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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도 노후도 없는 미래에 ‘한숨만’

[신년기획]승진도 노후도 없는 미래에 ‘한숨만’

등록 2015.01.05 11:14

수정 2015.01.07 17:20

김은경

  기자

관피아 적폐 척결에 연금 개혁까지퇴직하면 ‘끝’ 노후 불안에 사기저하벼랑끝 몰린 관료 무기력증에 빠져

사진=김동민 기자 life@사진=김동민 기자 life@


승진도 노후도 없는 미래에 ‘한숨만’ 기사의 사진

공무원이 앓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거세진 관피아(관료+마피아) 적폐 척결이 가시화하면서 후폭풍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무원 연금 개혁까지 국정과제로 떠오르면서 ‘승진’도 ‘노후’도 보장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집단 무기력증에 빠진 모습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척결 바람이 불면서 공무원들의 가장 큰 두려움은 죄인으로 낙인찍힌 데 대한 억울함도 거센 비판 여론도 아니었다. 퇴직 공직자들이 유관기관이나 협회 등으로 재취업했던 일반적인(?) 수순을 더는 따를 수 없다는 점이다.

퇴직 공직자의 산하단체 재취업은 관행이었다. 일례로 산하에 61개 유관기관을 보유하고 있는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2009년 이후 퇴직 공직자 93명이 산하 공기업과, 협회 등 유관기관으로 재취업했다. 국토해양부 4급 이상 퇴직공무원 314명 가운데 118명도 유관기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세월호 사태 이후 공직사회에 ‘제2의 인생’이 사라지면서 공직사회에 ‘인사 적체’라는 새로운 문제를 낳았다. 조기 퇴직이 많았던 실국장급 공무원들이 관피아논란으로 사실상 재취업이 봉쇄되면서 승진을 못 하더라도 자리를 보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과장급 공무원의 승진이 늦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내부에서는 심해지는 인사 적체에 대한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하위직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사기저하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중앙부처 A 공무원은 “관피아 논란 이후 사실상 재취업이 불가능해지면서 각 부처에서 인사 적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쉽게 퇴직하지 못하는 선배들의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밑에서는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최근 ‘관피아 방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고위 공직자들의 위기감이 고조됐다. 개정된 공직자윤리법(관피아 방지법)은 정부부처 2급 이상 고위 공직자에 대해 퇴직 후 3년(현행 2년) 동안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취업제한 심사 시 기준이 되는 업무 관련성 판단 기준도 퇴직 전 5년 동안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에서 기관업무로 확대하면서 재취업의 길이 사실상 봉쇄 됐다.

일부 고위 공무원 사이에서는 관피아 방지법을 학수고대 하는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국민 정서상의 문제로 재취업 문이 꽉 막힌 지금보다는 더 낫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중앙 부처 고위 공무원은 “관피아 방지법이 시행되면 어디까지 갈 수 있고 어디까지 못 가는지 기준선이 마련되지 않겠느냐”며 “아무 곳에도 갈 수 없는 지금보다는 나을 거라고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문제는 관피아가 떠난 자리에 정피아(정치인+마피아), 교피아(교수+마피아)가 내려오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전문성이 있는 관피아가 내려왔던 게 그나마 나았다’는 자조 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여론몰이식의 개혁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신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관피아방지법을 시행한다고 하면 정피아, 교피아 방지법도 있어야 한다”며 “고위 관료의 산하기관 재취업을 금지하면서 정피아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관피아방지법’이라고 명명한 용어 자체나 접근 방법이 편파적이고 여론 선동적이다”고 비판했다.

공무원 사회를 힘 빠지게 하는 요소는 또 있다. 최근 노후소득 보장 기능을 하던 공무원연금까지 메스가 가해지면서 공직사회에 또 다른 사기저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가 재정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과 동일한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에는 일정부문 공감하면서도 관피아 논란이 사라지기 전에 공무원연금까지 개혁하겠다고 하는 것은 공무원 사회에 두 번 충격을 주는 처사라는 것이다. 공무원 사회에 중앙부처 B 공무원은 “재취업도 막았으면서 유일한 희망인 연금까지 깎는 것은 너무한 처사”라며 “어깨에 힘주는 관료는 다 예전 말이다. 우리끼리는 우스갯소리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공무원은 사양산업으로 칭한다”고 말했다.

세종시 이전에 따른 행정의 비효율성 증가, 잦은 출장, 열악한 근무환경 등도 공무원 사회에 침체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세종시 이전에 따라 공무원 사회가 느끼는 고립감이 대표적인 예다. 세종시에 거주하고 있는 한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은 “과천에 있었을 땐 외부 일정으로 사람들을 만나면 업무 이외의 질문에도 막힘 없이 의견을 개진했는데 최근에는 막힌 적이 있어 당황했다”며 “상대방도 ‘세종시에 거주하는 데 뭘 알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고 스스로도 고립돼 있다는 자격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관피아 척결도 중요하지만 이에 상응하는 공무원들의 사기 진작 방안도 병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관피아라는 이유로 수십 년 동안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 온 공무원들이 퇴직 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 자체를 봉쇄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낭비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설명이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지금의 문제를 인정하되 무조건 틀어막는 것은 답이 아니다. 공무원을 죄인 취급하는 것은 곤란하다”며 “무조건 재취업을 막으려 하는 것은 관피아 해결의 포인트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cr21@

뉴스웨이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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