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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에 빠진 패션업계 임원급 연쇄이동

불황에 빠진 패션업계 임원급 연쇄이동

등록 2016.03.23 16:16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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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즘 확장’ 네파, 라코스테 키운 이선효 대표 영입동일드방레, 삼성물산 빈폴 총괄 상무 영입 동일에이글, 패션 마케팅 전문가 최영익 대표 승진신세계인터, 쿠론 석정혜 상무 통해 신규 핸드백 브랜드 준비패션그룹형지, 현대百 출신 대표와 유통사업 본격 전개

왼쪽부터 이선효 네파 신임대표, 배재현 동일드방레 대표이사 부사장, 최영익 동일에이글 대표이사 부사장. 사진=각사 제공왼쪽부터 이선효 네파 신임대표, 배재현 동일드방레 대표이사 부사장, 최영익 동일에이글 대표이사 부사장. 사진=각사 제공


패션업계 임원급 인사들이 연초부터 연쇄적으로 회사를 옮기고 있다. 패션업체들이 불황을 타개할 신규 사업을 준비하며 이미 업계에서 능력을 입증 받은 적임자를 외부에서 수혈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웃도어 시장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실적이 악화하고 있는 네파는 올해 브랜드를 라이프스타일과 스포티즘으로 확장시킨다는 방침이다. 이에 동일드방레와 동일에이글을 이끌었던 이선효 전 대표를 ‘구원투수’로 투입하며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이 신임 대표는 동일드방레에서 캐주얼 브랜드 라코스테의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평가 받는다. 2009년 동일드방레 사장으로 취임한 뒤 4년 만에 800억원대였던 라코스테의 매출을 2000억원 대까지 성장시켰다.

라코스테를 전개하는 동일드방레는 네파로 옮긴 이선효 대표 후임으로 배재현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빈폴 사업부 상무를 영입했다.

배 신임 대표이사 부사장은 삼성물산에서 제일모직 뉴욕사무소장, 남성복 전략담당 사업부장, 빈폴 사업부장 등을 거친 ‘패션통’으로 통한다. 특히 배 대표가 삼성물산에서 담당했던 브랜드들이 라코스테와 타깃과 시장이 겹치는 만큼 회사 측은 라코스테를 프리미엄 캐주얼 리딩 브랜드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다른 동일그룹의 계열사인 동일에이글은 올해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에이글’의 국내 직진출과 재론칭을 발표하며 이선효 대표의 공석에 최영익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승진 발령했다.

최 대표는 이전까지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동일에이글로 영입된 인물이다. 신세계백화점 해외사업부에서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론칭했으며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제이린드버그,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갭 등의 브랜드를 지휘해왔다.

지난해 동일에이글로 자리를 옮긴 최 대표는 그 동안 이선효 전 대표와 함께 에이글의 재론칭을 준비해왔다. 동일에이글은 마케팅 전문가인 최 대표가 패션성을 강조하고 프랑스 감성을 살리는 동시에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춘 브랜드로 에이글을 성장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패션 포트폴리오를 자체 액세서리 브랜드까지 확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달 초 석정혜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이사를 상무로 영입했다. 석 상무는 핸드백 브랜드 쿠론을 론칭한 후 2010년 이 브랜드가 코오롱FnC에 인수되면서 이 회사에 합류해 약 5년간 근무해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방시, 마르니 등 수입 액세서리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지만 자체 브랜드는 갖추지 못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석 상무를 영입함으로써 자체 핸드백 브랜드 론칭을 준비해 신규 성장동력을 모색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통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패션그룹형지는 지난달 김동성 현대백화점 전무를 유통 총괄사장으로 영입했다.

김 사장은 1989년부터 신세계백화점에서 12년간 근무했고 이마트에서 5년간 일했다. 이어 현대백화점에 2005년 42세 최연소 임원으로 스카우트 돼 할인점 사업부장을 거쳐, 신촌점·목동점·대구점의 점장으로 9년간 근무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서울 장안동의 바우하우스 운영을 시작으로 유통사업에 뛰어든 패션그룹형지는 김 대표 영입을 계기로 유통사업부 조직을 확대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신축중인 부산 하단몰과 경기 용인 죽전동 쇼핑몰 등 향후 5개 이상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임원급 인사의 대규모 이동의 배경에 대해 업계에서는 ‘불황’을 꼽고 있다. 업체들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준비 중인 신규사업을 빠르게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검증된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원투수’로 등장한 외부인력들이 회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례가 많다. 휠라코리아의 경우 지난해 합류한 제일모직 출신 김진면 사장과 정구호 부사장이 휠라아웃도어 등 실적이 악화한 브랜드에 대해서는 과감히 구조조정 하는 동시에 주력 브랜드의 리뉴얼을 주도하며 올해 새로워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모든 사례가 성공 케이스로 이어지진 않았다. 앞서 네파는 지난 2014년 3월 제일모직, MCM 출신인 박창근 전 대표를 영입하며 디자인성을 강조하고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대대적인 마케팅에 돌입했다. 그러나 시장 포화와 수익성 악화를 이기지 못하고 박 전 대표는 지난 1월 사임해 고문으로 물러났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업계가 불황인만큼 신규 사업도 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 타 브랜드에서의 성공 경험을 갖추고 있는 인사를 영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정혜인 기자 hij@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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