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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철강사 입김에 ‘생존 시험대’ 놓인 중형조선소

오피니언 데스크 칼럼

[데스크 칼럼]철강사 입김에 ‘생존 시험대’ 놓인 중형조선소

등록 2021.06.28 14:25

수정 2021.06.29 08:13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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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지난해 조선소 후판 가격은 60만원 중반이었다. 올해 철강사 인상분을 넉넉하게 반영하여 80만원을 책정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후반 가격은 100만원을 넘어 120만원이 시장 가격으로 형성되었으니 100% 인상된 셈입니다”

“올해 중형조선소 대부분 수백억원대 적자를 기록할 것입니다. 선주사와 싸움이 아닌 원자재 가격에 따른 고정비와 사투를 벌여야 합니다”

“이제 경쟁 상대는 중국조선소가 아닌 국내 중형조선소들의 눈치 싸움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후판 가격 인상으로 사실상 적자는 현실화될 것이며 저가의 ‘박리다매’ 수주가 이어질 것입니다. 여러 수주를 통해 계약금으로 회사 경비를 돌려야 하는 상황이 될 것입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다수 중형조선소 고위 관계자들은 절박한 상황에 대해 토로했다.

2000년대 초반 ‘조선 슈퍼 사이클’을 통해 글로벌 ‘톱10’ 조선소 반열에까지 올랐던 중형조선소는 최근 몇 년 사이 부진의 터널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산매각, 무급휴직, 구조조정, 경영권 매각 등 악재의 연속이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일감 부족, 철강사들의 강판 가격 인상까지 겹쳐 절체절명의 생존 시험대에 놓인 것이 사실이며 중형조선소의 현주소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이미 90% 직영 직원의 비중을 낮추거나 절반이상의 직원이 3년여 순환 무급 휴직을 실시했으며 경영정상화를 위해 M&A를 준비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며 처절한 현실과 맞닥들이고 있다.

다만 지난해 주춤했던 수주가 올해 들어 상선을 중심으로 활기를 띄고 있는 듯 보인다. 업계를 종합해보면 올 상반기 국내 중형조선소(STX조선해양, 대한조선, 대선조선, 한진중공업(특수선) 등)는 약 50여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지난해 수주한 연간 수주 선박은 20여척과 비교하면 대규모 수주로 지난 4년 여간 수주 가뭄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중형 조선소의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은 듯하다. 선박 원가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강재가격 인상으로 위기 상황이다. 현재 중형조선소는 조선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과 철강사로부터 받는 후판 단가가 다르다. 대형조선소가 사용하는 후판의 절대적인 양과 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이에 중형조선소는 철강사에서 책정한 후판 금액 제값을 주고 사와야 한다. 이미 가격 인상 이전에 100여만원을 주고 후판을 구매하고 있다. 철강사와 가격 협상은 언감생심이다. 이 또한 제때 구매하지 못해 120여만원의 웃돈을 주고 중국에서 급행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

후판의 가격 인상은 글로벌 조선 시황이 살아나면서 금값이 됐다. 미국과 중국에서 시작된 신경전에서 호주로 이어지면서 철광석 원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여기에 중국이 자국 기업 철강제품 수출 시 세금을 환금해줬던 ‘수출 증치세’까지 중단했고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해 정부가 감산 규제를 확대하면서 중국 현지에서도 철강 가격이 인상되고 있어 중형조선소의 입장에서는 엎친데 덮친격이다.

중형조선소의 사활이 걸렸다. 전체 선박 건조 비용을 따져봤을 때 원자재 비용 등 선박 원가 비중이 15~20%를 차지했던 것이 강재가격 인상으로 40% 이상 차지하게 된 상황은 이미 배를 건조해 인도한다고 해도 -10%의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최근 선박 수주는 ‘헤비테일 계약(선수금을 적게 받고 인도금을 많이 받는 형태)’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즉 선주사와 수주 계약이 체결되면 선수금을 받게 되는데 시점은 다르지만 처음 10~20% 이후 선박 인도까지 총 다섯 차례 나누어 받게 되는 형식으로 조선사가 선박 건조 기간 자본금 또는 은행의 RG발급을 통해 건조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

최근 몇 년간 체질개선으로 경쟁력이 낮아진 중형조선소의 입장에서는 강재가격 인상에 따른 추가 비용 비중이 커지면서 사실상 적자 수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미 대형선박에 비해 선가 반영이 늦어지고 있는 중형선박 시장에, 저가 수주로 일감 확보에 사활을 걸었던 중형조선소는 후판 가격 폭등이라는 변수까지 만나 사실상 원가 경쟁력을 잃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 철강사는 2000년대 중후반, 중국 경제 성장 및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조선업계 후판 납품으로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더믹으로 후판의 수요가 급속도로 확대될 것이라고는 철강사 입장에서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미 올해 후판 생산 체제를 확정지은 상황에서 기존 생산량에 500만톤 이상 캐파를 넘어설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조선산업이 해운과 함께 전방산업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종합 제조업이다. 이러한 인식과 함께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기간산업의 파급효과를 고려한다면 철강사의 후판 가격 인상 시기는 선가 회복 이후 고려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조선산업-해운업-철강산업’이 연관효과를 키우는 것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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