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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자사주 소각까지 가야 '진짜' 밸류업

오피니언 기자수첩

자사주 소각까지 가야 '진짜' 밸류업

등록 2025.05.09 17:58

백초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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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매입 기업 181개사 중 소각 밝힌 곳 34개뿐자사주 통한 경영권 방어·재매각 목적 활용 우려코리아 밸류업 위해선 자사주 '소각' 동반해야

reporter
"자사주를 단순히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소각을 목적으로 취득해야 진정한 주주환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최근 열린 자본시장포럼에서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내세우는 자사주 매입이 실제 그 목적을 제대로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이다. 소각이라는 행동이 동반되어야만 진짜 주주환원이라는 의미인 셈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집계를 보면 2024년 코리아 밸류업 로드맵이 발표된 이후 지난 7일 기준 총 150개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주주환원 정책을 포함하고 있으며 특히 자사주 매입은 그 대표 수단처럼 쓰이고 있다.

하지만 자사주를 매입에만 그치고 소각까지 이어지는 기업은 드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기주식취득 보고서를 제출한 상장사는 181개사에 달한다. 이들 기업 중 대다수가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소각을 실행했거나 소각 목적을 명확히 밝힌 상장사는 34개사로 전체의 18.78%에 불과했다.

이 숫자는 시장이 자사주 매입을 '주주환원'이 아닌 '전략적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명 일부 기업은 진정성 있는 주주환원 목적일 수 있지만 많은 경우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시장에 다시 출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자사주 매입이 오히려 주주 간 힘의 불균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네이버가 자사주 활용이 가장 활발한 기업 중 하나다. 2021년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할 당시 인수대금의 25%를 자사주로 지급했고 우호지분 확보나 임직원 보상 등의 목적에도 자사주를 적극 활용해왔다. 이 같은 사례는 자사주가 주주환원이 아닌 기업의 전략적 수단으로 쓰이는 현실을 보여준다.

소각 의지가 없는 자사주 매입은 '일시적 주가 부양'에 그칠 뿐이며 진정한 코리아 밸류업을 이룰 수 없다. 시장에서도 자사주 매입 후 곧바로 소각을 실행했거나 명확한 소각 계획을 사전 공시한 경우에만 이를 '주주환원'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자사주 매입 결정 시 소각 여부를 투자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고 있다.

주주환원은 기업이 보유 자산을 시장과 나누며 신뢰를 쌓는 일이다. 자사주 매입이 진정한 환원으로 기능하기 위해선 그 끝은 소각이어야 한다. 코리아 밸류업의 본질은 단순한 주가 부양이 아니라, 기업 신뢰 회복과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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