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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애플페이 상륙 그 후···현대카드 뜨고, 삼성페이 바빠졌다

금융 카드 NW리포트

애플페이 상륙 그 후···현대카드 뜨고, 삼성페이 바빠졌다

등록 2023.04.03 08:33

수정 2023.04.04 14:50

이수정

,  

차재서

  기자

애플페이, 카드·간편결제 시장서 '메기' 자리매김 현대카드 점유율 높이고, '삼성페이 동맹' 부추겨 단말기 보급 등 초기 투자 전략이 성패 가를 듯

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그래픽=홍연택 기자 ythong@

글로벌 IT기업 애플이 국내에서 또 한 번 '이름값'을 입증했다.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소비자의 지지를 등에 업고 불과 열흘 만에 시장 곳곳에 뿌리를 내리면서다. 특히 애플페이는 서비스를 유치한 현대카드의 존재감을 끌어올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경쟁사 삼성페이까지 움직이면서 카드·간편결제를 아우르는 전 업권의 변화를 주도하는 모양새다.

첫 날에만 100만명 등록···현대카드 독보적 성장세 주목
현대카드는 지난달 21일 애플과 손잡고 국내에 애플페이를 론칭했다. 서비스를 국내에 들여오기 위해 고심한 현대카드와 정태영 부회장의 8년 노력이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아이폰과 현대카드를 보유한 소비자는 호환 단말기가 설치된 매장에서 카드 실물 없이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현대카드에서 발행한 비자·마스터카드 브랜드 신용카드 또는 국내 결제 전용 신용·체크카드를 갖고 있다면 아이폰의 '지갑' 앱이나 현대카드 앱에서 애플페이 기능을 활성화하면 된다.

출발은 순조로웠다. 애플페이 카드 등록 수는 서비스 개시 첫 날 오전에만 17만건을 기록한 데 이어 소비자가 꾸준히 몰리면서 단 하루 만에 100만건을 훌쩍 넘어섰다. 애플페이는 카드 번호를 애플 서버나 개인 단말기에 저장하는 게 아니라 고유의 기기 계정번호를 생성한 뒤 암호화 과정을 거쳐 단말기 내부 보안 칩에 저장하는 방식을 쓴다. 사용자가 1개 카드 정보를 아이폰과 애플워치 등 2개의 기기에 등록했다면 각각에 애플페이 토큰을 발행한다. 즉, 카드 정보를 등록한 애플페이 기기 수가 하루에 100만개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애플페이를 향한 뜨거운 관심은 현대카드를 통해서도 실감할 수 있다. 신용카드 전문사이트 카드고릴라의 월간 신용카드 인기 차트에서 현대카드 '제로에디션2(할인형)'와 'M 부스트'가 나란히 9, 10위에 랭크된 게 그 방증이다. 이 차트는 상품조회와 신정전환수를 기준으로 집계되는데, 현대카드 상품은 작년 11월 이후 3개월 만에 10위권 안에 진입했다. 애플페이 출시 전후 소비자의 기대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업계는 진단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이미 애플페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여신금융협회 통계를 보면 7개 전업 카드사 중 지난해 소비자가 가장 많이 유입된 곳은 바로 현대카드다. 이 회사의 신규 회원 수는 159만7000명으로 삼성카드(156만9000명)와 KB국민카드(140만7000명)를 압도했다.

현대카드 측은 애플페이와의 협력이 시장 내 영향력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작년 4분기 기준 이 회사의 카드 시장 점유율(신용카드 이용실적 기준(은 16.0%로 신한카드(19.6%), 삼성카드(17.8%)에 이어 3위에 랭크돼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사진=삼성전자 제공

네이버·카카오에 하나금융까지···굳건해진 '삼성페이 동맹'
애플페이의 상륙은 서비스 론칭 그 자체로 끝나지 않았다. 카드업계에 경쟁사 삼성페이의 변화까지 이끌어냈다는 데도 의미를 지닌다. 카카오뱅크의 사례처럼 강력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이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이른바 '메기 효과'가 발생한 셈이다.

삼성전자와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 29일 삼성페이와 네이버페이 연동서비스의 막을 올렸다. 네이버페이 앱에서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기반 삼성페이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는 최신 버전 네이버페이 앱의 결제 영역 상단에서 '삼성페이' 탭을 누르고 기존 QR 현장 결제에 등록된 신용·체크카드 중 결제에 이용할 카드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삼성페이를 쓸 때처럼 MST(마그네틱보안전송) 단말기의 카드를 긁는 곳에 스마트폰을 대면 결제가 이뤄진다.

이를 통해 네이버페이 측은 기존 12만개인 오프라인 가맹점을 300만개까지 늘리고, 오프라인 결제 편의성을 높임에 따라 결제액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카카오페이와도 비슷한 방식의 서비스 연동을 추진 중이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하나금융과도 손을 잡았다. 전국 100여 개의 하나은행 제휴 고등학교 중 사전 동의를 받은 곳에 삼성페이 내 학생증 발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소비자는 삼성페이에 하나은행 체크카드를 등록할 경우 학생증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 발급된 학생증의 바코드 스캔을 통해 급식이나 도서관 사용, 신분 확인까지 가능하다.

이처럼 삼성페이 진영이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애플페이의 등장과 무관치 않다. 충성도 높은 소비자를 보유한 애플의 서비스가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즉, 애플페이 서비스가 완전히 자리 잡기 전에 삼성페이의 입지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란 분석이다.

젊은층의 아이폰 선호도는 상당한 수준이다.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18~29세 스마트폰 이용자의 52%는 아이폰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의 갤럭시(39%)보다 13%p 높다. 20대에선 삼성 갤럭시가 51%, 아이폰이 43%를 기록했다. 따라서 이들 연령층이 소비의 중심으로 진입할수록 애플페이의 점유율은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등 현대카드의 경쟁사가 여전히 애플페이를 향한 관심을 거두지 않는 것도 이를 방증한다.

애플의 NFC(근거리무선통신) 결제서비스 '애플페이'가 국내 도입 첫날인 21일 오후 서울 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시민이 애플페이 화면을 들어 보이며 결제 단말기에 갖다 대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애플의 NFC(근거리무선통신) 결제서비스 '애플페이'가 국내 도입 첫날인 21일 오후 서울 에 위치한 한 편의점에서 시민이 애플페이 화면을 들어 보이며 결제 단말기에 갖다 대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보폭 넓히는 애플···단말기 보급 전략이 성패 가른다
물론 애플이 국내 시장에 얼마나 공을 들이느냐가 관건이다. 이미 삼성전자와 카카오, 네이버 등 토종 IT기업의 서비스가 자리를 잡은 탓에 애플페이의 영향력이 제한적일 것이란 평가도 있어서다.

무엇보다 MST 방식이 지배하는 국내 결제시장에 NFC(근거리 무선 통신) 기반 서비스가 비집고 들어가려면 단말기 보급이란 작업이 선행돼야 하는 만큼 애플로서는 신속한 투자가 요구되는 상황이다.

네이버페이와 카카오페이도 초기엔 고전을 면치 못했다. 단말기를 늘리고자 공격적으로 영업을 펼쳤으나 대형 프랜차이즈에 입점하는 데만 3~4년의 시간을 소요했다. 중·소형 규모의 매장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애플 측으로서는 그 격차를 좁히기 위해선 단말기 보급을 지원하는 등의 적잖은 비용을 쏟아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게다가 애플은 카드사에 애플페이 결제액의 최대 0.15%를 수수료로 받는다. 삼성페이가 카드사와 가맹점, 소비자 등에게 결제 수수료를 물리지 않는 것과 대조적이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80%인 갤럭시도 삼성페이의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은 24%에 불과하다"며 "애플페이는 국내 아이폰 점유율이 크게 올라온 뒤에야 비로소 인터넷 플랫폼 기업에 위협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간편결제 서비스는 이용자 이탈률이 낮은 게 특징"이라며 "국내 이용자는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와 카카오로부터 이탈할 적극적인 동기가 없는 한 기존 서비스를 주력 서비스로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현재 애플은 애플페이에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는 등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시장에서 '선구매 후지불' 서비스 '애플페이 레이터'를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해당 서비스는 신용카드처럼 선결제 후 일정 기간(최장 6주) 내에 네 차례까지 나눠서 지불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애플 지갑 앱에서 50~1000달러(약 6만5000~130만원)를 빌려 구매에 쓸 수 있도록 한다. 이자나 수수료가 붙지 않을뿐 아니라 신용 점수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일단 미국 일부를 대상으로 출시된 기능이지만, 애플이 서비스를 확장한다는 방침인 만큼 조만간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애플페이 기반을 다지는 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애플페이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선 애플의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현대카드로서는 론칭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완수했고, 앞으로는 관련 상품을 보완하고 회원을 끌어모으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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