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재, '전국 무료배송' 계획 물거품 위기25조원 물류·직매입 투자 계획 제동쿠팡 수익 악화 소비자 편익 감소로 이어져
이날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1400억원은 기업 단독 사건(담합 제외) 가운데 퀄컴, 구글, 삼성그룹 등에 이은 역대 5위 규모로 알려졌다. 여기에 형사 고발까지 더해지며 쿠팡은 사법 리스크까지 떠안게 된 모양새다.
쿠팡 내부에서는 이번 공정위 제재가 수익성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공정위 규제로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직매입 및 PB 상품 판매가 위축될 경우 직접적인 수익 악화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직매입·PB 상품 우선 노출 관행이 철퇴를 맞으면서 로켓배송 자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2150만 쿠팡 소비자 '대혼란'
이번 공정위 규제는 당장 2150만 쿠팡 소비자에게까지 큰 혼란을 줄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상품 추천은 로켓배송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품질력이 우수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소비자 인터페이스(UX)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빠른 배송 시스템과 시너지를 낼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만약 쿠팡에서 기저귀나 분유 새벽 배송을 위해 오후 11시 58분에 쿠팡에서 상품을 찾으면 앞으로는 배송은 느리지만 4~5년간 누적 판매량이 높은 비싼 오픈마켓 상품이 먼저 추천돼 구매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쇼핑앱 사용자들의 체류시간은 약 3~5분 남짓이다. 공정위 제재대로라면 소비자들은 쇼핑에 시간을 더 써야 원하는 상품을 찾을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이 수백만개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번 쿠팡 규제를 본보기로 다양한 추천 방식이 줄어들면 소비자 편익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대부분의 유통업체들도 온오프라인 공간에 PB상품이나 인기 가전 브랜드 상품을 우선으로 추천하고 있다.
로켓배송 축소 가능성 제기
공정위 제재 확정시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추천이 막히게 되면, 궁극적으로 향후 투자 전망도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쿠팡의 로켓배송 중심의 '쿠팡 랭킹' 상품 추천을 금지하면 로켓배송 구매자가 줄고, 쿠팡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앞으로 예정된 수십조원 규모의 투자가 크게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쿠팡은 올해 2027년까지 전 국민 5000만명 무료배송을 목표로 내걸었다. 쿠팡은 3년간 신규 풀필먼트(통합물류)센터 확보와 첨단 자동화 기술 도입, 배송 네트워크 고도화 등에 3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중소 제조사를 포함한 한국산 직매입 상품에 22조원을 쓰는 등 다양한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정위의 제재로 지난해 창사 이래 첫 연간 영업이익 흑자와 함께 본격적인 수익 굳히기에 시동을 건 쿠팡은 다시 재무 관리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액수는 쿠팡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흑자액(6174억원)의 23%에 해당한다. 유통업체에 매겨진 금액으로는 역대 최고액이다. 잠정액이라 액수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올해 1분기 5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다, 공정위 제재까지 겹치면서 쿠팡은 계획을 재검토하는 등 후속 대응을 고민해야 한다. 당장 중국 이커머스 공습에 대응하고자 마련한 물류 투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통업계와 학계에서도 세계 최초의 규제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규제는 다수 편익을 저해하고 유통업계 경쟁력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전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규제를 만들어냈다"고 비판했다.
관련태그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queen@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