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 가드레일 최종본 언제···美상무장관 "곧 완성"'독소조항' 다수···中 생산능력 확장 제한에 삼성·SK 타격7나노 칩 만든 '화웨이 쇼크' 겹쳐···"완화되기 어려울 듯"
미국의 대(對)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총괄하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 20일 하원 과학우주 및 기술위원회의 반도체법 1년 평가 청문회에서 반도체법 가드레일 최종 규정이 언제 나오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저지하기 위해 꺼내든 미국의 반도체법은 중국 내 생산능력 확장을 막는 등 여러 독소조항으로 우리 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최종본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8월 527억달러(약 70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에 대한 재정지원책인 반도체법, 이른바 칩스법(Chips Act)을 만들고 올해 3월에는 기업이 투자 인센티브를 수령하기 위한 조건을 내건 '가드레일 조항'의 세부규정 초안을 발표했다. 세부내용으로는 ▲우려 대상국 내 설비확장 제한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초과이익 공유 ▲회계자료 제출 등이다.
반도체업계는 가드레일 초안이 ▲기술 및 영업 비밀 유출 ▲이익 제한 ▲수익성 악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독소조항이 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국내 기업이 미국 생산시설 투자시 과도한 보조금 신청요건으로 인하여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동맹국인 한국에 불합리한 요건"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기업은 우려 대상국 내 설비확장 제한을 보조금 신청요건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는다. 미국은 중국을 우려 대상국에 포함했는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능력 중 중국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경연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은 전체 생산량 중 40%를 책임지고 있으며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은 전체 D램 생산량 중 50%를, 인텔에서 인수한 다롄 공장의 낸드플래시 생산량 비중은 전체 33%를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미국 측에 독소조항에 따른 우려를 전달하며 요구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의 압박에도 중국이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오히려 대중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미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로 결정한 우리 기업으로선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중국 내 설비확장에 어려움이 따르게 되는 것이다.
최근 반도체업계를 뜨겁게 달구는 기업은 중국의 화웨이다.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며 반도체 공급망을 차단한 미국의 제재에도 화웨이가 지난달 출시한 스마트폰 '메이트 60 프로'에 7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이 적용된 반도체가 사용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이에 워싱턴포스트(WP)는 "미 정가에서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핵심기술 발전을 막는 데 실패했다는 우려를 촉발했다"고 진단했다.
화웨이의 7나노 칩은 세계 5위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인 중국의 SMIC가 양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SMIC의 파운드리 기술력이 14나노 수준에 그칠 것으로 평가했는데 미국의 반도체 장비 제재에도 7나노 칩까지 기술력을 끌어올리면서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줬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반도체 생산목적에 따라 관련 기준을 충족하면 허가 없이 중국에 반도체 장비 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린 바 있다.
'화웨이 쇼크'에 미 정치권에선 화웨이와 SMIC에 대한 모든 기술 수출을 중단해야 하며 보다 효과적인 수출통제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만 러몬도 장관은 청문회에서 "중국이 7나노 칩을 대규모로 제조할 수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대중 압박 수위와 최근 화웨이 사태 등을 고려하면 반도체법 가드레일 조항이 기존보다 완화되기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독소조항은 국가가 나서 비즈니스적으로 해소할 여지는 있겠으나 반도체 장비 반입 기한이 연장될 수 있어도 완전 반입은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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