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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R의 공포' 덮친 은행권···새 행장 위험관리 역량 시험대

금융 은행

'R의 공포' 덮친 은행권···새 행장 위험관리 역량 시험대

등록 2025.05.12 14:11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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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성장률 -0.25%···주요 19개국 중 최하위 추락연체율·NPL 상승세 뚜렷···PF·한계기업 리스크 확산실적파티에도 표정관리···건전성 방어에 경영역량 집중

'R의 공포' 덮친 은행권···새 행장 위험관리 역량 시험대 기사의 사진

우리 경제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고 대외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국내 은행들의 자산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주요 행장들의 위험관리 역량이 본격 시험대에 오른 모습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 분기 대비)은 -0.246%로, 지금까지 1분기 성장률을 발표한 19개 나라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관세정책 혼란을 겪고 있는 미국(-0.069%)보다도 역성장 폭이 컸다. 민간 소비와 건설투자가 부진한 상황에서 12월 계엄과 탄핵정국까지 겹친 결과다.

주요 기관들은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우려를 고려할 때 내년 경제성장률이 잠재 수준을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연간 1%대 성장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은행의 기존 전망치는 1.5%지만 오는 29일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대폭 낮출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말 기준 해외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는 0.8%에 그쳤다. 이는 전월 1.4%에서 0.6%p나 내려간 수치다. 현재 IB 8곳 가운데 6곳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이 1%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실적파티를 벌인 은행들의 표정도 밝지만은 않다. 금융당국이 조사한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NPL) 비율은 0.53%로, 지난해 같은 기간(0.47%) 대비 0.06%포인트(p) 상승했다.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2022년 6월 말 0.2%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말 0.44%로 치솟았다. 특히 같은 기간 중소기업여신 연체율은 0.24%에서 0.62%로 높아졌다.

월별 기준으로 보면 2월 말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58%, 기업여신 연체율은 0.68%로 모두 6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중소기업여신 연체율(0.84%) 7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올해 2분기부터는 한계기업 비중이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고강도 통상 압박 등 대외 충격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을 옥죌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직 대출 부실 정도가 은행 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할 정도는 아니지만, 관세 위협까지 현실화되면 기업대출 리스크가 부각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이 크게 늘어나면서 자본 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이 집계한 지난해 4분기 기준 5대 은행(RWA 규모 기준)의 전체 RWA는 약 995조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9.4%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234조4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은행 201조400억원, 우리은행 192조원 순이었다. RWA 확대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실제로 지난해 말 은행권 CET1은 전분기 13.34%에서 13.07%로 하락했다.

높은 위험가중치를 부여받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도 여전한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의 PF 대출 연체율은 3.42%로 1년 전(2.70%)보다 크게 높아졌다. 대형 투자 건에 대한 위험관리가 미흡할 경우 건전성에 직격탄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따라 올해 새로 취임한 주요 은행장들은 위험관리 강화와 건전성 제고라는 막중한 숙제를 떠안게 됐다. 이환주 KB국민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취임사에서 공통적으로 고객 신뢰를 강조했지만, 경영 현장에선 위험관리 강화가 더 시급해졌다는 얘기다.

대표적으로 정진완 행장은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준법감시와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 자금세탁방지센터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하고 지주와 은행 통합조직으로 운영하던 리스크관리그룹은 분리해 운영하기로 했다. 변동성이 커지고 있는 금융시장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은행의 건전성이 개선되려면 향후 경제 상황이 개선되거나 이자율이 많이 하락해 기업들의 이자부담이 크게 줄어들어야 하지만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최근 들어 미국 정부가 고강도 관세부과 정책을 펴고 있어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악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거시경제 여건이 안 좋은 데다 우리나라 금리도 빠른 하락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따라서 국내 은행들은 리스크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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