래사업본부를 이끌고 있다. 이 중 장녀는 가장 오랜 기간 회사 경영 전면에 나서며 후계 1순위로 평가돼왔지만 이번 사위 리스크로 인해 후계 구도가 안갯속에 빠졌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서희건설의 지배구조는 다층적인 순환출자 구조로 얽혀 있다. 한일자산관리앤투자에서 유성티앤에스를 거쳐 서희건설에 이르는 구조이며 유성티앤에스는 서희건설의 지분 29.05%를 보유한 사실상 지주회사다. 이 유성티앤에스의 최대주주는 다시 한일자산관리앤투자(31.89%)이며 한일자산관리앤투자 지분은 이 회장과 세 딸, 그리고 서희건설이 49.59% 대 50.41% 비율로 나눠 갖고 있다. 복잡한 순환 지분구조 속에서도 오너 일가의 실질 지분은 37% 선에 머물고 있어 절대적 지배력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구조적 제약 속에서 후계 구도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 유한회사 '애플이엔씨'다. 오너 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이 회사는 최근 장내 매수를 통해 서희건설 지분을 11.91%까지 끌어올렸다. 유한회사 특성상 지분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운 만큼 향후 누가 애플이엔씨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게 되느냐에 따라 서희건설의 승계 향방이 결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재까지는 장녀가 애플이엔씨를 사실상 관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했지만 이번 인사청탁 논란을 계기로 차녀 또는 막내 측으로 지분이 재편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특히 차녀는 재무와 자산관리에서, 막내는 신사업 부문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어, 세 자매 간 '조용한 힘겨루기'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시장 일각에선 이번 사위 리스크가 단순한 윤리 논란을 넘어 서희건설 지배구조 전반을 흔드는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오너 리스크가 기업 승계와 지배구조 안정성에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후계 구도 혼선이 길어질 경우 시장 신뢰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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