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26일 금요일

  • 서울 15℃

  • 인천 13℃

  • 백령 10℃

  • 춘천 16℃

  • 강릉 18℃

  • 청주 18℃

  • 수원 14℃

  • 안동 17℃

  • 울릉도 16℃

  • 독도 16℃

  • 대전 16℃

  • 전주 16℃

  • 광주 14℃

  • 목포 13℃

  • 여수 15℃

  • 대구 18℃

  • 울산 14℃

  • 창원 16℃

  • 부산 15℃

  • 제주 16℃

오피니언 '우유안부'에 담긴 진심

오피니언 기자수첩

'우유안부'에 담긴 진심

등록 2022.12.19 17:11

김민지

  기자

reporter
한 해가 끝나갈 때쯤에는 기업들의 사회공헌 자료가 쏟아진다. 추운 날씨가 다가오고 해가 저물어간다는 헛헛함이 짙어질수록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줄 수 있는 소식이 더욱 간절해지는 법이다.

수많은 자료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것은 이른바 '우유안부'라고 불리는 '어르신의 안부를 위한 우유배달'이었다. 우유안부 캠페인은 사단법인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이 주관하는 고독사 예방 활동이다. 홀로 계신 어르신의 건강을 위해 매일 우유를 배달하되 전날 배달한 우유가 남아있을 경우 관공서나 가족에 연락해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한다.

이 활동은 2003년 옥수동 100가구를 대상으로 시작해 최근 서울시 25개 구 전역으로 대상 지역을 확대했다. 2022년 현재 수혜 가구 수는 3600여 가구에 달한다. 매일유업, 우아한형제들, 죠스푸드, 60계치킨 등 여러 기업과 단체가 후원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우유안부 후원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매일유업이 무척 부각될 수밖에 없는 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개체가 우유라는 점에 더해 자사 제품인 '소화가 잘되는 우유'를 배달한다는 점 때문이다.

매일유업은 지난 2016년부터 후원사로 동참해 21개 가정배달 대리점과 200여명의 배달원을 통해 어르신을 위한 우유배달을 전담하고 있다. 2020년 6월에는 '1%의 약속'을 발표하고 매년 소화가 잘되는 우유의 매출 1%를 어르신의 안부를 묻는 우유배달에 기부하고 있다. 소비자가 자사 특정 제품을 마시는 것만으로도 어르신의 고독사 예방에 동참하는 셈이다.

이보다 더 사적으로 매일유업의 활동이 왜 눈에 띄었느냐를 묻는다면 소비자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기 때문이라고 답하겠다. 매일유업은 올해만 벌써 3번째의 우유안부 독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는 31일까지 새롭게 정기후원을 시작하는 후원자에게 매일유업 대표 제품과 어르신들의 손글씨 인사카드로 구성된 '고마워 선물'을 증정해 개인 후원 독려에 나섰다.

신규 후원자들을 유입시키기 위한 이 '고마워 선물'은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꽤 화제가 됐다. 3만9000원 상당의 선물 구성도 만족스러울 정도거니와, 어르신들의 손 편지가 특히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게 큰 이유였지 않을까 싶다. 갈수록 삭막해지는 세상에 한 글자 한 글자 정성스레 써 내려간 손 편지를 받아볼 일이 얼마나 있을까. 그게 비록 손 편지를 인쇄한 종이일지라도 말이다.

게다가 부담되지 않은 후원 금액도 진입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했을 것이다. 우유안부 캠페인을 신청 페이지에는 '어르신 한 분께 일주일간 안부를 묻기 위해서는 약 5000원의 후원금이 쓰인다'고 명시돼 있다. 물론 후원자 자의로 더 많은 금액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5000원', '일주일'이라는. 작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더 많은 후원자가 지속해서 참여하도록 하는 데 효과적이다.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의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또 ESG 경영이 중시되는 요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차원에서 점차 강화·확대되고 있다. 이때 대중들에게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하느냐가 '한 끗'으로 작용한다. 기업들도 누군가가 알아주는 것만을 바라는, 보여주기식 활동을 펼치지는 않을 것이다.

기업이 자신의 제품을 소비해주는 소비자들에게까지 선행을 권하며 영향력을 펼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사회공헌은 없을 듯하다. 기업도 대중도 진심 어린 활동에 대한 가치에 주목해야 할 때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