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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 현금' 포스코그룹이 '비상경영' 외친 이유

'20조 현금' 포스코그룹이 '비상경영' 외친 이유

등록 2022.07.25 08:30

이승연

  기자

21일 사장단 및 임원회의서 비상경영 선포3고(高) 장기화 조짐·포스코, 수익성 방어 차원 해석비상경영 불구 투자 포트폴리오 확대 및 매출 목표 상향 '눈길'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20조원의 역대급 현금고를 보유한 포스코그룹이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했다.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의 불리한 대내외 환경이 그룹의 견고한 수익성과 재무구조를 압박할 수 있다는 걱정에서다. 특히 그룹 내 수익성 지렛대인 포스코 실적이 지난 2분기를 기점으로 꺾임세에 들어서면서 이 같은 우려를 더 키웠다는 분석이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21일 그룹 내 사장단 및 전 임원을 소집해 그룹경영회의를 개최하고 비상경영체제를 본격 선언했다. 이 날 회의에서 포스코그룹은 현 글로벌 경제 상황을 △수요산업 부진, 재고자산 증가 등에 따른 글로벌 시장축소△원자재/에너지 및 금융/조달 비용상승 △원자재/에너지 공급망 불안 등이 겹친 복합 위기 상황으로 진단하고, 이에 대응해 △적극적인 수익성 방어△구매,생산,판매 등 각 부문의 구조개선을 통한 원가 혁신△해외법인 리스크 점검 △투자계획 조정 등을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결집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핵심사업인 철강사업의 경우, 비상판매체제 운영을 통해 밀마진 하락 방어 등 수익성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안전·환경 분야를 제외한 모든 비용을 절감함은 물론,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에 대비한 안정적 시재 확보에 집중하기로 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의 우려가 커지고있는 상황에서 수요 위축, 비용 상승, 공급망 위기 등 복합적인 경제충격을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지금 즉시 그룹 차원의 비상경영에 돌입한다"며 "각 그룹사 경영진들은 각 사별 주요 경영요소들을 면밀히 체크하고, 특히 현금 흐름 및 자금 상황이 문제되지 않도록 현금 중심 경영을 한층 강화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20조 현금' 포스코그룹이 '비상경영' 외친 이유 기사의 사진

포스코그룹의 비상경영체제 선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주요국 통화정책의 정상화, 코로나 19 재확산과 이에 따른 중국 봉쇄로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현상'이 벌어지면서 경영 부담이 갈수록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긴축 정책 강화와 무역 및 자본거래를 통한 외화 순유출로 지난 6월, 13년 만에 1300원대를 돌파했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물가 상방 압력, 미국의 금리 인상 조치에 따른 자본 유출을 최소화 하기 위해 올 들어서만 네 차례 (1월, 4월, 5월, 7월)에 걸쳐 연속 기준 금리를 올렸다. 금융통회위원회는 지난 13일 사상 처음 빅스텝(50bp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도 했다.

포스코그룹의 1분기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 규모는 약 20조원으로, 역대급 현금 곳간을 자랑한다. 여느 때 보다 재무적 여력이 차고 넘치는 상황임에도 '비상경영'을 선언한 데는 '3고'의 파장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단 뜻으로 해석된다. 특히 그룹 수익성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핵심 계열사 포스코의 지난 2분기 실적이 부진했다는 점에서 비상경영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대두됐을 거란 관측이다.

실제 포스코의 지난 2분기 매출은 19조87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6%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조762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7.8% 감소했다. 포스코홀딩스 실적을 좌우하는 포스코의 영업이익이 뒷걸음질 치면서 포스코홀딩스의 영업이익도 감소했다. 2조1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줄어든 수치다.

문제는 포스코의 실적 부침이 단순히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3고'에 따른 글로벌 긴축 정책으로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철강 수요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포스코그룹이 직접 지목한 부분이기도 하다. 엄기천 포스코홀딩스 마케팅 전략 실장은 지난 21일 포스코홀딩스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금리 인상 등 각국이 긴축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철강산업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하반기 철강 수요 회복은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고환율 등의 '3고'가 장기화되면 원재료 수입에 의존하는 포스코 원가 부담은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특히 포스코는 수출로 벌어든 외환 수익을 다시 해외 원재료를 사는데 사용하는 이른바 '네츄럴 헤지((Natural Hedge)로 환율 변동에 대비하는데 고환율 기조가 치솟은 환율 만큼 포스코가 원가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금껏 누렸던 판가 인상을 기대하기도 힘들다. 3분기의 경우 장마와 폭염, 여름휴가 등으로 전방 산업의 생산 활동이 감소하는 데다 수입산 철강 가격이 2분기를 기점으로 하락세로 점어 들었기 때문이다. 해외서 들여오는 원자재 가격은 비싼데 반해 철강 가격은 낮아지는 추세여서 원가 인상분을 판가에 온전히 반영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되면 포스코의 실적 하락은 불가피하고, 수입의 상당 부분을 포스코에 의존하는 포스코홀딩스 역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차고 넘치는 현금 곳간에도 포스코그룹이 비상경영 등으로 선제적 대응에 나서는 이유다.

출처=포스코홀딩스 IR 자료출처=포스코홀딩스 IR 자료

다만 포스코그룹의 비상경영은 통상의 비상경영과 궤를 달리한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이 비상경영을 선포하게 되면 당초 수립한 경영전략을 새로 짜거나 목표를 낮추기 마련이다. 하지만 포스코그룹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더욱 확대할 뿐만 아니라 연간 매출 목표도 더 올리는 등 보다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심화 및 장기화 가능성에도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룹의 중장기 성장 목표와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는 최정우 회장의 의중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최 회장은 이날 포스코그룹의 비상경영을 선포하며 "그룹의 신성장 사업은 위기 상황 속에서도 중단없이 추진 속도를 높여야 하고, 위기일수록 방어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오히려 그룹의 미래경쟁력을 제고하고 근본적인 체질을 개선하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6월 개최된 미래기술전략회의에서도 "포스코그룹의 새로운 사업영역인 수소와 이차전지소재 사업은 투자속도를 높이고 신기술 및 인재 확보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포스코홀딩스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연결기준 연간 매출액을 기존 77조2000억원에서 8조8000억원 늘어난 86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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