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타짜-신의 손’이 전국 극장가에 개봉했다. 이미 개봉 전부터 실시간 예매율 순위를 석권하며 ‘추석 시즌’ 최강자 다운 면모를 드러냈다. ‘타짜’ 시리즈는 주연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멀티캐스팅’에 특화된 영화다. 그래도 굳이 흥행 키포인트를 꼽자면 1편에선 단연코 정마담(김혜수)이었다. 그리고 2편은 우사장역의 배우 이하늬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부인할 영화팬은 절대 없을 것이다.
“제발 그런 말은 거둬주세요(웃음) 제가 어떻게 김혜수 선배님과 비교 대상이 되나요. 절대 아니에요. 팜므파탈이란 코드에선 정마담과 우사장이 같을 수 있겠지만 색깔 자체가 좀 틀리다고 생각했어요. 정마담이 화려한 붉은 색이라면 우사장은 뭐랄까, 아주 진한 새빨간 색깔? 석류가 익은 뒤 터진 속살 같은 느낌이었죠. 비슷한 느낌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전 그냥 (정마담을) 인지 정도만 하고 연기했어요. 그냥 다른 인물로 봐주시는 게 편하죠.”
그의 말처럼 이하늬는 영화 속에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 팜므파탈의 교본이라고 불릴 정도로 주인공 함대길(최승현)을 쥐락펴락 한다. 사실 남성 관객, 혹은 원작인 허영만 화백의 ‘타짜-신의 손’을 보지 못한 관객이라면 이하늬가 연기하는 ‘우사장’에게 속아 넘어갈 정도다.
“제가 제 입으로 예쁘다고 하면 참 민망하잖아요(웃음)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면서 느낀 건 우사장이란 인물이 정말 예쁘고 아름답고 섹시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뭐랄까. 미스터리한 팔색조의 매력을 가진 여자? 대길이를 완벽하게 변하게 만드는 기폭제가 우사장이거든요. 처음 대길을 흔들어 놔야 되요. 대길을 홀려야 하는 매력이라면 모든 남자들도 넘어가겠죠? 하하하. 우사장이 모든 사건의 연결을 담당하고, 그러기 위해선 외모적으로 많은 부분이 남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아야 했어요.”
영화 속 이하늬, 아니 우사장의 첫 등장은 그래서 강렬하고도 또 강렬했다. 붉은색 가죽 의상에 길게 쭉 뻗은 각선미 앞으로 깊게 숙이는 자세까지.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모든 요소가 그 한 장면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하늬는 이 표현에 박장대소를 했다.
“그 장면에서 제가 채찍만 들고 있으면 딱이란 말도 어떤 스태프가 해주시더라구요. 하하하. 남자들이 그런 걸 좋아하는 걸 그때 저도 좀 알았죠(웃음) 감독님이 특별하게 그 장면은 주문을 하셨어요. 자세부터 표정 소품 하나까지, 특히 옷 재질까지 주문하신 거에요. 하하하. 딱 그 색깔의 그 재질로만 해야 한다고. 그래야 우사장 스럽다고. 아이고 하하하. 감독님이 정말 디테일한 부분까지 정확하게 짚어 주셨어요. 우지연은 이래야 한다고. 그래서 사실 저도 연기하기는 정말 쉬웠어요. 원작 자체가 만화라서 좀 오버를 해야 하나란 생각도 들었는데 그런 점을 전부 걷어냈죠. 그게 우사장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렇게 계단을 밟아가듯 만들어 간 우사장 캐릭터이지만 이하늬도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한계에 오는 경험도 했단다. 너무 몰입해 나중에는 탈진해 쓰러지기도 했다고. 그렇게 보자면 이하늬의 이번 작품 속 열정은 정말 대단했다. 하지만 특유의 호탕함으로 손사래만 치며 ‘아유’를 연발한다.
“영화 하이라이트 부분인 아귀 하우스 부분에서 제가 끌려가는 장면이 있어요. 그때가 정말 제 체력적 정신적 한계점이었어요. 거의 그 장면 찍는데만 3~4일 정도 걸렸는데 그 기간 동안에는 열병에 걸린 듯 열이 올라서 잠도 제대로 못잤어요. 자세히 보시면 제 얼굴빛이 되게 많이 초췌해요. 그냥 그대로 촬영에 들어갔고, 감독님이 그 톤을 진짜 좋아하시더구요. 우리 감독님 못됐죠. 하하하.”
연출을 맡은 강형철 감독은 이하늬를 상당히 몰아세운 것 같았다. 감독으로서 배우에게 만들어 낼 연기가 있었기에 했던 부분 같았다. 강형철 감독은 현재 충무로에서 가장 상업적 감각이 뛰어난 인물로 평가 받는다. ‘타짜’ 역시 검증된 콘텐츠다. 그 둘이 만났으니 ‘타짜-신의 손’에 대한 평가는 안봐도 비디오란 얘기가 나온다. 사실 그럼에도 의문점이 생기는 것은 이하늬의 캐스팅이었다. 이하늬 자신도 그렇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한테 시나리오를 주시는 데 사실 저도 좀 이상했어요. 내가 어떻게, 아니 왜 나한테? 속으로 이랬죠. 강 감독님과는 예전부터 알고 지냈어요. 영화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 시사회 후 뒷풀이에서 인사를 나눴죠.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뒤 많이 가까워졌죠. 감독님이 제가 뮤지컬 ‘시카고’에서의 모습을 보고 절 캐스팅했다고 하더라구요. 그때 제가 먼저 초대했는데 그게 이런 인연이 될 줄은 몰랐죠(웃음)”
그가 ‘시카고’에서 맡은 ‘록시’와 ‘타짜-신의 손’의 ‘우사장’ 캐릭터를 세밀하게 분석 비교하면 이하늬 만한 적임자도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들기는 한다. 강형철 감독의 눈이 결국 이하늬와의 우연에서 비롯된 인연으로 이어진 셈이다. 물론 이하늬도 강 감독에게 시나리오를 받고 처음부터 우사장 제의를 받았다. 읽은 느낌은 너무 재미가 있어서 무조건 하겠다는 것. 그럼에도 이하늬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영화 마지막 노출 장면 일 것이다. 두려움은 없었을까.
“아니 배우가 왜 벗는 걸 두려워해요. 의미 없이 벗는 다면 반대죠 당연히. 하지만 그 장면은 벗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신이었어요. 뭐 저 혼자 벗는 것도 아니었구요. 하하하. 그 장면 찍을 때 다들 사실 좀 머뭇거리셨어요. 그런데 나까지 그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먼저 들어가서 벗고 나왔죠. ‘다들 안벗고 뭐해요’란 대사와 표정이 괜히 나온게 아니에요. 하하하.”
20년 넘게 국악인으로 살아온 이하늬는 이제 배우와 예술인의 경계선에서 어느 쪽으로든지 더 넘어온 느낌이 난다. 그의 선택은 무엇일까. 잠시 이하늬는 심하게 휘어진 왼손 검지와 중지를 보여줬다. 가야금을 탈 때 현을 눌러서 생긴 일종의 훈장이었다.
“제가 어떤 걸 선택해야 한다는 게 참 고통이에요. 내가 국악인일까 연예인일까 아니면 배우일까 뭐 그런 건 전 크게 개의치 않아요. 거기에 미스코리아 출신이란 타이틀도 별로 신경 안쓰여요. 예전에는 내 속에 있는 아티스트적인 부분을 사람들이 언제 알아줄까 고민하고 그랬는데, 내가 즐기지 못하니 아무 소용없더라구요. 20대의 싱싱함 속에서 했던 고민이죠. 이젠 30대잖아요. 좀 더 성숙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공식 연인 윤계상과의 한 작품 출연 가능성을 물어봤다. 호탕한 성격답게 단번에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단 신중한 성격의 윤계상의 의견이 먼저라고. 특유의 박장대소 웃음이 인터뷰 장소를 가득 메웠다.
인터뷰 후 한 가지가 분명해 졌다. 이하늬에게 이제 더 이상 ‘미스코리아 출신’이란 타이틀은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타짜-신의 손’이 이를 확실하게 증명시키고 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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