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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싼 차'는 사라지는데···품질·AS도 '제자리'

오피니언 기자수첩

'싼 차'는 사라지는데···품질·AS도 '제자리'

등록 2023.03.06 15:14

박경보

  기자

reporter
최근 들어 신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차량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데다 할부금리도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죠. 반도체 공급난 탓에 그랜저, 쏘렌토 등 인기차종들은 계약 후 1년 이상 기다려야 인도받기도 했습니다.

특히 요즘 출시되는 신차들은 기존 대비 300만원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데요. 차량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car(자동차)'와 'inflation(인플레이션)'을 합친 '카플레이션'이란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입니다.

이젠 경차도 풀옵션으로 구매하려면 2000만원 이상 쥐고 있어야 합니다. 경차 시장 1위인 캐스퍼의 최고급 트림(인스퍼레이션)은 1870만원이고, 여기에 터보엔진, 선루프 등의 옵션을 더하면 2057만원이 됩니다.

올해 완전변경(풀체인지)된 소형 SUV 코나도 하이브리드 모델은 최소 3000만원 이상 줘야 합니다. 1.6 터보 모델도 가장 낮은 트림이 2584만원이고, 옵션을 더하면 3000만원 중반대 가격으로 올라갑니다. 이전 세대 모델과 비교하면 트림별로 최소 300만원 이상 인상된 가격입니다.

승용모델 가운데 가장 잘 팔리는 그랜저 역시 풀체인지를 거치면서 많이 올랐습니다. 그랜저의 기본가격은 3785만원이고, 가장 높은 트림인 캘리그래피는 4690만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쓸만한 옵션들을 추가하면 5000만원을 넘어서게 됩니다. 이전 세대인 그랜저 IG는 주력트림(르블랑)이 3690만원에 판매됐었죠.

신차들의 가격이 일제히 급등한 건 현재 자동차 시장이 공급자 우위로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반도체 공급난이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넘쳐나는 신차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생산 비용이 늘어난 것도 차량 단가 인상의 직접적인 배경이 됐습니다.

차급과 상관없이 편의사양이 고급화되고 있는 것도 차량 가격 인상의 주요 요인입니다. 요즘 신차들은 대부분 고속도로에서 반 자율주행이 가능할 만큼 굉장히 똑똑해졌죠. 또 각국 정부가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는 하이브리드와 전기차 등 친환경차는 일반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비쌉니다.

제조사 입장에서 차량 가격 인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겁니다. 생산 비용이 예전보다 늘어나고 각종 첨단 신기술은 추가됐으니까요. 다만 아쉬운 건 초기품질과 애프터서비스(AS) 만족도입니다. 소비자들은 예전보다 높은 가격에 차량을 구매하고 있는데, 신차 구매 이후 만족감은 오히려 후퇴한 듯합니다.

최근 자동차기자협회가 '올해의 차'로 선정한 그랜저는 출시되자마자 각종 결함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의 엔진제어장치(ECU), LED 구동 모듈, 타이어공기압주입기, 도어핸들터치센서, 배터리 제어시스템, 전동트렁크 등 8건의 결함을 확인하고 무상수리를 결정했습니다.

특히 1.6 터보엔진이 적용된 현대차·기아의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엔진오일 증가' 망령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쏘렌토, 싼타페, 투싼 등 일부 모델에 무상수리를 진행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불신은 여전히 높습니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애프터서비스(AS) 만족도 역시 개선됐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어떤 제조사든 문제증상에 대해 '정상' 또는 고객의 과실 탓이라고 결론을 낼 때가 많으니까요. 지난 2019년 BMW 화재사건을 계기로 '레몬법'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소비자들이 직접 결함을 입증해야 합니다.

현대차 투싼은 토요타 라브4보다 상품성이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글로벌 판매량은 한참 뒤처져 있습니다. 이는 토요타가 아주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 때문일 테지요. 차량을 오랜 기간 사용해도 고장나지 않고 AS가 편하다는 믿음이 구매로 이어졌다는 얘기입니다. 국산차의 상품성은 글로벌 최고 수준까지 올라온 만큼, 이젠 철저한 '품질경영'으로 고객들의 신뢰에 부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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