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조성 의혹·성추행파문·채용비리 의혹 받다경찰수사 장기화·불구속 입건 점쳐지자 인사권 행사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지난 26일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18명의 임원을 승진시키고 자회사 대표이사 4명을 유임했다.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조직 운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신사업본부와 전략경영본부를 통합했고 그룹 디지털 금융 혁신을 위해 IT기획부를 디지털금융부로 확대 개편했다. 그룹 차원에 내부 통제 강화를 목적으로 DGB경제연구소장이 겸임 중인 준법감시인을 별도 임원으로 선임했다.
이번 인사에 눈길을 끄는 것은 관례상 박 행장의 후임 후보군으로 ‘행장 후보 1순위’로 손꼽히는 노성석 DGB금융지주 부사장, 임환오·성무용 대구은행 부행장 등기임원 3명이 모두 퇴진했다는 점이다. 이로써 등기임원이자 계열사 겸직을 하고 있는 인물은 박인규 회장밖에 남지 않았다. 더욱이 박 행장의 동문인 대구상고 출신 임원들이 부사장과 부행장보로 대거 승진해 보복성 인사 의혹이 고개를 들고 있다.
특히 대구은행 측이 정기 인사를 앞두고 임원 20명에게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비자금 의혹을 제보한 내부 인물을 색출했다는 정황도 의심되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박인규DGB금융 회장의 이 같은 인사권 행사에 당혹감을 나타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박 회장이 각종 비위 사건에 자신의 거취문제를 결정하겠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내비쳤으나 이번 정기인사에서 자신의 경쟁자를 잘라내는 식의 친정체제 구축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앞서 박 회장 등은 2014년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매해 판매소에서 수수료 5%를 공제하고 현금화하는 일명 ‘상품권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10월 중 두 차례 박 행장을 소환해 비자금 사용처와 정·관계로 흘러갔을 가능성 등을 집중 조사한 바 있다. 박 행장은 “직원 경조사비 등 공적 용도로 썼다“며 자금 유용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 7월에는 직원 간 성추행 파문이 불거져 대국민 사과도 했다. 앞서 대구은행의 과장급 직원 3명과 책임자급인 부부장 1명은 회식자리 등에서 20대 계약직(파견직 등) 여직원을 대상으로 수차례 성추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행장은 이에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직원들이 비정규직 여직원에게 성추행을 한 사건에 대해 머리 숙여 사과했으나 실제로 사건 경위나 향후 대책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박 행장은 금융감독원 채용비리 연루 의혹까지 받고 있다. 검찰은 박 행장이 지난해 하반기 이병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에게 금감원 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과정에서 대구은행 출신 직원이 합격할 수 있도록 청탁한 사실도 확인했다.
연이은 의혹과 비위 의혹에 박 회장은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와 면담을 하고 본인의 거취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자진사퇴설’에 휩싸이기도 했다. 사퇴를 요구한 노조위원장과의 면담에서는 “지주 회장직은 당분간 유지하고 의혹이 불거진 문제를 해결 한 뒤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조 측은 박 회장에게 실추된 은행의 신뢰성 회복을 위해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그러나 박 회장을 향한 경찰수사가 5개월여 동안 장기화되고 불구속 입건 수준으로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돌연 태도를 바꿨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찰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경우는 드물다. 수사 진행이 장기화되는데다가 불구속 수사로 마무리 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박 회장의 입지가 다시 회복 된 듯 하다”며 “자신의 거취를 고민해 보겠다는 말은 경찰수사 진행상황을 지켜보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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