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채권단 합병관련 이의제출 마감 산은, 계열사 유동성 악화 이유로 난색채권단 부동의시 채무 전액 상환해야
15일 재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금호홀딩스와 금호고속, 제이앤케이제삼차 합병과 관련해 ‘부동의’ 입장을 정하고 금호홀딩스 측에 이를 통보할 방침이다.
앞서 금호홀딩스는 지난 달 13일 금호고속과 제이앤케이제삼차를 흡수합병키로 결정하고 채권자 이의절차에 돌입했다. 현재는 금호홀딩스가 제이앤케이제삼차 주식을, 제이앤케이제삼차가 금호고속 주식 전부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홀딩스가 금호고속 합병에 나선 것은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을 보강하기 위함이다. 금호고속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3755억원, 영업이익은 499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이자비용으로만 634억원을 부담한 금호홀딩스로서는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다.
금호홀딩스는 금호고속 합병을 통해 ‘금호홀딩스-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연결되는 지배구조를 갖추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금호홀딩스와 금호산업이 합병해 하나의 회사로 정리하고 박 회장이 이를 지배하는 구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변수는 산업은행의 합병 동의 여부다. 상법상 회사 합병에 부동의하는 채권자가 나오면 해당 채권액에 대한 변제 등이 이뤄져야 합병이 성사된다. 만약 산업은행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출액 640억원을 바로 상환해야만 한다.
산업은행이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재무 안정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향후 금호타이어 재매각 과정에 동원될 여지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재무상황은 녹록치 않은 편이다. 이는 박삼구 회장 특유의 M&A 방식에서 파생된 것이기도 하다.
박 회장은 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각했던 금호고속 지분 100%를 지난 2015년 6월 사들였다. 하지만 금호산업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3개월 뒤인 9월 칸서스 사모펀드(PEF)에 3900억원에 재매각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칸서스 PEF와 2년3개월의 콜옵션 계약을 맺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미리 정해진 가격에 금호고속을 되찾을 수 있는 권리를 취한 것이다. 이후 박 회장은 자신의 구상대로 지난 4월 콜옵션 행사를 통해 금호고속을 품에 안는데 성공했다.
문제는 콜옵션을 행사하며 지분할 인수자금 4375억원의 출처다. 금호고속 인수는 금호홀딩스가 세운 특수목적법인(SPC) 제이앤케이제삼차가 칸서스케이에이치비가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금호홀딩스의 자체 보유자금 2525억원이 들어갔고 나머지 1850억원은 인수금융을 통해 조달했다.
만약 금호홀딩스가 금호고속을 인수하면 인수금융으로 조달한 1850억원의 부채도 금호홀딩스에 그대로 더해진다. 당장의 현금 유동성은 확보하겠지만 장기적인 재무부담은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 현재 금호홀딩스의 차입금은 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금호홀딩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룹 주력계열사인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 역시 박 회장의 M&A 전략에 동원돼 만성적인 유동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합병에 부동의할 경우 금호아시아나 측 반응에도 주목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금호고속 흡수합병이 가능하지만 당장 올해 말까지 2000억원이 넘는 채무를 모두 상환해야 하는 만큼 섣불리 시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금호홀딩스 합병은 사실상 금호산업을 그룹의 지주회사로 만들기 위한 장기적 계획의 일환”이라며 “박삼구 회장 입장에서도 물러서기 어려운 만큼 어떻게든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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